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후쿠시마 사케·라면 몰래 팔았다 덜미..사과·보상 안 해

안소영 기자 2018. 12. 19.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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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가 원전 폭발 사고로 방사능에 오염된 일본 후쿠시마 지역에서 생산한 라면과 술(사케)을 소비자 몰래 들여와 팔다가 적발됐다. 홈플러스는 해당 제품을 매장에서 전량 회수했으나, 공개 사과와 피해자 보상 대책을 내놓지 않아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홈플러스가 소비자 몰래 판매하다 적발된 후쿠시마산 사케./ SBS 화면 캡처

이미 제품을 구입해 먹은 소비자들은 병원을 찾아 방사능 피폭 검사를 받는 등 혼란에 휩싸였다. 이와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홈플러스와 해당 제품에 대한 조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홈플러스와 SBS 등 일부 언론에 따르면, 대형 할인마트인 홈플러스는 후쿠시마산 일본 청주인 사케를 소비자 몰래 판매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제품은 ‘세이류노 카나데 팩’으로 동일본지진으로 폭발한 후쿠시마 원전과 불과 82km 떨어진 곳에서 제조된 술이다.

홈플러스는 세이류노 카나데 팩 사케를 판매하면서 다른 외국산 제품과는 다르게 제조사 주소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았다. 판매했던 제품 뒷면의 스티커를 떼자, 제조사 주소는 적혀있었지만 ‘후쿠시마현’이라는 글자는 빠져있었다. 우리나라식으로 보면, 시나 도를 빼고 제조사 주소를 표기해 소비자가 원산지 후쿠시마를 파악하기 어렵게 한 것이다.

이와 관련 해당 제품을 구입한 한 소비자는 "원산지 후쿠시마가 표시돼 있었다면 절대 사지 않았을 것"이라며 "홈플러스가 소비자를 완전히 속인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세이류노 카나데 팩은 일본제조사, 일본 유통업체, 국내 수입업체를 거쳐 홈플러스에 들어온다"며 "일본 유통업체가 자의적 판단 하에 일본제조사에 디자인 수정을 요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일본 자체 디자인이나 표시사항에 대해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며 "앞으로 제조사 주소까지 확인 후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일에는 홈플러스가 후쿠시마산 라면을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홈플러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오타루 시오 라멘’의 판매를 중단했다. 당시 제품 포장지에 적힌 일본어 설명에는 제조사 주소가 후쿠시마현으로 돼있었지만, 한국어로 쓰인 ‘식품위생법에 의한 한글표시사항’에는 원산지가 ‘일본’으로만 표기돼있었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 / 조선DB

홈플러스 측은 식약처 규정에 따라 자세한 주소를 표기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식약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원산지는 ‘국가명’만 표기하면 돼서 가이드라인을 지킨 것"이라며 "방사능 검사에서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지만 소비자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소비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대형마트에서 원전 폭발로 방사능에 오염된 후쿠시마 지역의 상품을 버젓히 판매하다니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직장인 김보미(27)씨는 "과자, 사탕 등 후쿠시마산 상품이 알게 모르게 가공품으로 들어오는 게 많은 것 같다"며 "정부가 제대로 막지 않는다니 앞으로 원산지까지 보고 사야 하나 싶을 정도"고 말했다.

일본 후쿠시마산 식품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논란이 되고 있다. 당시 후쿠시마현에 있던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사능이 노출되면서 후쿠시마산 식품에 대한 안전성 우려가 불거졌다.

정부는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후쿠시마와 인접 지역의 농산물 27개 품목과 수산물 전 품목의 수입을 금지했다. 하지만 가공식품은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후쿠시마산 식품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산 식품 수입을 제한하고 있고, 대만은 최근 국민투표에서 후쿠시마 농수산물 수입금지를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내에서도 후쿠시마산 식품 가격은 전국 평균을 밑돌거나 유통판로가 회복되지 않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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