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토크쇼J] 저널리즘 영화와 영화 저널리즘

KBS 2018. 12. 23.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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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안녕하십니까? 송년특집 <저널리즘 토크쇼 J>입니다. 오늘 함께하실 패널분들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저널리즘 전문가 정준희 교수입니다.

[정준희] 안녕하세요? 정준희입니다.

[정세진] 팟캐스트 황태자 최욱 씨 나오셨습니다.

[최 욱] 제2의 신 스틸러(scene stealer: 주연 이상으로 주목을 받은 조연) 최욱입니다. 반갑습니다.

[정준희] 신 틸러의 의미를 잘 모르고 하는 말 같아요. 중심이 아니에요. 그건 주변이에요, 주변.

[정세진] 오늘 송년특집 주제와 관련을 해서 두 분을 초대했습니다. 먼저 KBS 송형국 영화 전문 기자입니다. 안녕하세요?

[송형국] 안녕하세요? 송형국입니다.

[정세진] 그리고 영화평론가 강유정 교수님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강유정] 안녕하세요? 강유정입니다.

[정세진] 강유정 평론가님은 저희 프로그램 보셨겠죠?

[강유정] 봤습니다. 조금 공부하는 기분으로도 봤고요. 사실 저는 <저널리즘 토크쇼 J>의 팬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최욱 씨의 팬과 동거를 하고 있습니다.

[최 욱] 저의 팬과 동거 중이라고요?

[강유정] 맞습니다. 그래서 어젯밤에 최욱 씨 만나니까 빨리 잠이 들라고 말할 정도로 제가 오늘 사실 그런데도 처음 봬서 영광입니다.

[최 욱] 고맙습니다. 남편이 제 팬이라면 남편도 품격이 있는 사람은 아니라고 봐야 하겠죠?

[정세진] 오늘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송년특집으로 마련했는데요. 지난 6개월 동안 열심히 남을 비평하면서 달려왔는데… 연말이니까 오늘은 독기를 좀 빼고 말랑말랑하게 가보고자 의도를 갖고 오늘 프로그램을 준비해봤습니다. 저널리즘을 주제로 한 영화들 함께 보시고 이야기를 나눌 텐데요. 최욱 씨는 어떠셨어요? 이런 주제를 일단 던져드렸는데.

[최 욱] 저는 살짝 걱정되는 게 뭐냐 하면요, 여기 평론가분도 계시고 전문 기자님 오셨는데, 이런 거 할 때 되면 꼭 뭔가 있어 보이는 영화, 현학적인 이야기를 좀 하려는 그런 경향, 아주 싫어하거든요. 뭔가 대중의 눈높이에 맞는 영화를 추천하고 거기에 따른 이야기를 나눴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오늘 가능하겠습니까?

[강유정] 뭐, 이미 보셨겠지만 가능하지 않을까?

[송형국] 오늘 언급되는 영화는 작품성도 다 평균 수준 이상이고요. 재미도 있습니다.

[최 욱] 그렇습니까?

[송형국] 모든 영화가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는 작품들이라서 시청자분들께 추천드릴 수 있는 작품들입니다.

[정세진] 오늘 네 분이 한 편씩 일단 추천을 해준 영화들로 모아봤습니다. 먼저 정준희 교수님의 추천 영화는 뭘까요?

[정준희] 제가 추천하는 영화는 <프로스트, vs 닉슨>이라고 하는 영화인데요. 2008년 개봉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굳이 추천해 드리는 이유는, 워터 게이트 사건(1972년 6월,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측근이 닉슨의 재선을 위해,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본부에 침입하여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 했던 사건) 이후에 닉슨이 사임하고 난 다음에 이 사람이 인터뷰를 통해서 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상태고, 그다음에 인터뷰어(interviewer: 인터뷰하는 사람)도 이 사람으로부터 뭔가를 끌어내고 싶은 궁금증을 풀고자 하는 이른바 알 권리를 대행하는 그런 차원에서 만나서 벌어지는 상당히 흥미진진한 말의 대결이에요. 이 말의 대결이 저는 저널리즘의 굉장히 중요한 본질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널리즘이 무엇인가에 대한 것을 보여주는 데 상당히 적합한 영화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정세진] 정준희 교수님이 추천하는 <프로스트, vs 닉슨> 영화 장면 함께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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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트 vs 닉슨>(2008)

