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에 경비원 감원 고민 속..2년째 월급 올리는 아파트
"지난해는 넘겼지만 자꾸 오르니"
이제 더 늘릴 휴게시간도 없어
울산 리버스위트는 2년째 임금 ↑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16일 “내년에 월 임금을 5만원 올리고 휴게시간을 8시간 늘리는 것으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또 휴게시간에는 아예 출근하지 않게 해 6명의 경비원·미화원이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했다.
경기도 고양시 강선마을 6단지는 첫 입주 후 24년째 32명의 경비원 수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내년에도 현재의 경비원 수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내년에 가구별로 월 700∼800원의 경비원 인건비를 추가 부담하기로 한 것이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현재 아파트 평형별로 한 달에 7000∼1만원을 부담해 경비원 32명과 관리사무소 직원 6명의 인건비를 부담하고 있다.
지난 6일 울산 중구 한 아파트에는 ‘경비인력 감원에 대한 안내’ 공고가 붙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비원 비용 증가로 내년 1월 1일부터 경비원을 6명에서 4명으로 줄인다는 내용이다. 근무시간은 격일 24시간에서 매일 12시간(오전 9시~오후 9시)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 아파트 관계자는 “지난해는 경비원 수를 그대로 유지했으나 입주자 대표 회의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입주민 부담을 이유로 감원을 결정했다”며 “경비원을 줄이면 한 가구당 1만5000원 정도 부담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경비 용역비가 계속 상승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감원하라는 민원과 그대로 채용하라는 민원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광주광역시 서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16명인 경비원 수를 12명으로 줄이려다 일부 반대 의견이 나오면서 결정을 보류한 상태다.
휴게시간이 자유롭게 쉴 수 없는 사실상 ‘대기시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울산 북구 비정규직 노동자지원센터가 지난 6월 아파트 경비원 13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휴게시간이 일일 30분~8시간 늘었지만, 응답자 10명 중 8명은 이 시간에 제대로 쉴 수 없다고 답했다.
박용주 광주광역시 비정규직 노동자지원센터 조직국장은 “경비원 수가 줄면 경비원 한 명이 맡는 가구 수가 늘면서 주민 안전과 생활 서비스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용역 업체를 거쳐 경비원을 고용하는 대신 아파트에서 직접 경비원을 고용해 비용을 줄이면 최저임금 여파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고양·광주광역시=최은경·전익진·김호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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