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성추행·폭언.. 난장판 된 UAE원전 건설현장

안준호 기자 2018. 12. 20.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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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직원들 올해만 사고 4건

우리나라가 처음 수출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현장에 파견된 한국수력원자력 소속 2급 직원 A씨는 지난달 4일 한국으로 소환됐다. 바라카 현장에서 비정규직 동남아 여성을 수개월 동안이나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A씨에 대해 자체 조사를 벌여 보직 해임했다. 피해 여성은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당하면서도 직장을 잃을까 봐 주변에 알리지도 못했고, 피해 여성 아버지가 UAE 한인회와 한수원에 조치를 요구하면서 알려졌다.

바라카 원전 건설 현장에 파견된 한수원 직원들이 잇따른 일탈 행위로 물의를 빚고 있다. 여기에 파견 직원의 어학 능력이 수준 미달이라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이러다가 추가로 수조원을 벌 수 있는 장기 정비 계약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성추행·폭언·음주운전 등 물의 일으켜 바라카 원전은 한국이 2009년 처음이자 유일하게 수출한 원전이다. 바라카는 '신이 내린 축복'이라는 뜻의 지명으로, 이곳에 1.4GW급 한국형 원전 4기가 건설되고 있다. 우리가 독자 개발한 3세대 원자로 APR1400이 설치됐다. 건설 사업 규모만 20조원 넘는 대형 프로젝트로 원전 4기 건설 공정률은 91% 정도다. 지난 3월 완공된 1호기는 내년 말이나 2020년 초 상업 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수원이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UAE 현지에는 한수원 직원 897명이 파견되어 있다. 이들은 올 한 해 4건의 사건·사고를 일으켰다. 종류도 다양하다. 지난 3월 건설직 3급 직원이 술 마시고 운전하다 적발됐고, 5월엔 시운전 업무를 담당하는 4급 직원이 금지된 주류를 반입하다 단속에 걸렸다. 지난달엔 시운전을 담당하는 또 다른 4급 직원이 동료에게 폭언을 퍼부어 물의를 일으켰다. 이 3명은 모두 감봉 1~3개월의 징계를 받고 국내에 복귀했다.

◇어학 기준 미달자 15%, 토익 200점대도 현지에서 원전 운영 지원을 맡은 한수원 직원의 외국어 능력도 문제가 되고 있다. 현지 UAE 원전 관계자들과 의사소통이 힘들다는 것이다.

한수원은 '바라카 원전 직원 파견 기준'을 만들었는데 원전 운영 지원 직원의 영어 능력은 토익(TOEIC) 점수가 700점 이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운영 지원 파견 근로자 729명 중 109명(15%)이 이 기준에 미달되는데도 파견됐다. 600점대 73명, 500점대 20명, 400점대 8명, 300점대 5명이었다. 200점대 파견 근로자도 3명이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핵심 기술 인력을 파견하려다 보니 토익 점수보다 기술 능력을 더 중요시한 것"이라며 "기준에는 미달되지만 현지 전문 통역사가 있고, 전문 분야에서 의사소통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내년 초 장기 정비 계약 수주 불투명 한수원은 내년 상반기 예정된 바라카 원전의 장기 정비 계약(LTMA) 국제 경쟁 입찰에 같은 한국전력 계열사인 한전KPS와 함께 나선 상태다. 장기 정비 계약은 한수원이 지난 2016년 따낸 9억2000만달러(약 1조원) 규모의 원전 운영 지원 계약(OSSA)에 이은 대규모 사업이다. 계약 기간은 15년으로 금액은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라카 원전에는 한국형 원전이 설치되는 만큼 정부와 업계는 운영 지원 계약에 이어 장기 정비 계약도 당연히 한수원이 따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국제 경쟁 입찰 방식으로 진행되고, 미국·영국도 참가한 상태여서 업계에서는 한수원 수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지난달 UAE는 프랑스 국영전력회사(EDF)와 바라카 원전의 안전·방사능 방호·연료 주기 관리·환경 모니터링 등 운영·유지 보수와 관련된 계약을 체결했다. 정부와 한수원은 "우리가 이미 수주한 운영 지원 계약 등을 바탕으로 장기 정비 계약 수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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