영국과 호주를 전전하며 활동하던 한물 간 방송인 프로스트. 그는 우연히 TV를 통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나는 닉슨 대통령의 모습을 지켜봅니다.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한 닉슨의 사임 발표 방송. 대박을 예감한 프로스트는 닉슨에게 인터뷰를 제안합니다. 성공적인 인터뷰를 통해 뉴욕 방송국으로 복귀하려는 프로스트와 명예 회복을 통해 3년 만에 정계에 복귀하려는 닉슨. 두 사람의 대결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됩니다. 약속된 인터뷰는 모두 네 차례. 앞선 세 차례는 노련한 닉슨의 승리로 끝이 납니다. 위기에 몰린 프로스트에게 남은 기회는 단 한 번뿐입니다. 마지막 인터뷰를 준비하던 프로스트는 닉슨이 워터게이트와 관련됐다는 강력한 증거를 찾아내는데요. 닉슨을 향한 프로스트의 반격이 시작됩니다. 불법을 저지른 사실을 인정한 닉슨. 결국, 그는 사건 이후 처음으로 워터게이트에 대해 사과합니다. 진실을 가리려는 정치인과 진실을 밝혀내려는 진행자의 인터뷰 전쟁, 영화 <프로스트 vs 닉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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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이 <프로스트 vs 닉슨>, 일단 이 프로스트 역할은 실제 인물이고, 실제 인터뷰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인 거죠?

[정준희] 그렇죠. 이건 거의 모든 게 실화거든요. 두 사람이 대담을 나누는 장면은 지금도 여러분, 유튜브에서 찾아보시면 약 1시간 분량짜리로 편집된 게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도 상당히 명작이에요. 그 전까지도 이 사람(닉슨)은 자신의 불법성을 인정한 적이 없고 실제로 탄핵을 당한 게 아니라, 면책 조건으로 사임을 한 거예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 그러면 왜 닉슨은 (인터뷰에) 나오고자 했을까 그러면 자신의 정치 경력을 좀 되살리고 만만한 애(인터뷰어)를 골라다가 자기가 얼마나 훌륭한 인물이었나. 예를 들면, 중국과의 관계, 외교 문제 해결, 이런 것들에 상당히 탁월한 성과를 거둔 면도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공적을 알려서 자신이 여전히 살아 있는 정치인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거고 거기에 돈거래까지 있었던 거죠. 그렇게 해서 끌어 나와 줬는데 결국에는 맨 나중에 뭔가가 고백되는 그런 상황들이 만들어진 거, 이게 매우 큰 사건이었죠.

[정세진] 예능 MC와 정치인의 인터뷰 대결. 많은 사람이 잘 안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마지막에 한 방을 터뜨리고 원하는 대답을 끌어냈습니다. 영화 보셨어요?

[강유정] 너무 재미있는 게 닉슨이 사실, 미국 대통령이 45대 대통령 트럼프까지 있잖아요. 그렇게 많은 대통령 중에서 가장 많이 영화화된 인물이라는 겁니다. 닉슨이야말로 사실은 영화적으로 말하면 빌런(villain: 원래 ‘악당’을 뜻하는 말이지만, 최근에는 무언가에 집착하거나 특이한 행동을 하는 이들을 가리키는 의미로 확장됨), 악당이거든요. 제가 본 것만 해도 13편에 이르고 다큐멘터리까지 합치면 13편이 넘어가는 거죠. 이렇게 닉슨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건 미국의 자존심에 대한 증거인 거죠. 이를테면 우리는 대통령의 자백을 언론을 통해서 받아냈고 워낙 잘 알고 있지만, 기자들이 워싱턴포스트 기자들이 워터게이트 사건을 다 보도해서 대통령을 자리에서 끌어내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최고의 악당임에도 불구하고 닉슨에 대한 영화는 이렇게 13편씩 다양한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세진] 송형국 기자는 어떻게 보셨어요?

