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데일리

원전 멈추자 전기료 4년새 25%↑..지원 줄이자 사라진 태양광

김형욱 입력 2018. 12. 18. 06:02 수정 2018. 12. 18. 10:02

기사 도구 모음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팩트체크]탈원전하면 전기요금 오를까?
재생에너지, 효율 떨어지는 '한계'
日, 원전 54기중 9기 가동 재개
"사고나면 어쩌나" 원전 불신 여전"
"재생에너지로는 전력 확보 불충분" 지적
지난해 재가동을 시작한 일본 다카하마 원전 3·4호기. AP=뉴시스
[도쿄(일본)=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이후 일본정부의 적극적 지원에 힘입어 급성장해온 일본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재정부담을 이유로 정부가 지원을 축소한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생산효율성 향상이 우선돼야 한다는 판단아래 기술개발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원금 줄자 사라진 태양광 붐

일본은 수년 전까지만 해도 ‘태양광 붐’이 거셌다. 정부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재생에너지 지원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재생에너지 발전을 10~20년 동안 매입 가격을 보장해주는 고정가격매입제도(FIT)를 도입했다. 기업들은 정부가 2012년 기준 1㎾당 40엔(산업용 기준·약 400원)에 10~20년 동안 전기를 사주겠다고 하자 너도나도 태양광·풍력발전 사업에 뛰어들었다. 시장 규모는 2~3년 새 8배 가량 급성장했다.

최근 상황은 달라졌다. 정부가 지원금을 1㎾당 18엔까지 줄였다. 6년 만에 절반 이하가 된 것이다. 일본 정부는 2022~2024년까지 이를 다시 8.5엔 수준까지 낮추기로 했다. 정부 지원 축소와 함께 신재생에너지 시장 성장세도 급격히 위축됐다.

태양광 설비인증 누적 용량은 2015년 82.6GW를 정점을 찍었으나 이후 감소세로 전환했다.

일본 후지경제연구소 관계자는 “현 추세라면 2025년엔 현재의 절반 수준까지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소가 ‘규모의 경제’를 형성하면 자생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론 원자력·화력 등 기존 발전소와의 효율 격차를 극복하지 못한 셈이다. 교세라의 미에현 태양광 패널 공장과 파나소닉의 시가 공장은 지난해 문을 닫았다. 솔라프론티어 구니토미공장도 생산량을 30% 줄였다.

재생에너지 비율을 2030년까지 22~24%로 올리겠다는 일본 정부의 계획도 이대로면 달성이 어렵다. 현재 일본 내 재생에너지 비율은 약 14.5%(수력+신재생에너지 2016년 기준)다.

일본 정부의 재생에너지 고정 매입가격과 일본 가정용 전기요금 연도별 추이.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비용 부담 속 원전 재가동…당장은 대체에너지만 한계

결국 문제는 비용 부담이었다. 후쿠시마 사태로 원전 가동이 중단되면서 일본 일반 가정의 평균 전기요금은 4년 새 25.2% 늘었다. 2010년 ㎾h당 20.37엔이던 전기요금이 2014년 25.51엔이 됐다. 원전이 재가동하기 시작한 2016년이 되서야 예년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린 건 고스란히 전기료 부담이 됐다. 일본 가정의 전기료에는 약 10%의 재생에너지발전 부과금이 붙고 있다. 재생에너지 지원금액을 줄이기는 했으나 전기료에 붙는 재생에너지발전 부과금은 지금도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기존 시설에도 10~20년치 고정가격 매입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어쩔 수 없이 2014년 완전 중단했던 원전을 2015년부터 다시 돌리기 시작했다. 현재 54기 중 9기가 운영 중이다. 2030년까진 원전 비중을 다시 22%까지 늘리기로 했다.

원전은 1980년대 이후 30년 동안 일본 전체 에너지원의 30% 전후를 도맡아 왔다. 1990년대만 해도 세계 주요 원자력발전 설비 공사를 독점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후쿠시마 사태를 전후로 일본의 원전 산업은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한국에게도 뒤처졌다. 그나마 남은 영국과 터키의 원전 사업도 최근 결렬 위기를 맞고 있다.

일본 정부의 전력에너지 비중 연도별 추이. 일본 경제산업성 제공
◇에너지 전환 정책은 계속…기술력 확보 ‘총력’

일본이 에너지전환 정책을 아예 포기한 건 아니다.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과거 30~40%에서 20% 수준까지 낮추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현 15%에서 30%까지 늘리겠다는는 계획은 유효하다. 정부는 후쿠시마 사태 후 54기 원전에 대한 정밀 안전조사를 거쳐 15기를 폐로키로 했다.

원전이 대한 일본인의 불신은 여전하다. 후쿠시마 사태로 위험성을 경험한데다 허술한 원전 운영 실태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도쿄의 직장인 토미야마(富山·57)씨는 “원전을 완전히 제어할 수 있을 때까진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친환경 에너지를 썼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현실적 필요 때문에 원전 재가동을 눈감아주고 있는 것뿐이다.

후쿠시마 사태 처리는 여전히 골치아픈 문제다. 이를 운영해 온 도쿄전력은 완전 복구에 21조엔(210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연 5000억엔씩 42년을 투입해야 하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공적 자금 투입도 불가피하다.

일본 정부와 기업, 연구소는 신재생에너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31층짜리 요코하마 다이와 빌딩 벽면에 대형 태양광발전 패널을 설치하고 바다 위에 부유식 해상풍력발전기를 띄운 것도 효율화를 모색하는 과정다. 해수온도차 발전 기술도 주요 연구과제로 꼽힌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바람 방향과 강도를 고려해 미세 조정해 효율을 높이는 기술도 선보였다.

일본 전력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 관계자는 “현실적인 비용 부담에 따른 속도 조절일 뿐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원전과 화력을 줄이고 친환경 발전 비중을 늘린다는 기본 에너지 전환 계획엔 변함이 없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김형욱 (nero@edaily.co.kr)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