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천재 이제석의 검은 산타..중국 공안이 출동한 사연

천권필 2018. 12. 17.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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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항의하러 베이징서 캠페인
"백종원처럼 환경문제 부드럽게 풀어야"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에서 검은 매연이 묻은 산타가 피켓을 들고 있다. 광고기획자 이제석 씨가 기획한 검은 산타 캠페인이다. [사진 이제석광고연구소]
지난 11일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제24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 회의장 앞.

방독면을 쓴 채로 시꺼먼 재를 온몸에 뒤집어쓴 산타가 피켓을 들고 있다. 피켓에는 ‘화석연료 사용금지’ 문구가 영어와 중국어로 쓰여 있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신기한 듯이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날 산타 옷을 입고 거리 캠페인에 나선 건 국내 1호 환경운동가인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최 이사장은 “산타가 굴뚝에서 나오는데 석탄을 하도 때서 온몸에 재가 묻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며 “주요 외신들도 취재할 정도로 현지에서 관심이 뜨거웠다”고 설명했다.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에서 검은 매연이 묻은 산타가 피켓을 들고 있다. 광고기획자 이제석 씨가 기획한 검은 산타 캠페인이다. [사진 이제석광고연구소]
이번 검은 산타 캠페인은 이른바 ‘광고 천재’로 알려진 광고기획자 이제석씨(이제석 광고연구소 대표)가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준비했다.
그는 2009년부터 환경재단과 함께 10년째 기후변화 문제를 알리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돈을 거의 받지 않고 재능기부 형식으로 참여했다.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코펜하겐)에서 선보인 ‘코끼리가 싼 똥을 참새가 치울 수 없다’(Big countries must take charge) 캠페인. [사진 환경재단]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파리)에서 선보인 ‘하늘에는 국경이 없다’(There's no border in the sky) 캠페인. [사진 환경재단]
제23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본)에서 선보인 '노아의 방주' 캠페인. [사진 이제석광고연구소]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 회의에서는 ‘코끼리가 싼 똥을 참새가 치울 수 없다’는 캐치프레이즈로 강대국들이 앞장서서 환경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15년 파리 총회에서도 ‘하늘에는 국경이 없다’라는 작품으로 현지의 주목을 끌어냈다.
폴란드 현지 캠페인을 마치고 귀국한 그를 13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어려운 환경문제, 쉽고 재밌게 풀어야”
이제석 이제석광고연구소 대표. 천권필 기자

Q : 왜 검은 산타인가?
A :
산타는 국제적인 아이콘이자 낭만과 동심의 상징이다. 그런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때가 타고 있다. 환경 오염으로 아름다운 것들을 잃어가는 걸 상기시키고자 이번 캠페인을 기획했다. 사실, 중국에 미세먼지 문제를 따지려고 (3년 전에)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도 검은 산타 캠페인을 시도했는데 바로 공안에 잡혔다. (웃음)

Q : 기후변화 캠페인을 기획하면서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A :
가장 힘을 쏟고 있는 게 기후변화같이 어렵고 지루한 환경 문제를 어떻게 쉽고, 재밌게 풀어갈 것인가다. 맛으로 치면 백종원 씨처럼 대중적으로 가볍게 접근해야 한다. 너무 심각하게 맛 비평가가 돼서는 곤란하다. 폭력적이고 거친 메시지보다는 SNS에 찍어 올리고 싶은 소프트한 접근이 필요하다.
2015년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에 항의하기 위해 베이징에서 선보인 검은산타 캠페인. [사진 환경재단]

“환경은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공익광고”
'한 해 6만명이 대기오염으로 사망합니다' 캠페인 [사진 이제석광고연구소]
10여 년 전부터 해외 광고제에서 상을 휩쓸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이 씨는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공익광고 전문가다. 시각적인 위트 속에 사회적 메시지를 결합한 독창적인 작품들로 주목받았다.

특히, 이 씨는 대기오염 문제를 비롯해 쓰레기, 기후변화 등 다양한 환경 이슈를 공익광고의 소재로 활용해 왔다. ‘총’의 이미지를 건물 옥상의 굴뚝과 연결한 미국천연자원보호협회 공익광고 포스터가 대표적이다.

Q : 어떻게 환경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됐나?
A :
인권은 인간의 이슈고, 견권은 개의 이슈라면 지구 상의 모든 개체에 이익이 되는 게 환경 이슈다. 공익 광고의 최상위 개념이다. 인권이고 여성, 아동, 장애인까지 다 포함되는 거죠.

Q :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에서 얻나?
A :
나는 통역자, 다시 말해 말을 이미지로 풀어내는 사람이다. 환경 전문가들의 말을 듣고, 아기들도 이해할 수 있는 원초적인 언어로 풀어내는 게 내 역할이고, 그게 바로 시각의 힘이다.
이 씨는 현재 전체 광고제작의 80~90%를 공익광고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는 “돈은 광고 말고 다른 방법으로 벌 수도 있다”며 “2030년까지 100% 공익광고만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는 “단순히 광고나 캠페인에 그치지 않고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는 레고식 건물을 짓는 등 환경과 연관된 다양한 창작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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