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vs경영계, 최저임금 쟁점 6가지

이창환 2018. 12. 2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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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다음달로 임박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을 두고 고용노동부와 경영계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몇가지 핵심 사안을 두고 양측의 입장이 크게 달라 내년에도 최저임금을 둘러싼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저임금 시행령 개정과 관련해서 고용노동부와 경영계가 갈등을 겪고 있는 부분을 정리했다.

1. 최저임금 산정시 근로시간에 주휴시간 포함 논란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논란의 핵심은 최저임금을 산정할 때 근로시간에 주휴시간을 합산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주휴시간은 일주일 동안 규정된 근무일수를 다 채운 근로자가 받는 8시간의 유급휴일이다.

정부는 이번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최저임금 적용을 위한 시간 수를 종전 '소정근로시간 수'에서 '소정근로시간 수와 소정근로시간 외에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 수를 합산한 시간 수'로 바꿨다.

그동안 정부는 최저임금 계산 때 이 시간을 행정해석 차원에서 포함시켰는데 이번에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주휴시간을 근로시간에 보다 명확히 명시하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월 근로시간은 하루 8시간 노동, 주5일 기준 174시간에서 209시간으로 늘어난다.

경영계는 고용부가 시행령을 개정하면 최저임금 계산시 근로시간이 과도하게 늘어나 기업의 부담이 너무 커진다고 반발했다. 5000만원 이상의 고임금을 지급받는 근로자의 최저임금 위반 사태가 다수 발생할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이미 최저임금이 과도하게 올라 기업들이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현실을 외면한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태생적으로 오류가 있는 최저임금 시급 산정기준을 적용해 왔다는 지적이다.

경영계 대표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과거 최저임금이 생계비 보장이라는 목적에 상응하다고 인식되고, 기업들이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일 때에는 정부 행정지침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면서도 "매년 정부가 최저임금 시급을 인상하면서 기업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높자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2. 연봉 5000만원 근로자도 최저임금 위반 논란

경영계는 연봉 5000만원을 받는 고임금 근로자도 최저임금 단속 대상이 되게 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너무나 비상식적인 것이며 최저임금 산정기준의 근본 문제점을 생생하게 반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최근 현대모비스와 대우조선해양 등 일부 대기업의 고임금 근로자들이 낮은 기본급 체계로 인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됐다.

경총은 "현재도 우리 기업들이 최저임금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내년 10.9% 인상이 현실적으로 닥치면 생존 여부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있으므로 정부가 불합리한 최저임금 산정기준(단속기준)을 합리적으로 시정해 국민의 경제적 고통을 완화시켜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연봉 5000만원인 근로자가 최저임금 위반이 되는 것은 산정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해당 기업의 임금체계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고용부는 근로자의 연봉이 4000만원인 A회사의 예를 들었다. A사의 기본급은 1920만원(48%)이고 격월 지급 상여금 960만원(24%), 휴가비 등 720만원(18%), 연장수당 400만원(10%)이다. 예시의 경우 상여금 600%를 매월 지급액으로 변경하면 월급기준으로 240만원((1,920+960)÷12)으로 시급 8350원 기준 월 환산액 174만5150원을 훨씬 상회한다는 지적이다.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보장을 위한 수단이므로, 월급제에서는 최소 한달 동안의 생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으로 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격월 지급되는 상여금 등을 매월 지급하도록 임금체계를 바꿀 필요가 있고 지난 6월 법 개정 시 이를 위한 취업규칙 변경 특례도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취업규칙 변경 특례를 법률에 규정한 것은 격월 또는 분기별 지급하는 상여금을 매월 지급으로 변경하는 것이 근로조건의 불이익한 변경은 아니라고 본 입법자들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이며 고임금 근로자들의 최저임금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노사 모두 법취지에 맞게 임금체계를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18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열린 소상공인 고용노동 현안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3. 대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줬나?

최저임금을 둘러싼 법적 분쟁도 꾸준히 지속됐다. 특히 근로시간에 주휴시간을 포함시키는 것에 대한 위법성 논란이 지속적으로 생겼다.

관련 소송에서 대법원은 주휴수당은 임금에 포함하되 주휴시간은 근로시간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판결을 주로 내렸다. 대법원은 지난달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기소된 기업주 재판에서 "근로시간에 유급휴일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판결은 2007년 이후 서너 차례 이어졌다.

