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뚱뚱한 여자 출연 금지" vs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양영은 2018. 12. 20.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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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오파트라의 나라 이집트가 최근 비만 논쟁으로 뜨겁다.

음식의 질과 합리적 가격, 선택의 다양성 등을 비만률과 당뇨율과 함께 측정한 '옥스팜 세계 음식 지수(Oxfam Global Food Index)'에 따르면, 이집트는 같은 중동 국가들 가운데에서도 51위의 요르단, 71위의 사우디 보다도 훨씬 뒤쳐져, 전체 100개 나라 중 80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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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오파트라의 나라 이집트가 최근 비만 논쟁으로 뜨겁다. 그냥 비만도 아니고 특히 여성들의 비만 때문이다. 이집트에는 '미스 비만 미인 선발대회'가 있을 정도로 여성들의 비만 문제가 심각하다. 전체의 65퍼센트 정도가 과체중 또는 비만인 남성 인구에 비해 여성들의 경우는 네 명 중 세 명이 과체중이나 비만이다.(15세 이상 기준)

특히 세계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패스트 푸드 섭취가 늘면서 지난 30년 간 비만률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자선단체인 옥스팜(Oxfam)은 이집트 음식이 세계에서 가장 건강하지 않은 음식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음식의 질과 합리적 가격, 선택의 다양성 등을 비만률과 당뇨율과 함께 측정한 '옥스팜 세계 음식 지수(Oxfam Global Food Index)'에 따르면, 이집트는 같은 중동 국가들 가운데에서도 51위의 요르단, 71위의 사우디 보다도 훨씬 뒤쳐져, 전체 100개 나라 중 80위를 차지했다. 최상위권에는 유럽의 네덜란드와 스위스, 프랑스 등이 자리했고, 차드가 꼴찌였다.

이집트의 비만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이집트 성인의 70~75퍼센트 정도가 과체중 또는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고, 전 세계에서는 14번째로 과체중 비만 인구가 많은 나라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집트 정부가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더 정확히 말하면, 대통령이 나서서 한 달 사이에 무려 두 번이나 경종을 울렸다. 전직 군인 장군이기도 한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은 지난달 월드유스포럼에서 정부와 사회가 "자기관리를 하는 문화"를 정립해야 한다며 청소년들의 과체중 문제에 비판을 제기한 데 이어 지난 15일 또 다시 '체중 관리'에 관한 즉석·즉흥 연설을 한 것이다.


"이집트 사람들은 대부분 과체중이나 비만이다. 계단을 오르고 걸을 수나 있는지. 무려 1,100만 명의 시민들이 당뇨, 혈압, C형간염, 비만 등의 질병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우리는 왜 스스로를 이렇게 대우하고 있는가"

보건부 장관으로부터 발표를 청취하던 중 갑자기 끼어든 시시 대통령은 장관의 발표 도중 무려 20분 동안이나 마이크를 잡았다. "이집트 국민들은 더 많이 움직여서 살을 빼야 한다. 특히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방송 프로그램 출연자들부터 건강과 체중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 이집트 국민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기관과 언론이 힘을 합쳐 건강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시 대통령은 비만이 고혈압과 심장발작, 뇌졸중을 증가시키는 원인임도 상기시켰다.

국가 비상사태 아래서 이집트를 철권통치 중인 시시 대통령은 같은 날 관계장관들에게 '전국 단위의 건강관리 캠페인을 마련하고, 대학을 포함한 모든 국립학교에서 체육 활동을 핵심 과목으로 지정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마라톤 등 더 많은 스포츠 경기를 개최하라'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집트 교육부는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던 다음 날 "내년부터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정기적으로 조깅 혹은 마라톤을 시킬 것"이라며 "학생들이 비좁은 놀이터를 벗어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집트의 보건인구부 장관 할라 자예드(Hala Zayed)


이집트에서는 2016년부터 이미 과체중 여성들의 TV 프로그램 진행과 출연을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조치는 내년에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비만은 질병에 이르는 지름길이라는 것. 그리고 국민 건강을 위해 지도자와 정부가 앞장선다는 것. "뚱뚱한 사람은 TV 출연 금지"라는 극단적인 조치까지는 아니지만, 이런 방침과 방향 자체는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 지금 이집트의 상황이다.

하지만 이집트 국민들에게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닌 듯하다.

"국민 개개인의 체중 관리가 아니라 높은 물가와 실업률, 공공 의료 시스템 개선이 더 급선무 아닌가?"
"TV 프로그램 출연자 제한을 대통령과 정부가 논하다니... 정부는 독재가 비만의 원인이라는 것을 모르는가? 우울하면 식욕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진정 모르나보지?"
"인플레이션이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데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을 피하려고 '체중 관리' 운운하는것 같다. 그 속내를 누가 모를 줄 알고?"

SNS를 통해 엿볼 수 있는 이집트 국민들의 생각이다.

이집트 정부가 이런 민심을 어떻게 포용해내며 '비만 완화 정책'을 시행해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자전거를 타고 있는 이집트 시시 대통령 [사진 출처 : 로이터]

양영은 기자 ( yeya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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