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문제가 된 기후변화 [녹색세상]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2018. 12. 20.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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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8년도 이제 10일 정도 남았다. 올 1년간 우리 사회의 주목할 만한 환경사건으로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이틀 전 환경운동연합이 선정한 10대 환경 이슈는 월성1호기 폐쇄, 신규 원전 4기 백지화, 4대강 보 13개 개방, 침대·생리대 등 생활용품 라돈 검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카페 매장 내 일회용컵 규제·단속, 미세먼지 저감·관리 특별법 통과와 노후 석탄발전소 봄철 가동 중단, 주택가 비닐·스티로폼 쓰레기 수거 대란, 환경부로 물관리 업무 일원화, IPCC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 채택, 새만금에 세계 최대 태양광·풍력발전단지 조성 계획 발표 등이다. 여러분은 어떤 사건을 꼽겠는가?

나는 우리나라 관측 사상 최고였던 ‘폭염’을 넣고 싶다. 기후변화가 계속되고 있기에 이번 폭염은 서막에 불과할 뿐 이 기록은 갱신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기후변화는 저기 멀리 있는 북극곰이나 가난한 나라 사람들, 또 미래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에서 살고 있는 우리 문제다. 이미 기후변화를 중요한 문제로 인식한 국민은 상당히 많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실시한 2017년 국민환경의식 조사에 따르면, ‘환경’이란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로 아름다운 자연 경관(26.7%)에 이어 기후변화(25.1%)가 두 번째였다. 불과 세 해 전인 2014년에 9.9%였던 데 비해 크게 늘었다. 하지만 가장 우려하는 환경문제로 기후변화를 지목한 이들은 8.2%로, 자연자원의 고갈(20.1%), 대기오염(17.1%), 쓰레기 증가(14.0%), 수질오염(12.8%), 자연재해(9.31%)보다 적다. 여전히 그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기후변화는 자연재난이란 직접적인 영향을 넘어 지금 세계 경제를 바꾸고 있다.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인 에너지 전환의 가장 강력한 동인도 기후변화다. 향후 일정 연도부터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만 쓰겠다고 선언해 RE100이라 불리는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현재까지 158개나 된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아마존, 월마트, 이케아, BMW, GM, 스타벅스 등 알 만한 기업이 대다수다. 애플 등 이미 목표를 달성한 기업들도 여럿이다. 이들은 협력업체들에도 재생가능에너지 전력으로 부품을 만들도록 요구하고 나섰다. 우리나라에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2017년 2.8%만 재생가능에너지 전력이었기에, 이대로 가다간 수출의존도 높은 우리 경제에 심각한 경고음이 울릴 수 있다.

자동차산업에도 큰 변화가 오고 있다. 차량 배기가스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에 나서면서 미세먼지를 야기하는 경유차를 넘어 아예 내연기관차 퇴출이 가시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최근 자동차의 2030년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확정했다. 이미 2015년부터 주행거리 1㎞당 130g으로 규제하고 있는데 2021년에는 2015년 대비 15%, 2030년에는 37.5%를 감축해서 81.25g/㎞까지 줄이도록 했다. 이제 경유차만이 아니라 휘발유차도 설 자리가 없다. 결국 내연기관차 시대가 종말을 고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는 2025년, 독일은 2030년, 영국과 프랑스는 2040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이미 전기차 의무판매제를 도입했고 뉴욕 등 9개 주가 도입을 준비 중이며 중국도 2020년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스웨덴의 볼보는 내년, 일본의 도요타는 2025년, 디젤 게이트를 야기한 독일의 폭스바겐은 2026년부터 생산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이제 바야흐로 전기차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환경문제가 아니라 경제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에너지 전환정책은 에너지정책을 넘어 경제정책과 만나야 한다. 2018년은 바로 이런 시대적 패러다임이 빠르게 재편된 해였다. 2019년의 시계는 아마도 더 빠르게 움직이지 않을까?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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