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30분 일해 1만4400원"..'카카오 카풀' 크루 3일 해보니
카풀(승차공유) 서비스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일반 시민들은 승차난을 해소하고 이동수단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기대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택시업계는 업계 종사자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카풀 반대를 외치고 있다. 카풀 크루(운전자)들의 운행이 확대되면 택시기사들의 수익이 그만큼 줄어들 것이란 우려에서다.
카풀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카카오는 일단 카풀 정식 서비스를 내년으로 미룬 상태지만 현재 일부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시범서비스는 진행 중이다.
카풀 크루의 생활은 어떨까. 실제 택시기사들을 위협할 만큼의 수익이 날까. 여러 궁금증을 안고 지난 14일부터 약 3일간 카카오 카풀의 크루로 활동해봤다.
◇하루 2회 운행, 얼마 벌까?
카카오 카풀의 기본 요금은 3000원이다. 발생요금에서 수수료 20%를 카카오가 가져간다. 운행 횟수는 하루 2회로 제한되지만, 운행 시간은 제한이 없다.
#운행 첫날…2시간30분 일해 '1만4400원'
지난 14일 금요일 저녁 6시40분 광화문 회사 인근. 퇴근길에 호기심과 기대감을 갖고 카풀 크루 첫 활동을 시작했다. '호출받기'를 누르고 목적지를 기자가 살고 있는 경기도 구리시로 정했다. 기다리다 보니 호출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들어오는 호출은 모두 집 방향과 거리가 멀었다. 게다가 '카풀'이라고 해야 하나 싶게 애매한 종로-종로 또는 용산-용산 구간이 많았다.
간간이 들어오는 호출 정보를 느긋하게 확인하다 보면 순식간에 '이미 배차되었습니다' 라는 문구가 떴다. 해당 호출도 사라졌다. 카풀 크루로 활동하는 '경쟁자'가 의외로 많아 보였다.
한참을 기다려 첫번째 호출을 수락했다. 승객의 목적지는 서초동. 하루 2회 운행이 가능했기에 일단 서초동에 간 뒤 집으로 갈 때 다시 카풀 손님을 받자고 생각하며 호출에 응했다.
첫 카풀 승객은 30대 남성. 그는 "택시가 잡히지 않아 카풀을 사용해봤는데, 호출이 생각보다 빨리 잡혔다"며 "요금도 더 저렴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첫 승객을 태우고 강남까지 이동하는데는 1시간이 걸렸다. 남산1호 터널을 통과할 때는 혼잡통행료 2000원을 기자가 지불했다. 승객은 이 요금을 누가 지불하는 지 궁금해 했다. 카카오 카풀은 이동 중 발생하는 유료 통행 요금을 약관으로 승객에게 부담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당연히 크루의 몫이라고 승객에게 설명했다.
첫 운행 후 번 돈은 9200원. 요금은 직접 받는게 아니라 카풀 크루 앱에 포인트로 적립된다.
강남에서 호출받기를 누르니 광화문보다 더 많은 호출이 들어왔다. 하지만 집 방향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호출은 없었고, 어느 정도 비슷한 방향의 호출을 받기까지는 20분이 더 걸렸다.
이번 목적지는 동대문이다. 서초동에서 승객을 태우러 가는데 20분, 다시 목적지인 동대문까지 20분이 걸려 총 40분이 소요됐다. 7200원을 적립했다. 승객은 남녀 2명. 차에 타자마자 승객끼리 대화가 이어져 섣불리 말을 걸 수 없어 온전히 운전만 했다. 대화를 계속 듣기만 해야 하는 20분이 상당히 불편했다.
이날 호출 대기 시간, 운행 시간 등을 모두 더하면 약 2시간 30분 정도를 카풀에 할애한 셈이다. 벌어들인 수익은 혼잡통행료를 제외하고 1만4400원이다.
첫 운행을 마치고 보니 '이게 진짜 카풀 서비스일까? 카카오 택시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사용자가 적어 목적지 매칭률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크루에게 오는 호출 대부분이 크루의 목적지를 별로 감안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운행 둘째날…주말 심야 호출만 50건
15일 토요일 저녁 8시. 지인과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에서 약속이 있는 날이다. 집을 나서면서 카풀 호출을 받도록 하고 10분 정도 이동했지만, 들어오는 요청은 없었다. 이후 고속도로에 진입하면서 호출받기를 종료했다. 약속을 마친 16일 새벽 3시. 집을 목적지로 하고 호출받기를 눌렀지만 이번에도 들어오는 호출은 없었다. 피곤한 탓에 이날은 공친 셈 치고, 바로 집으로 이동했다.
