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승림의 인사이드 아웃] 공연기획자의 마지막 길 따뜻하게 보듬어준 예술가들

2018. 12. 1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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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인공지능(AI)이 대체할 직업군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공연기획자는 늘 그 목록에서 빠진다.

설령 혼돈에 가까운 공연기획의 변수를 완벽하게 공식화한 AI가 개발된다 하더라도 예술가들은 과연 그 존재를 반길 것인가? 클래식 음악계에 한해서 그 대답은 회의적이다.

공연기획자는 그 완성을 위해 예술가에게 헌신하며 그들이 세상과 소통하도록 돕는 커튼 뒤의 조력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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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숨진 미국의 공연 매니지먼트사 ‘프리모 아티스트’ 인턴 안나 루시아 킴(오른쪽)과 피아니스트 조성진. 킴의 장례식 모금에 참여한 바이올리니스트 죠슈아 벨. 이달 초 별세한 부산아트매니지먼트사 이명아 대표. 이 대표와 가까웠던 피아니스트 백혜선(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성진 SNS·크레디아 제공

미래에 인공지능(AI)이 대체할 직업군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공연기획자는 늘 그 목록에서 빠진다. 공연기획자들 사이에는 AI를 개발하는 비용보다 공연기획자를 고용하는 편이 더 저렴하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떠돈다. 기획에서 시작해 섭외, 계약, 그리고 무대에 공연이 오를 때까지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변수를 감당할 AI는 아직 개발되지 못한 것으로 안다.

설령 혼돈에 가까운 공연기획의 변수를 완벽하게 공식화한 AI가 개발된다 하더라도 예술가들은 과연 그 존재를 반길 것인가? 클래식 음악계에 한해서 그 대답은 회의적이다. 음악가들은 공연기획자에게 수익과 효율성 이상의 인간적 유대관계를 원한다. 클래식 공연기획 매니지먼트사가 다양한 규모로 존재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일부 음악가들은 대형 공연기획사를 선호하지만 또 다른 많은 음악가들은 중소 기획사를 좋아한다. 가령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미주 지역 공연을 담당하는 매니지먼트사인 ‘프리모 아티스트’는 조성진을 포함해 소속 음악가가 고작 일곱 명에 불과한 소형 기획사다. 하지만 조슈아 벨, 이츠하크 펄먼 등 아티스트의 한 명 한 명이 굵직한 큰 명성의 보유자다.

이런 기획사들은 직원의 직위나 서열에 상관없이 아티스트를 1대 1로 지원하며 가족적인 친밀감을 형성한다. 최근 프리모 아티스트 사의 인턴 직원이 미국에서 교통사고로 숨졌다. 안나 루시아 킴이라는 이름의 이 인턴사원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조성진의 미국 공연 때 함께 일했다. 프리모 아티스트는 홈페이지에 안나를 추모하는 메시지를 메인으로 올리고 그녀의 장례식 비용 및 한국에 살고 있는 유가족의 항공비를 마련하기 위해 3만달러를 목표로 모금 캠페인을 펼쳤다. 조성진 또한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그녀를 추모하는 메시지를 올리고 모금 캠페인을 알렸다. 420여명의 참여로 2만 3000여달러가 모였을 무렵 이 기획사의 소속 아티스트인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이 7000여달러를 한꺼번에 기부하면서 불과 2주 만에 목표액을 달성했고 장례식을 아름답게 치렀다. 음악가와 공연기획자 사이의 끈끈한 유대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에서는 부산아트매니지먼트사 이명아 대표가 이달 초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1986년부터 공연기획을 시작해 부산에서만 무려 500회가 넘는 클래식 공연을 연 ‘민간 공연기획의 대모’라 할 수 있는 존재다. 그녀의 죽음을 맨 처음 발견하고 세상에 알린 것은 미국에 거주하는 피아니스트 백혜선이었다. 2005년 부산국제음악제의 음악 감독을 맡은 것을 계기로 백혜선은 고인과 막역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었다. 혼자 살던 고인과 연락이 닿지 않자 걱정이 된 백혜선이 한국의 지인을 고인의 집에 보내 상황을 확인한 뒤 부음을 언론에 직접 알렸다.

무대를 완성하는 것은 예술가다. 공연기획자는 그 완성을 위해 예술가에게 헌신하며 그들이 세상과 소통하도록 돕는 커튼 뒤의 조력자들이다. 그 조력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파트너인 예술가들의 노력으로 의미 있게 추모됐다. 매서운 한파 속에 날아든 슬프지만 따스한 메시지다.

<음악 칼럼니스트·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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