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내는 GTX..'교통혁명'인가 '수도권 블랙홀'인가

2018. 12. 18.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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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노선 이달말 착공 예정, C노선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사업성 떨어진 B노선 예타 면제 논의..주변 집값 들썩
경기 북부 "개발 소외 접경지역 숙원사업, SOC 확충을"
전문가 "수도권 집중 심화..지역 균형발전 대책 필요"
17일 경기도 양주시 고읍지구에 지티엑스-C노선 양주 유치 확정 환영 펼침막이 걸려 있다. 독자 제공

정부의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건설 계획이 탄력을 받고 있다. 경기 파주 운정에서 화성 동탄을 잇는 A노선에 이어, 양주~수원 간 C노선이 최근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정부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끝난 A노선에 대해 이달 말 공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지티엑스는 지하 40m에서 일반철도의 3~4배인 최고 시속 200㎞(평균 시속 100㎞)로 달리는 광역철도다. 지티엑스가 개통되면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 도심까지 20~30분이면 닿을 수 있게 돼 경기 북부 등 수도권 외곽 지역의 교통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수도권 외형이 급팽창하고 수도권 주변 집값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우려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 들썩이는 경기 북부 부동산 시장

경기 양주에서 의정부~창동~청량리~삼성~양재~과천을 거쳐 수원까지 74.2㎞를 잇는 지티엑스 C노선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자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양주와 의정부 지역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17일 경기도 양주시 옥정·고읍지구와 의정부시 곳곳에는 ‘GTX-C노선 유치 확정’을 반기는 펼침막이 수십장 내걸렸다. 의정부시의 한 부동산업자는 “지하철 7호선이 지나는 지역과 지티엑스 C노선이 지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 아파트는 예비타당성(예타)조사 통과 뒤 호가가 수천만원씩 뛰고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안병용 의정부시장도 “지티엑스는 경기 북부와 남부 거점 도시인 의정부와 수원을 연결해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해지고, 통일을 대비하는 남북축이 시작되는 등 큰 의미가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서울 도심까지 광역교통망이 부족한 양주시민들도 예비타당성조사 통과를 반겼다. 양주신도시의 한 부동산업자는 “지티엑스 통과 이후 상가와 아파트 거래가 잘되고 분위기가 좋다. 지티엑스 덕정역 앞 주택은 매물이 없고, 입지가 좋은 곳은 프리미엄(웃돈)이 7천만~1억원씩 붙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성호 양주시장은 예타 통과 직후 “양주 발전을 이끌 지티엑스-C노선 건설의 첫발을 내딛게 됐다. 열악한 교통여건에 어려움을 겪는 경기 북부 주민들의 교통복지를 크게 향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 지티엑스 건설 어디까지 왔나

지티엑스 3개 노선 가운데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른 노선은 경기도 파주 운정에서 일산~서울역~삼성역~성남~화성 동탄까지 잇는 A노선이다. 2014년 2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고 지난 4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마친 뒤 이달 27일께 경기 고양시에서 착공식을 열 예정이다. A노선이 완공되면 현재 지하철로 52분 걸리는 일산~서울역 구간은 14분, 일산~삼성 구간은 80분에서 20분, 동탄~삼성 구간은 77분에서 19분으로 단축된다.

사업 착수 7년 만에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C노선은 경기 양주(덕정)~의정부~서울 청량리~삼성~경기 수원 간 74.2㎞를 연결한다. 총사업비 4조3천억원가량이 투입돼 2021년 착공을 목표로 추진된다. 이 노선이 개통되면 의정부~삼성이 기존(지하철 기준) 74분에서 16분, 덕정~청량리가 50분에서 25분, 수원역~삼성역은 78분에서 22분으로 줄어든다. 정부는 내년 초 재정 또는 민자 등 사업추진방식 결정과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할 예정이다.

인천 송도~남양주 마석을 잇는 지티엑스 B노선은 사업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추진이 더디다. 사업이 본격 추진되려면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사업편익비용(B/C) 값이 1.0을 넘어야 하는데, 2014년 실시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타조사 결과 B노선의 사업편익비용 값은 0.33에 그쳤다. 국토교통부와 인천시 등은 B노선의 경제성이 낮게 나오자 송도~서울 여의도~용산~청량리로 이어지는 기존 노선(48.7㎞)을 남양주 마석까지 총 80.1㎞로 연장하는 등 사업계획을 대폭 수정해 예비타당성조사를 진행 중이다. 예상 사업비가 5조9038억원에 이르지만, 현재 진행 중인 예타에서도 여전히 경제성이 기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수도권 기초단체장들이 예타 면제를 요구해 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검토 중이다. B노선이 개통되면 인천 송도에서 서울역까지 기존 82분에서 27분으로 단축된다.

■ 수도권 쏠림 막을 균형발전 필요

서울 외곽 도시 주민들의 기대감과 달리, 광역급행철도가 개통되면 수도권 전역의 이동시간이 1시간 이내로 좁혀져 수도권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지방의 경쟁력이 더욱 낮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방대학 획기적 육성, 공공기관 이전, 문화시설 등 인프라 확충을 통해 수도권 쏠림 현상을 막도록 지역 균형발전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민원 광주대 교수(혁신도시 특별위원장)는 “비수도권에 투자를 해도 모든 자원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상황이다. 지티엑스가 개통되면 수도권 블랙홀 현상이 심화돼 국가 균형발전은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B노선에 대한 예타 면제 검토와 관련해 “예타 면제는 비수도권에 한정돼 논의가 돼야지 수도권 내부에서 불균형이 약간 있다고 해서 수도권을 대상으로 검토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는다. 이는 수도권 지역을 한번에 메가수도권으로 만들려는 발상으로 국가 균형발전 측면에서도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꼬집었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도 “세 노선이 개통되면 수도권의 외형이 팽창해 거대 대도시권이 되고 수도권 주변 집값이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 블랙홀 심화와 서울 투자개발 이익을 지역과 어떻게 나눌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의 좌절감이 커지면 수도권에 사람이 몰리게 되고, 주택과 교통 문제가 발생해 대형 투자가 다시 필요하게 된다. 이런 악순환을 끊으려면 (비수도권에 대한) 대응투자가 반드시 연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시각도 있다. 강현수 국토연구원장은 “케이티엑스(KTX)로 서울에서 대전이나 대구까지 1시간 반 정도면 가는데 서울에서 인천 가는 데도 그 정도 시간이 걸린다. 지티엑스는 서울 접근성보다는 경기도 각 지역 간 최단시간 연결 효과를 가져와 수도권 내부의 공간체계 효율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7호선 양주유치 범시민연대’ 김종안 대표는 “지난 65년간 모든 개발행위를 금지해 낙후된 접경지역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한해 예타 면제를 법제화해 남북경협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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