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강릉 펜션 보일러 급기관, 벌집에 막혀 있었다
펜션 가스시설 2014년 완성검사 합격, 가스안전公 점검허술
23일 한국가스안전공사의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가 난 강릉 펜션의 보일러에서는 바깥 공기가 유입되는 급기관 입구가 벌집으로 막힌 사실이 확인됐다.
이 관계자는 “가스보일러가 정상적으로 가동하려면 공기가 잘 통하도록 급기관이 확보돼 있어야 하는데 사고가 난 보일러는 벌집으로 막혀있었다”며 “일정 수준의 산소가 유입되지 않으면서 불완전연소가 일어났고, 이로 인해 마감이 제대로 안 된 연통이 떨어져 나가면서 일산화탄소가 누출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가스보일러가 정상 작동하려면 적당량의 산소가 유입하도록 급기관이 잘 뚫려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배기가스가 외부로 나가는 연통(배기관)도 마찬가지다. 보일러 본체와 연통은 내열 실리콘으로 마감하고, 스테인리스 밴딩도 고정해야 한다.
강릉지역 가스보일러 설치업체 대표 박모(62)씨는 “공기가 들어오는 급기통에 물이 차거나 막힐 경우 연소에 필요한 산소가 부족해 불완전연소가 발생하면서 폭음과 함께 연통이 이탈하는 현상이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경찰관계자는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고 원인을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2014년 4월 설치된 201호 가스보일러가 가스안전공사의 최초 ‘완성검사’를 통과한 이유를 수사하고 있다.
완성검사를 통과하려면 가스보일러를 시공한 사람의 시공 정보 등을 기록한 ‘시공표시판’을 부착해야 한다. 시공표시판에는 누가, 언제 보일러를 설치했는지 설치기준은 적합했는지를 기록한다. 201호 가스보일러의 시공표지판엔 이런 정보가 없었다.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상 가스보일러 등 가스 설비를 시공할 때는 가스안전공사로부터 완성검사를 받아야 한다. 완성검사 때는 ‘용기-배관-연소기(보일러)’를 모두 확인한 뒤 적합 여부를 판정해야 한다.
시공표시판 역시 확인사항이다. 가스보일러 등 연소기는 ‘화재와 폭발, 중독 등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안전을 확보했는지’도 확인하도록 했다. 기준을 어겼을 경우 필요한 조처를 하도록 의무화했다.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완성검사의 범위는 저장 용기~계량기까지며, 외벽에 막혀있을 경우 보일러를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며 “당시 펜션 가스시설을 담당한 직원도 보일러가 있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사고가 난 보일러 설치업자와 안전점검을 담당했던 가스공급업체를 상대로 이 보일러가 설치된 경위와 안전점검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수사 중이다.
사고 보일러는 펜션 안에 있는 나머지 4개 보일러와 기종이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보일러의 연통은 발견 당시 보일러 본체에서 빠진 상태였다.
음성·강릉=최종권·박진호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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