[송형국] 저는 우리 현실로 돌아오면 얼마 전에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신 전 대통령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잖아요. 그분도 역시나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계시고 재판조차 거부하시고 기획 재판이라고 말씀을 하시고 그걸 지지하시는 분들은 지금도 거리에서 나와서 최소한의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은 채 석방하라고 주장을 하고 계시잖아요. 그렇다면 ‘우리 언론이 지금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이 영화를 보면서 한번 생각해봐야 하겠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정준희] 저는 그게 되게 중요한 게 우리 지난 번에 다뤘던 것 중에 따옴표 저널리즘, 다시 말하면 정치인의 이야기를 그대로 그냥 퍼뜨리는 거, 그다음에 문 대통령과의 기내 간담회 문제, 기레기 소리 들었던 문제. 그다음에 정규재 TV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독점 인터뷰를 했던 장면, 이 세 가지가 함께 떠오르거든요. 언론이 권력자와의 관계에서 뭘 해야 하는가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데 정규재 TV 같은 경우는 전형적으로 스테이지드 이벤트(staged event: 미리 계획된 행사)예요. 그러니까 저널리스트가 사실을 발굴을 해내는 게 아니라 정치인이 연출하고자 하는 바를 보여주는, 자신을 변명하게 만드는 그런 자리입니다. 여기서 얻어지는 새로운 사실들은 아무것도 없어요. 이건 하지 말아야 할 인터뷰의 전형이죠. 기내 간담회에서는 정치인은 끊임없이 자기가 잘하는 걸 위주로 이야기를 하려고 하고 기자들은 부족한 부분들을 캐내려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무조건 그냥 질문을 던진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말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그런 저널리즘적 기법이나 힘이나 이런 것들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걸 생각해봐야 한다는 거죠. 전체 영화에서 관통하는 주제가 그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세진] 마지막에 프로스트가 닉슨한테 원하는 대답을 얻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프로스트가 “그런 불법을 저질러도 되냐?” 그랬더니 “대통령이 하는 일은 불법이 아니다.” 그 장면은 어떻게들 보셨는지?

[강유정] 그러니까 닉슨의 성격이 드러난 것 같아요. 결국은 인터뷰라는 게 사실에서 출발은 하지만, 그 사람의 성향과 그리고 본질을 파악하지 않으면 거기까지 못 가는 거죠. 이 사람(닉슨)이 자존심에 대한 상처는 견디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수세에 굉장히 밀리게 되면 오히려 자신이 좀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사람이라는 걸 프로스트가 안 거죠. 그래서 저는 그 사실을 활용해서 그 사람을 아주 이성적으로 계속 공격했다면 결코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을 거라고 보고요. 여기서도 보면 오히려 감성적으로 이야기했던 것이 감성적 대답을 한다고 했던 것. 그런 부분이 결국은 진실에 더 다가갈 수 있다는 거 아이러니했습니다.

[정세진] 미국에서 이런 정의로운 기자, 정의로운 저널리스트, 이런 영화들이 참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무슨 이유가 있을까요?

