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지나도..'닫혀 있는' 비상구 '열려 있는' 방화문

김민찬 2018. 12. 21.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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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꼭 1년 전 충북 제천의 한 스포츠센터를 화마가 휩쓸고 가면서 29명이 숨지고 40명 가까운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소방 시설 관리가 엉망이다" "초기 화재 진압이 부실했다" 수많은 비판과 반성이 오갔고 우리 사회는 어김없이 재발을 막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 사이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먼저 김민찬 기자가 그날과 그날 이후를 돌아봤습니다.

◀ 리포트 ▶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

불탄 건물을 가림막으로 덮어놓고 외벽은 페인트로 덧칠했지만 끔찍했던 기억은 가려지지 않습니다.

뒤틀린 창틀과 땅에 나뒹구는 무전기.

불이 난 지 1년이 지났지만 깨지고 그을린 유리창 등 화재 당시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1년 전 오늘 어머니와 여동생, 조카를 한꺼번에 잃은 민동일 씨.

경기도 고양에 사는 민 씨는 아직도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방당국이 스스로 인정할만큼 초기 대응이 미흡해 인명 피해가 컸지만 누가 책임을 져야 할 지 아직도 규명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동일/제천 화재 유가족 공동대표] "제천 화재 참사가 끝난 게 아니고 마무리된 게 아니고 계속 진행형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 (남아 있습니다.)"

뼈아픈 참사를 교훈 삼아 그 날 이후 우리 주변은 과연 안전해졌을까.

소방관들과 함께 경기도 안산과 의정부의 상가 건물 여덟 군데를 무작위로 살펴봤습니다.

먼저 탈출용 비상구.

제천 화재 때도 이 비상구가 막혀 인명 피해가 컸지만, PC방과 노래방, 식당 등이 밀집해 있는 이 5층짜리 상가 건물도 비상구 관리는 엉망이었습니다.

화재시 생사를 좌우할 비상계단을 자전거와 생활 집기가 가로막는가 하면 다른 쪽 계단은 장독대로 가득 찼습니다.

[소방관계자] "피난 상황에 대피해야 하는데 계단이니까 다 쌓아두면 안 되고" (집집마다 자전거인데…)

심지어 아예 출입을 못하게 잠가놓기도 했습니다.

[소방관계자] "바깥에서 막으면 안 돼요."

불꽃과 연기를 막아 줄 방화문도 마찬가지.

한쪽 방화문은 어디로 갔는지 사라졌고 다른 쪽 방화문은 비틀어져 아예 닫히지도 않습니다.

전선을 통과시킨다며 밀폐돼 있어야 할 방화문에 어처구니없이 구멍을 뚫어놓은 곳도 있습니다.

[소방관계자] "이게 연기를 막아 줄 거라 생각하세요?"

불과 한 달 전 소방 점검을 마쳤는데도 지적 사항이 부지기수로 나오기도 합니다.

화재시 완강기를 이용할 수 있는 탈출용 비상문은 화분과 짐으로 막혀 있고, 소화전에 있는 소방 호스는 연결조차 안 돼 있습니다.

[양성현/경기 의정부소방서 재난예방과] "관행적으로 그렇게 써 왔기 때문에 소방관이 지적을 하고 가면 그 때 뿐이죠. 인명피해가 나야 그때야 깨닫죠."

참사에 놀라 늘 구호만 요란했던 안전불감증.

제천 화재를 계기로 지난 7월 이후 정부가 전국 16만여 곳의 다중이용시설을 점검한 결과, 10만 곳이 넘는 건물에서 비상구와 방화문 부실 등이 적발됐습니다.

MBC뉴스 김민찬입니다.

김민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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