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극지비전, '수어드(Seward)의 아이스박스'를 찾아서
알래스카가 역사 전면에 등장한 것은 1867년 미국이 알래스카를 현재 가치로 약 2조원인 720만 달러에 사들이면서부터다. 1㎢당 5달러인 헐값이었지만 쓸모없는 땅으로 알려진 알래스카 매매를 성사시킨 국무장관 ‘윌리엄 헨리 수어드’(William Henry Seward, 1801-1872)의 이름을 따 ‘수어드의 아이스박스’(Seward's icebox) 또는 '수어드의 어리석음’(Seward's folly)이라 부를 정도로 당시 미국 여론은 냉소적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은 1800년대 후반부터 알래스카에 대규모 금광이 발견되고 골드러시(gold rush)가 이어지면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엄청난 양의 석유, 천연가스, 구리 등의 자원이 매장되어 1982년부터는 주민들에게 자원소득으로 배당금도 지급하고 있다. 배당금은 알래스카에 1년 이상 거주하면 누구나 받을 수 있으며, 연간 약 35만원으로 시작한 금액은 2015년 230만원까지 늘어났다. 이런 이유로 현재 알래스카에서는 3월 마지막 월요일을 ‘수어드의 날’로 정해 매년 수어드의 선견지명을 기리고 있다.
과거 알래스카 사례에서 보듯이 극지에 대한 일반적 시각은 환상과 모험을 제외하면 부정적인 것이 사실이다. 전 지구적 기후변화 속에서 극지 환경은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30년이 지난, 2050년이면 북극에 얼음 없는 여름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럴 경우 북극의 고유한 문화와 북극곰으로 대표되는 생태계 유지가 어려울 것이다. 또한 북극의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 역시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예측을 바탕으로 해양수산부는 앞으로 30년간의 극지정책 방향인 ‘2050 극지활동 청사진’을 수립하고, 2050년 극지활동 7대 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2050 극지비전’을 선포하였다.
이를 통해 극지에 대한 전 방위적 통합관측으로 한반도 기상이변과 해수면 상승에 미리 대응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북극항로를 중심으로 환유라시아 물류 이니셔티브를 추진하여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또한 국제사회의 극지 환경 보전 노력에 적극 동참하고, 북극권과의 교류도 확대해 나갈 것이다. 무엇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남극 제3과학기지와 북극 제2과학기지를 건설하고, 최첨단 제2쇄빙연구선을 건조하여 남극대륙과 북극점까지 연구역량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동화 ‘파랑새’에서 그토록 찾아 헤매던 파랑새가 집안 새장 속에 있었듯이 극지비전은 이미 우리들 속으로 실현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난 2003년 극지연구소는 남극해 지질 조사 중에 우리나라 천연가스 연간소비량의 200배에 달하는 가스 하이드레이트의 부존량을 확인하였다. 2015년에는 남극생물에서 저온적응 핵심유전자를 분리하는데 성공하였고, 올해 6월에는 혈액을 얼려서 보존할 수 있는 동결보존제 기술을 벤처기업에 이전하기도 하였다. 2050년이 되면 이러한 성과들이 더욱 풍성해져서 우리 미래 세대들이 더욱 많은 혜택을 받을 것으로 믿는다.
올해 1월 남극 세종과학기지의 30주년을 맞아 기지 앞마당에 타임캡슐을 묻고 왔다. 70년 후 캡슐을 열었을 때 2018년인 올해가 ‘수어드의 아이스박스’를 찾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인 해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남극 세종과학기지를 세운 지 30년, 이제 그 여정이 확고하게 뜻을 세우는 ‘이립(而立)’에 이르렀다. 앞으로 30년 후인, 2050년을 향한 극지 비전 또한 지향하는 목표를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길 기대해본다.
[매경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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