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공소장에 오류만 38개.. 30분간 재판부 지적받은 검찰

신수지 기자 2018. 12. 21.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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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등 앞뒤 안맞는 내용 많아 "공소 사실 허술하다 판단한 것"

"86쪽 16행 '한편 피고인은 그 무렵…' 그 무렵이 언제입니까?"(재판장)

"명확히 기재하겠습니다."(검사)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윤종섭) 심리로 열린 임종헌〈사진〉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두 번째 공판 준비 기일에선 진풍경이 벌어졌다. 재판장이 30분 가까이 검찰이 제출한 공소장의 쪽수와 행을 하나씩 짚어가며 오기(誤記) 등을 지적한 것이다.

임 전 차장은 검찰이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실무 총책임자라며 기소한 사람이다. 재판장은 210쪽짜리 공소장(범죄일람표 제외)에서 총 38곳에 대해 검찰에 설명을 요구했다. 날짜나 명칭, 직책을 잘못 쓴 단순 오기부터 불분명한 기재, 앞뒤가 맞지 않는 기재 등 유형도 다양했다. 통상 준비 기일에 재판부가 공소장에서 일부 불명확한 부분에 관해 검찰 측에 설명을 요구하기는 하지만 이렇게 많은 부분을 지적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재판장은 임 전 차장이 옛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지위확인 소송 항소심 재판에 개입한 혐의와 관련해 고영한 당시 법원행정처장을 공범으로 기재한 부분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공소장에는 '피고인은 고영한 등과 공모해 문모 심의관으로 하여금 재판부 설명자료를 전달하게 해 그 내용을 보고서로 작성하는 등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기재돼 있다.

이에 대해 재판장은 "이 보고서는 2015년 11월에 작성됐는데 2016년 2월에 법원행정처장으로 부임한 고영한이 공범자로 기재돼 있다"며 "공소사실을 검토해 적절한지 답변해 달라"고 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지 3개월이 지나 부임한 고 전 처장이 어떻게 공범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임 전 차장이 2016년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의장 선거에 개입한 혐의와 관련해서도 오류를 지적했다. 공소장에는 정모 판사가 작성한 2016년 3월 24일 자 문건과 관련해 '해당 법관(박모 판사)이 단독판사회의 의장이 되지 못하도록 대응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사법행정의 한계를 넘어 위법하다'고 돼 있다. 재판장은 "그 문건은 박 판사가 단독판사회의 의장으로 선출된 2016년 3월 21일 이후에 작성됐다"며 "문건 내용으로 해당 법관이 의장이 되지 못하도록 검토했다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했다.

재판장은 또 공보관실 운영비를 불법 편성·집행한 혐의와 관련해선 "공보관실 운영비 합계 3억5000만원을 대법원장이 사용해 합계 3억5000만원의 이득을 취득했다고 썼는데 여기서 재산상 이득을 취득한 게 누구인지 분명치 않다"고 했다. 검찰은 이 같은 지적들에 대해 "의견서로 설명하겠다"고 답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재판장이 검찰의 공소 사실이 허술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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