[송형국] 양쪽의 측면을 볼 수가 있는데요. 실제로 그런 모범 사례가 실화가 많아서 그 실화를 영화화할 수 있는 계기들이 많이 있었던 측면이 있고요. 또 반대 측면에서는 특히 공화당 집권기에 이런 영화들이 많이 나와요. 현실에 대한 반작용이기도 하잖아요, 영화라는 것이. <더 포스트>(2017)라는 영화,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들었는데 이 영화는 워터게이트 직전의 ‘펜타곤 페이퍼 사건(통킹만 사건이 조작이었다는 내용 등을 담은 미국국방부의 기밀문서가 폭로된 사건)’을 다룬 영화입니다. 그래서 이 사건을 특종 보도한 워싱턴 포스트 편집국의 이야기인데요. 이 스티븐 스필버그가 <레디 플레이어 원>(2018)이라는 대형 상업 영화를 만들던 중이었어요. 그래서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 중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무조건 자신을 비판하기만 하면 “가짜뉴스다.” 이렇게 몰아붙여버리니까 “안 되겠다. 배우분들 모여보세요.” 하니까 톰 행크스, 메릴 스트립 이런 내로라하는 세계의 스타들이 모여서 두 달여 만에 촬영을 끝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 빨리 내야 한다.’ ‘영화인으로서 지금 트럼프 시대에 할 일은 무엇인가?’라는 스필버그의 소명 의식이 드러난 작품이고요. 그래서 두 달여 만에 촬영해서 만들었는데, 올해 전미비평가협회 최고의 영화로 선정이 되고. 또 최근에, 국내에서도 주간지 씨네 21이 평론가와 기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매해 하거든요. 거기서도 올해의 외국 영화 1위에 선정된 걸작, 인정받은 그런 작품입니다. 그리고 <굿 나잇 앤 굿럭>(2005)이라는 영화도 있습니다. 이 영화는 부시 정부 당시에 만들어진 영화인데요. 50년대 매카시즘(McCarthyism, 1950~1954년 미국을 휩쓴 일련의 반공산주의 선풍으로, 논리적인 이론이나 사실의 근거 없이 정적을 비난하거나 공산주의 등으로 몰아 탄압하는 것을 뜻함)에 대항하는 CBS 방송의 에드워드 머로 앵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죠.

[정세진] 우리나라에도 기자 정신을 보여주는 그런 영화를 꼽는다면?

[강유정] 대표적으로 다뤄지는 두 작품 정도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데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사건을 다룬 <제보자>(2014)라는 작품을 임순례 감독, 여성 감독이 연출했죠. 그리고 또 하나 요즘에 기무사로 바뀐 예전에 보안사, 예전에 윤석양 이병이 양심 고백을 했던 민간인 사찰 문제를 다룬 <모비딕>(2011)이라는 작품이 2011년에 있는데요. 이 두 작품의 공통점이 뭐냐 하면 ‘제보자가 있는 언론 영화’라는 겁니다. 그래서 기자가 제보를 받고 나서 됐는데, 우리 지금 닉슨 이야기도 하고 있지만, 제보자가 밝혀지지 않거든요, 30년 가까이. 그래서 2005년에야 마크 펠트라는 FBI 부국장이라고 밝혀지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제보와 함께 기자 정신을 보여줄 수 있는 여러 가지가 나오기 위해서는 제보자가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다는 일종의 안전망이 없으면 훌륭한 저널리즘 영화가 나오기에는 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정세진] 이번에는 최욱 씨가 추천하는 언론 관련 영화를 함께 보도록 할까 합니다. 기대되는데요.

[최 욱] 오늘 소개할 영화 중 최고의 흥행작입니다. 그거에 대한 자부심이 일단 크고요. 그리고 국민이 막연하게 의심하고 있던 언론 권력 그리고 경제 권력, 정치 권력의 유착 관계와 그들의 어떤 추악함을 아주 농도 짙게 그려낸 영화, 내부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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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들>(2015)

유력 대선 후보 장필우와 대기업 회장 오현수. 유력 신문사 논설주간 이강희는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내부자들입니다. 그들을 돕는 정치깡패 안상구는, 더 큰 성공을 꿈꾸며 내부자들의 비자금 파일을 빼돌리는데요. 비자금 파일로 거래를 하려던 안상구는 도리어 처절한 응징을 당합니다. 한편 ‘빽’ 없고 족보가 없어, 번번이 승진에 실패하는 경찰 출신 검사 우장훈. 그는 안상구가 내부자들을 향한 복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출세의 지름길이 되어줄 비자금 파일을 확보하기 위해 안상구에게 접근합니다. 복수를 꿈꾸는 안상구와 출세를 꿈꾸는 우장훈의 의기투합. 이에 맞서, 쥐고 있는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내부자들의 반격.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언론과 정치, 자본의 유착을 적나라하게 폭로하는 영화, <내부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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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이 영화는 실화는 아닌 거잖아요. 실화는 아닌 거.

[강유정] 실화는 아니고.