도착해 카풀 앱을 확인해보니 호출이 약 50건 넘게 쌓여 있었다. 이동 중 위치가 바뀌며 근처 호출이 들어온 것. 호출이 발생한 대부분 지역은 영등포, 마포, 종로였다.
#운행 셋째날…"절대 안잡힐줄 알았는데" 승객의 '환호'
17일 월요일. 광화문으로 향하는 출근길에 카풀 호출받기를 눌렀다. 출근길 이용자가 많을 것이란 생각에 시내 도로를 이용해 이동했다. 상봉-청량리-동대문 등을 지나 광화문까지 90분 정도 걸렸는데, 그사이 들어온 호출은 6건이 전부였다. 생각보다 적었다.
출근길 이동 중에 카풀을 즉석(?)으로 이용하는 건 크루와 승객 모두 어려운 일이다. 출근길 교통 혼잡 속에 아무리 가까운 곳이라 하더라도 기존 동선을 이탈하기란 쉽지 않다. 아직 시범 서비스 중이라 기능이 제한적이겠지만, 출근길은 사전에 예약 매칭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원활한 카풀 서비스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퇴근길 저녁. 출근길 운행을 하지 않아 2번 남은 횟수를 모두 이용할 생각에 목적지를 따지지 않고 바로 호출을 잡았다.
이번 운행은 안국역 인근에서 시청역 인근까지 약 15분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탑승한 여성 승객은 고맙다는 인사를 여러 번 건넸다. 그는 "여긴(안국역 앞 사거리) 절대로 택시가 잡히지 않는 장소"라며 "빈 택시가 거의 없고, 있어도 가까운 거리는 가지 않아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카풀을 눌러봤는데 바로 잡혔다"고 말했다. 여성 승객이 혼자 타는 것은 처음이기에 카풀 이용에 대한 불안감은 없었는지 묻자 "안전하지 않은 건 택시도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비교적 짧은 운행을 마치고 3200원을 포인트로 쌓았다.
두 번째 운행은 명동에서 신길동이었다. 남성 승객이 탑승했다. 카풀 이용이 어떤지 묻자 그는 "풀러스도 사용해봤는데, 카카오 카풀이 이용자가 많아 매칭이 더 빠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도 크루로 등록을 마쳤지만 아직 활동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사용해보려고 했는데, 엉뚱한 방향 호출만 들어와서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그와 짧은 대화를 마치고 운전에 집중했다. 목적지까지 1시간이 걸렸고, 8000원을 벌었다. 이날 카풀에 쏟은 시간은 약 1시간 40분 정도. 총 1만1200원의 수익을 냈다.
◇하루 수입 2만원 고작…기름값 보조 수준?
택시 서비스 이용자의 자료를 수집해 만든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에는 카풀로 인한 예상 수익이 나온다.
리포트에 따르면 승객이 택시 1회 이용 시 이동하는 평균 거리는 약 8.3km다. 이를 기준으로 크루가 하루에 기대할 수 있는 운송 수입은 1만6000원~2만 원 내외. 기름값과 수수료를 제외하고, 공휴일을 뺀 22일을 운행해도 한 달 수입 30만원을 넘기기 어렵다.
실제 운행 결과는 보고서 예상 수익보다 손에 쥐는 게 더 적었다. 카풀 크루 서비스에 사용된 총 시간은 약 4시간 30분 정도다. 벌어들인 운행 수익은 2만5600원이다. 여기서 기름값을 제외하고 남은 금액을 계산해보면 최저 시급도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카풀안심보험료 200포인트가 현재는 면제되는 상황이지만, 정식 서비스때 이마저도 크루에게 부담시킨다면 수익은 더 줄게된다.
아직 카카오 카풀은 '투잡'으로 짭짤한 수익을 기대할 만한 서비스는 아니다. 카카오가 "택시가 부족한 시간대에 기존 시장을 침범하지 않고 운행이 가능한 카풀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고 크루와 승객이 많아진다면 상황이 달라질 여지는 있다. 특히 하루 2회 운행 제한이라는 규정이 변수다. 택시업계는 "카카오 카풀이 시장 진입 후에는 하루 3회, 4회 등 계속 운행량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유 경제'로 변하는 전 세계적 흐름 속에 이용자들의 요구도 무시할 수 없다. "절대 안잡힐 줄 알았는데"라며 연신 고마워하는 승객이 괜한 인사말을 한 것은 아닐테니까.
박효주 기자 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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