[현장IN] 겨울한파 속 움츠러든 기부.."온기가 필요해요"

윤민영 2018. 12. 1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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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리포트 맥]

[앵커]

겨울한파 속 경기마저 급랭하면서 기부활동도 위축되고 있습니다.

규모가 좀 있다는 사회복지단체는 물론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세군 자선냄비에 기부하는 손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합니다.

정인용 기자가 이번주 현장IN에서 취재했습니다.

[기자]

1평 남짓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서울 도심 속 쪽방촌.

이곳에 사는 김동주 할아버지는 최근 집에 난방기구를 새로 마련했습니다.

방의 딱 절반만 보일러 온기가 들어와 겨우살이 걱정이 많았는데 조금이나마 덜게 된 겁니다.

<김동주 / 쪽방촌 주민> "이쪽은 냉골이어서 이번에도 선생님들이 전기장판 갖다주고 그래서 자고 있는 거죠. 겨울 이불과 라면도 이렇게 도와주고. 그래서 먹고 사는거지."

한 NGO단체가 기부받은 후원금으로 시와 협력해 쪽방촌 일대에 겨울용품들을 보내 온 겁니다.

달동네는 어떻게 한파를 이겨내고 있을까.

좁은 길을 따라 굽이굽이 한참을 올라갑니다.

1장에 3.5kg 남짓한 연탄을 동네 곳곳에 있는 연탄창고로 옮깁니다.

최근 기온이 뚝 떨어지자 연탄 기부봉사에 나선 단체의 움직임도 부쩍 바빠졌습니다.

덕분에 김풍자 할머니는 낮까지 한기가 들던 방에서 온기를 느낄 수 있게 됐습니다.

<김풍자 / 달동네 주민> "연탄 안 때면 너무 춥지. 전기 보일러를 했었는데 저것도 고장이 나가지고. 연탄을 주니 따뜻한 물 맘대로 쓰지 방 따뜻하지. 너무 좋아."

기부단체와 자원봉사자들은 매일 이 지역에 1만장 가량의 연탄을 기부하고 있습니다.

한 장에 800원 남짓한 연탄이지만 이곳 달동네 주민들에겐 겨울을 나기 위한 든든한 버팀목이 됩니다.

겨울만 되면 왕성하게 이어지던 기부활동이 최근에는 경기침체 영향으로 크게 위축됐습니다.

거리에서부터 기부의 손길이 말 그대로 꽁꽁 얼어붙은 겁니다.

이곳은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활동이 처음 시작됐던 명동거립니다. 제가 1시간가량 지켜봤는데 모금을 하는 사람은 단 4명에 그쳤습니다.

규모가 큰 기부단체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세워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온도탑'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의 온도탑 앞입니다.

행사를 시작한 지 3주가 넘었지만 목표액을 뜻하는 100도에는 한참 못 미치는 모습입니다.

실제 통계를 봐도 기부금을 필요로 하는 단체는 늘고 있지만 기부 참여율은 매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왜 그럴까. 당장 먹고 살기가 빠듯해 참여하기가 망설여진다는 게 큰 이유였습니다.

<김경희 / 서울 송파구> "기부를 하려면 내가 좀 여유가 있어야 되고. 좀 더 내놓을 수 있는 상황이 전체적으로 볼 때 아닌 것 같아요. 기부라는 건 돈이 없어도 낼 수 있겠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굉장히 힘들잖아요."

또 어디에 기부해야 할지 잘 모르는데다 돈이 제대로 쓰일지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았습니다

<윤성해 / 서울 성동구> "기부를 받는 재단에서 사용 출처를 불투명하게 한다든가 아니면 다른 개인이 챙긴다든가 그런 거보면 좀 신뢰성이 낮아서 어느 곳에 해야할지 믿음이 안 가고…"

적은 돈이라도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정부가 기부 혜택을 늘리고, 기부단체들도 시민들과의 접근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현경 /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전문위원> "세제혜택을 높임으로써 정부가 국민의 기부 활동을 지지한다는 메시지도 주고 실제로 기부에 참여하는 사람이 다소나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게…(요즘은) 관심있는 이슈에 그때 그때 비정기적으로 주도적으로 하시는 걸 선호하는데 소규모 단체나 많은 단체들이 그런 통로들을 열고…"

기부금 사용내역에 관한 불신을 없애기 위해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도 오랜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기온이 뚝 떨어지며 본격적인 겨울 한파가 찾아왔습니다.

기부에 선뜻 참여할 마음이 안 들 정도로 사회분위기도 꽁꽁 얼어붙었는데요.

도움의 손길이 하루를 버티는 유일한 희망이었던 누군가에겐 마음까지 더없이 추워지는 계절입니다.

지금까지 현장IN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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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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