[정세진] 믿고 싶어요. 실화는 아니라고.

[최 욱] 어떤 그런 생각을 하는 분들이 있을 거라는 걸 우려했나 봐요. 그래서 영화에 나옵니다. “실화가 아니다. 혹시 비슷한 점이 있는 것은 우연의 일치다.”라고 영화에서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정세진]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하시는지?

[정준희] 일정한 취재에 바탕을 뒀겠죠. 그리고 영화들을 만들 때 리얼리티(reality, 사실성, 현실감)가 필요하니까 여러 가지 사실들을 모자이크하는 방식을 쓰기 때문에 사람들이 알아서 해석하게 만드는 그런 방법이고요. 특정한 어떤 언론사라든가 특정한 어떤 재벌이라든가 특정한 정치인을 떠올리는 것은 보는 사람들의 자유죠.

[정세진] 이 영화가 나왔을 때 조선일보에서 박은주 당시 디지털뉴스본부 부본부장이 칼럼을 냈습니다. “좌파가 우파를 이기지 못하는 이유” 조선일보 2015년 12월 12일 자 칼럼인데요. “‘대충 디테일(detail: 부분, 또는 세밀한 것)’은 영화 내부자들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신정당 대권 후보, 조국일보 논설주간, 미래자동차 회장 ‘3각 악의 축’을 건달과 검사 연합팀이 응징한다는 내용이다. 권력이나 재벌 근처에 있었던 사람들은 ‘그들 속성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코웃음 친다. 동네 양아치 모임도 아니고 이렇게 큰 권력자들은 자기 보호 차원에서라도 영화 속 ‘성기(性器) 동맹’이나 ‘노골적 유착’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뭔가 있긴 있다는 얘기네요, 그러니까.

[강유정] 저도 그렇게 읽었어요. “성기 동맹, 노골적 유착은 없다.”라고 되게 단정을 지었는데 나머지에 관해서는 얘기를 안 하다 보니까 그러면 나머지는 이러한 농담처럼 문맥에서 읽히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정준희] 제목을 “좌파가 우파를 이기지 못하는 이유”라고 왜 굳이 달았을까 싶거든요. 갑자기 이념화되잖아요. 그러면서 “너희들이 우리 우파를 잘 모르는구나.” 쓸데 없는 자기 고백을 하는 거에 저는 더 가깝다고 봐요. 그러니까 이거는 사실 여기에서 ‘내부자들’이라고 하는 건, 누군가 우파라고 지적한 것도 아니고 사실은 그냥 권력층이라는 정도의 지적이 있었을 것 같은데 그걸 ‘권력층 = 우파’가 되고 “우리 우파는, 사실 너희는 모르는구나. 안 그래. 생각보다 훨씬 더 세련돼있어.”라고 이야기를 하는 건 어느 순간 동일시가 어떻게 돼 있는가를 보여주는 거예요. 저는 이 신문에 이분이 이른바 ‘지배적 우파’라고 하는 분들과 굉장히 동일시돼 있다고 하는 걸 보여준 그런 칼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최 욱] 맞습니다.

[송형국] 그래서 이 영화를 보면, 극적으로 과장된 건, 사실과 다른 건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는데 영화지 않습니까?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발끈하신다는 건 말씀하신 부분이 굉장히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그래서 중요한 부분은 대중이 여기에 공감한다는 것에 중요한 점이 있는 것이지 사실과 영화가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다른 점이 있다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닌데. 그래서 ‘언론이 얼마나 국민한테 불신을 받고 있으면 이런 영화의 내용이 공감을 받는 것인가?’에 대해서 스스로 자성을 하셔야죠.

[강유정] 맞아요.

[송형국] 발끈할 게 아니라.