이같은 판결에 대해 고용부는 대법원이 주휴시간을 문장 그대로(문리적)해석한 데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행정해석은 최저임금법 제정 이후 지난 30여 년간 주·월급에는 주휴수당이 포함돼 있으므로 시간당 임금 환산 시 이를 나누는 시간에도 주휴시간을 합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대법원의 판례는 현 최저임금법 시행령 제5조가 '소정근로시간 수'로만 나누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법령의 문구에 따라 문리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는 경영계 주장대로 대법원은 주휴시간이 실제 일한 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 수에서 제외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행정지침과 대법원 판례의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시행령을 빨리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경영계는 상호 불일치가 아니라 행정지침이 대법원 판결에 어긋난 것으로 행정지침이 폐기대상이라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유급휴일시간은 근로가 없는 0의 시간 값을 갖는 것으로 대법원도 이 점에서 소정의 근로시간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행정지침을 실효(失效) 시킨 것이라는 반박이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임서정 노용노동부 차관(왼쪽)이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과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과 관련해 면담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4. 최저임금 산정시 주휴시간 빼면 월급제 근로자 임금 16% 삭감되나

고용부는 최저임금 산정시 주휴시간을 빼면 월급제 근로자의 임금이 16% 삭감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주휴수당 제도는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인 1953년부터 도입된 제도로 이제까지 산업현장에서는 주휴수당이 포함된 임금총액이 인건비의 기본으로 작동돼 왔다고 고용부는 밝혔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주휴수당을 제외하게 되면 월 170만~180만원을 받는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제 근로자의 경우 임금이 약 16% 삭감돼도 최저임금 위반이 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주휴수당을 포함한 임금을 월급으로 받는 노동자는 주휴수당(월 노동시간 209시간 중 주휴시간 35시간에 해당하는 수당) 만큼의 임금을 덜 받아도 최저임금 위반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결과적으로 임금이 16%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영계는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금지로 인해 기업이 주는 월급은 정당한 이유 없이 삭감할 수 없다며 월급은 결코 삭감되지 않으며, 다만 향후 최저임금 인상 부담이 완화될 뿐이라고 했다.

이는 2년(2018~2019)간 30%에 가까운 고강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더 이상 감당능력을 상실한 기업들이 보다 시간을 가지고 풀어나갈 여지를 얻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5. 일은 안하고 돈받는다? 유급휴일 논란

주휴시간과 주휴수당 등 유급휴일이라는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됐다.

경영계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는 사례가 거의 없는 불합리한 법정 유급휴일제도를 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급휴일제도는 과거 개발도상국 시절에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임금을 받았던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인데 이미 최저임금이 경제력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에서 더이상 유급휴일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기본적으로 임금구조는 국가마다 일률적일 수 없으며 아울러 주휴수당은 우리나라 외에도 멕시코, 브라질, 콜롬비아, 터키, 대만, 태국 등 일부 국가에도 있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멕시코, 브라질, 콜롬비아, 터키, 대만, 태국, 스페인, 인도네시아 등 8개국에서 주휴수당(유급휴일)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거나 월 최저임금에 주휴수당 개념이 포함됐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6.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임금체계 가진 나라

한국의 임금체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복잡하다는 것은 정부와 경영계 모두 인정하고 있다. 다만 한국이 복잡한 임금체계를 가지게 된 원인에 대해서는 다른 해석이다.

경영계는 선진 외국 기업들의 임금체계는 기본급에 시간외 근무수당과 성과급을 더한 단순한 구조인 반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기관)들은 기본급 이외에 상여금, 시간외근무수당, 연월차수당, 성과급, 급식비, 교통비 등을 포함한 복잡한 체계를 가졌다고 지적했다.

많은 기업에서 임금총액 중 기본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은 구조로 대다수 기업(기관) 근로자의 연봉은 월 기본급의 20배 이상인 기형적 구조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최저임금 시급이 1000원 인상되면 다른 임금항목에 대한 나비효과까지 포함해 연봉은 400만원 이상 인상되는 결과를 낳는다고 주장했다.

고용부는 이에 대해 우리나라 임금체계가 복잡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당초 저임금의 장시간 노동 구조 하에서 연장근로수당의 기초인 기본급을 최소화하기 위한 경영전략에 기인한 것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마디로 기업들이 휴일근로수당이나 야간수당 등 초과근로수당의 산정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을 줄이기 위해 상여금과 수당 등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복잡한 체계를 만들었다는 의미다.

최저임금의 인상이 그대로 기본급 인상에 반영된다는 주장도 기본급이 최저임금 수준에 해당하는 근로자의 경우에 국한된다고 정부는 반박했다.

연장수당을 제외하고 명칭에 관계없이 기본급화돼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수당들은 최저임금의 범위에 포함되기 때문에 그것으로 인해 임금 인상효과가 커지는 것도 아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최저임금법 개정 시 복잡한 임금체계를 감안해 식비, 교통비, 상여금이 포함되도록 명문화해 경영계의 주장처럼 최저임금 인상이 기업들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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