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임종헌측 "보고서 작성지시, 직권남용 성립 안돼"

한광범 2018. 12. 19.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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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관은 법적 복종 의무 있어..의무없는 일 아냐"
"일선 재판부는 독립된 기관..보고서 작성은 자발적"
檢 "위법부당 보고서 작성지시, 직권남용 해당" 반박
검찰 증거 열람복사 공방에 法, 임종헌측 손 들어줘
내년 1월9일 준비절차 마무리..2월 첫공판 전망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사법농단 핵심 인물인 임종헌(59·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 측이 사법농단 관련 문건 작성 지시와 관련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법원이 모든 검찰 기록 열람·복사를 권고함에 따라 임 전 차장 사건은 다음 재판에서 공판준비 절차를 마무라하게 됐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재판장 윤종섭) 심리로 열린 2회 공판준비기일에서 임 전 차장 변호인단은 “임 전 차장의 구체적 행위는 차장과 기획조정실장 직무범위에 해당하지 않아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엔 임 전 차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은 공판기일과 달리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다.

변호인단은 “법원행정처 수행 업무는 기본적으로 재판이 아닌 사법행정”이라며 “행정처 소속 심의관은 소속 실·국장의 지시를 받고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 업무를 수행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국장 지시를 받아 보고서를 쓴 건 의무 없는 행위를 하도록 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또 심의관이 아닌 일선 재판업무 수행 법관에 사법농단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한 것에 대해서도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종헌, 첫재판 이어 불출석…준비기일엔 출석의무 없어

변호인단은 “일선 재판부는 법원행정처와는 별개의 독립된 기관으로서 법원행정처 차장이니 실·국장에게 복종할 의무가 없다”며 “일선 법관이 일방적 지시가 아닌 법원행정처 차장 등의 부탁을 수락해 자발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면 의사결정 자유 침해가 아니라서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공무원의 직무범위에 해당하는 사안이라도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사실행위를 하게 했다면 자신의 직무집행에 귀결이니까 다른 사람에게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검찰은 “심의관이 실·국장 지시를 받아서 보고서를 쓰는 것이 의무 없는 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이건 정당한 명령일 경우에만 해당한다”며 “임 전 차장의 위법 부당한 명령에 따라 한 보고서 작성인 만큼 의무없는 일이나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은 지방법원 부장판사로 나가기 직전의 중견 법관들”이라며 “개별 심의관 업무분장을 보면 상당부분은 중요 결재권자이고, 이들이 작성한 보고서도 중견 법관의 전문적 경험 지식이 바탕이 된 사실행위여서 직무보조자의 보좌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진=뉴시스)
이번 재판에서도 첫 재판과 마찬가지로 수사기록 제출여부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단 간의 치열한 공방이 재연됐다. 하지만 법원이 임 전 차장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검찰은 다음 재판 이전에 모든 기록을 열람·복사해주기로 했다.,

변호인단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목록에 있는 서류 및 저장장치에 있는 일체의 모든 자료에 대해 열람·복사를 요청한다”며 “사실관계 의견은 열람·복사가 끝나야 정리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핵심적인 것은 (조서 속) 진술에 동의할지 여부인데 동의 서류가 많으면 많을수록 재판이 신속하게 되니까 검찰 자료를 꼭 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형사소송법에 의해 공범 수사때문에 전체적인 열람·복사는 제한했지만 공판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절차 협조를 위해 중요한 네 파트의 공소사실 중 2만 쪽에 달하는 한 부분은 온전히 해드렸다”며 “재판 공전을 막기 위해 최대한 제공해주고 있는데 변호인단이 기록 일부라도 보고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주고 향후 심리에 대한 방향을 말해줘야 건설적인 재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일단 검찰에 수사기록 열람·복사를 허용해줘야 한다는 견해를 밝혀 임 전 차장 측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다음 기일은 내년 1월9일 이전까지 열람·복사를 마무리하고 변호인단에 이에 대한 의견 정리를 마무리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임 전 차장 사건은 다음 공판준비기일에서 준비 절차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통상적인 일정을 고려하면 임 전 차장 사건의 첫 공판은 2월 중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공소장일본주의 공방 지속…變 “여론몰이 공소장” vs 檢 “공소사실 이해부족”

공소장일본주의 위배 여부에 대한 공방도 이어졌다. 변호인단은 공소장 일본주의 관련해 “244쪽에 달하는 사법사상 최장의 공소장을 읽으며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일탈 남용을 회고하는 백서를 보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 공소장을 읽어보면 그 자체로 유죄로 보일 정도로 검찰의 부정적 평가가 들어있다. 이것이 공소장 일본주의의 정신을 위배했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 공소장이야말로 검찰 수사과정상 문제점이 집약돼 있다”며 “그 사이에 일어났던 피의사실 공표행위, 여론몰이로 인해 임 전 차장은 이미 여론의 법정에서 심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언론에서 이 사건은 사법독립을 훼손한 반헌법적 중범죄로 보도했다. 검찰이 성격을 처음부터 규정하고 언론에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연장선상에서 공소장이 작성됐다는 걸 변호인단은 우려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검찰은 “기본적으로 공소사실 기재는 역사적 발생 사실을 증거로 판단 해석해 기술하는 것으로 준사법기관인 검찰 의견이 반영된 결과물 일수밖에 없다”며 “검사 의견이 있으면 무조건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공소사실에 대한 이해부족인 것 같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5년 동안 여러 동기와 목적에 의해 범행이 이뤄졌고 공모 관계도 다양하다. 법원행정처와 법원 내부에서 일반인 몰래 은밀하고 조직적, 반복적으로 행해졌다”며 “관련 사건과 단체 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수밖에 없고 임 전 차장이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와 목적을 설명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광범 (toto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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