[강유정] 저는 오히려 이 영화에서 아쉬웠던 부분은 이 당시에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았거든요, 현실적으로. 그런데 영화에서는 모든 게 해결되더라고요. 그리고 모두가 다 안전하게, 이를테면 안상구도 안전했고 우 검사도 변호사로 개업해서 안전하게 사회로 돌아왔는데. ‘정말 이런 일이 있을 때 다들 안전 귀환할 수 있는가?’ 그런 지점에서 오히려 그 점에서 비현실적이라고 느꼈거든요. 그런데 어디서 현실이라고 느꼈는지 상당히 의구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최 욱] 저희가 이 프로그램을 하고 나서 이 영화를 다시 보니까 새로이 보이는 것들이 많더라고요. 우리가 다루었던 것들이 이 영화에 많이 녹아 있더라고요. 특히나 미래자동차 회장하고 이렇게 주필하고 대화를 나누다가 신문을 내려놓는 장면 보니까 거기에 광고가 큼지막하게 들어있는 장면. 그런 것들이 우리 프로그램에서 다룬 바가 있지 않습니까?

[정세진] 그러니까 우리 프로그램 전에 봤으면 그냥 스쳐 지나갔을 텐데.

[최 욱] 그냥 흘러봤을 텐데.

[정세진] 잘 보셨네요. 이 영화는 또 많이 회자가 되는 대사들이 나왔습니다. 영화 내부자들 속의 이강희 논설주간의 명대사, 함께 보시겠습니다.

[이강희 :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고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청탁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는 ‘매우 보여진다.’라고도 쓸 수 있죠."]

[우장훈 : "지금 뭐하는 거야?"]

[이강희 : "같은 말이라도 누구는 어떠어떠하다고 보기가 힘든데, 누구는 어떠어떠하다고 매우 보여진다는 겁니다. 말은 권력이고 힘이야. 어떤 미친놈이 깡패가 한 말을 믿겠냐."]

[이강희 : "그런 조폭의 말 한 마디에 유력 기업인과 정치인, 그리고 언론의 자유와 공정성을 위해 평생을 바친 제 명예가 실추된 데 대해 매우 개탄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한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런 사건이 벌어진 것은 조폭 안상구가 알 수 없는 조직의 사주를 받은 정치 공작과 연관이 있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아, 끝에 단어 세 개만 좀 바꿉시다. ‘볼 수 있다’가 아니라, ‘매우 보여진다.’로."]

[정세진] 얄밉죠?

[최 욱] 연기를 정말 잘하시네요.

[강유정] 엄청나요.

[정세진] 어떻게 기억나는 대사들 있으신지요?

[강유정] 저는 이 영화의 가장 명대사, 기억나시죠?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

[정세진] 명대사죠.

[강유정] 제가 왜 이 대사를 다시 가져왔냐 하면 계속 이강희 주필이 말장난해요. 보카시(경계를 흐리게 함) 장난 이런 걸 하면서 “~로 보입니다. ~로 보여집니다. 의도가 있습니다. 청탁으로 보입니다. 보이지 않습니다. 정말 보입니다.” 이런 거로 장난을 치는데 사실 진심은요, 거꾸로 말해도 통하는 거거든요. 이렇게 “모히토 가서 몰디브 먹자”라고 해도 진심은 통하는 겁니다.

[정세진] 다 알아듣죠.

[강유정] 그런데 어떻게 보자면 정말 숨길 게 있고 진심을 드러내고 싶지 않을 때 소위 말하는 그 보카시 장난을 치는 건데. 이 대사가 ‘일부러 감독이 넣은 게 아닐까?’ 다 뒤집어도 통할 건 통하는 세상인데. “진실이라는 건 이렇게 오히려 진심과 마찬가지로 말장난으로만 전달되는 건 아니다.”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아서 저는 이 영화 명대사 워낙 유명하지만 다시 한 번 곱씹어 봤습니다.

[정세진] 내용 중에 또 “말은 권력이고 또 힘이다.” 이런 말을 합니다, 이강희 논설주간이. 저널리즘 측면에서 어떻게 좀 짚어볼 수 있을까요?

[정준희] 글에 힘이 있는 것은 좋은 거죠. 그런데 좋은 글에 좋은 힘이 있어야 하는데 네트워크 안에 내부자로 들어가서 만들어낸 힘이 마치 자신의 글의 힘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는 거죠. 자기 자신에게서 힘이 온다고 생각을 해요. 대단한 착각이거든요. 시스템 속에 있으므로 힘이 오는 겁니다. KBS 기자라서 기자의 힘이 있는 거고. 기득권 카르텔 안에서의 한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힘이 있는 거지, 거기의 끈이 떨어지는 순간 그 사람은 아무것도 힘을 가지지 못한 존재가 돼요.

[최 욱] 저는 이 영화에서 이강희 논설주간이 마지막에 이병헌의 손을 연필로 이렇게 찍는 장면이 나오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렇게 뭔가 우리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폭력에만 우리가 분노하고 화를 내는데, 사실 그 펜으로 더 심한 폭력을 행사해온 거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그런데 그런 거에 대해서는 조금 감수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 장면이 저한테는 굉장히 강인하게 와 닿았습니다.

[정세진] 마무리 좋은데요. 최욱 씨의 추천작, <내부자들>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송형국 영화 전문 기자가 추천하는 영화, 어떤 영화일까요?

[송형국] 2015년에 국내에 개봉한 영화인데요. <나이트 크롤러>라는 영화입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밤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사건·사고 현장을 영상으로 취재해서 그 영상물을 지역 방송사에 판매하는 프리랜서의 이야기인데요. 함께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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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크롤러>(2014)

좀도둑질로 먹고사는 루이스는 어느 날 우연히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합니다. 때마침 현장에 도착한 의문의 남자들. 특종 현장을 찍어 방송사에 팔아넘기는 프리랜서 영상 촬영 기자, ‘나이트 크롤러’들입니다. 사고 현장 영상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루이스. 총격 사건이 발생한 현장. 루이스는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피해자의 모습을 담습니다. 그는 지역 방송사 보도국장 니나에게 영상을 들고 가는데요. 첫 거래에 성공한 루이스는 교통사고, 강도, 살인사건 등 돈이 될 만한 현장이면 닥치는 대로 찾아다닙니다. 심지어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사고 현장 조작도 서슴지 않습니다. 시청률에 눈이 먼 보도국장 니나는 루이스에게 점점 더 자극적인 장면을 요구하고. 루이스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더 강렬한 영상을 탐합니다. 특종을 향한 그들의 광기를 담은 영화, <나이트 크롤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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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송형국 기자의 추천작이었는데요. 이 영화에 꽂힌 이유는 어떤 점 때문이었나요?

[송형국] 저는 지금 보신 이런 언론의 행태를 ‘불구경 저널리즘’이다 이렇게 한번 이름을 붙여봤어요. 누군가의 불행, 엄청난 인생을 바꿀 그런 불행일 거잖아요. 그것을 구경거리로 삼는다거나 뉴스 소비재로 삼는 그런 행태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봐야겠다 싶었고요. 물론 우리 언론 현실하고는 차이가 있습니다. 방송사들이 영상을 사고파는 시스템도 아니고요. 또 여기 지역방송처럼 사건 사고의 보도 비중이 대단히 큰 것도 아니지만. 정말 가슴에 기자들이 손을 얹고 생각했을 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해서만 이런 사건을 보도하는 것인가?’ 좀 깊이 있게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요.

[정세진] 영화 안에서 앵커들이 하는 뉴스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사고 영상이 매우 적나라하니 시청에 주의하십시오.” 이런 말이 참 많이 나와서.

[정준희] “큐”죠, “큐.” 보시란 얘기죠.

[강유정] 역설법처럼 보여요.

[최 욱] “여러분, 기대하십시오.”

[송형국] “잠시 후에 흥미진진한 영상이 나옵니다. 기대하십시오.”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 되겠죠.

[강유정] “아침식사 시간인데 보여줘도 되나?” 이 말도 나오잖아요.

[정세진] 맞아요.

[강유정] 아침에 아이들 등교하고, 직장인 출근 시간인데.

[최 욱] 어차피 보여주잖아요.

[강유정] 그러니까요. 시간대도 전혀 상관없이.

[최 욱] 보도국장은 거의 영화감독 같은 그런 느낌을 받았거든요. 오로지 시청률에만 신경을 쓰고.

[송형국] 극 중에서 보면 보도국장이 하는 일은 강 건너에서 벌어지는 불을 우리 쪽으로 끌어들이는, 시청자 쪽으로 끌어들이는 일을 보도국장이 합니다. 기자나 앵커 말의 방향을 좀 더 시청자와 가까운 쪽으로 “당신도 이런 일을 겪고 있습니다.” “범인들이 지금 거리를 활보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말을 하도록 지시를 한다든지. 우리로 치면 “강남 주택가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졌습니다.”라든지 이런 식으로 주제를 몰아가는 모습이 나오는데. 우리도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그것을 보편화하려는 습성이 있거든요, 우리 보도국에서도. 그런 것들을 한번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정세진] ‘실제와 싱크로율[synchronizing 비율(比率): 비교되는 대상들이 서로 어긋나지 아니하고 같거나 서로 들어맞는 비율] 면에서는 좀 약간 많이 동떨어지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송형국] 그 속에 숨어 있는 어떤 기자의 유전자라고 할까요?

[정세진] 유전자.

[송형국] “저것은 기삿거리야.” 내지는 똑같은 사안도 생생한 영상이 있으면 보도 가치가 높아지고 그 사건이 중요해지나요? 그렇지 않잖아요. 그런데 생생한 영상이 있으면 심지어 현재도 어떤 사건·사고나 제보 영상이 입수됐을 때 “저 그림 좋다.”라는 분이 지금도 계세요.

[정세진] 표현이 있죠.

[송형국] 물론 그런 말씀을 하신 분이 재난이 좋다고 말씀하신 건 아니지만, 얼마나 누군가의 불행을 대상화하고 있는가, 습관적으로. 그런 걸 볼 수가 있거든요.

[강유정] 소비자 입장도 있는 것 같아요. 무슨 말이냐 하면 새커리(William Thackeray, 19세기 영국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가 1848년에 <속물에 관한 책>을 써서 냈는데 거기에서 주로 무엇을 다뤘냐 하면, 1848년 10월 한 달간 모닝포스트의 궁정란에 실려 있는 소식들, “공주가 뭘 입었다.” “출산할 때 뭘 했다.” 그리고 “어떤 웨딩드레스다.” 이런 것들을 가지고 그게 너무나 구독률이 높기 때문에 궁정란이 점점 커졌다는 것에 관해서 책을 썼다는 거죠. 그게 무슨 말이냐 하면, 어쨌든 이 속물근성이라는 게 좀 사람들이 선정적인 기사에 매우 많은 클릭 수, 요즘 말로 하면 클릭 수가 올라가는 것도 어느 정도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그걸 제공하느냐, 마느냐의 언론 주체로서의 언론사 입장도 있겠지만 어떤 점에서는 소비자로서 그런 뉴스에 현혹되는 게 아닌가. 2014년도 김광식 감독의 <찌라시 : 위험한 소문>(2014)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뉴스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찌라시(사설 정보지)가 한 번 떴다고 하면 사람들이 어떻게든 알아낸다고 애를 쓴다거나 때로는 그걸 받아서 기자분들이 기사를 쓰는 것도 종종 목격한 것 같습니다. 그런 것들을 보자면, 수요‧공급이 맞아떨어지는 건데 그럴수록 더더욱 ‘언론사가 책임이 있게 기사를 내보내야 하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최 욱] 기자가 대중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 생긴 직업은 아니지 않습니까?

[정준희] 최욱 씨가 (말씀)하신 게 대표적인 대중적 오류인데요. ‘기자는 즐거움을 주는 직업이 아니다.’라고 하는 건 환상이에요.

[최 욱] 그렇습니까?

[정준희] 기자는 그렇게 탄생이 됐습니다. 실제로 초기 언론의 모습이거든요, 이게. 제가 잠깐 언급한 적이 있지만, 초기에 글 써서 파는 사람 중에, 사형장에서 목이 잘린 사람들의 관련이 된 이야기를 쓴 사람들이 있어요. 추문 가지고 팔고. 저는 이게 언론의 본질이라고 봅니다, 부끄럽지만.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대중적인 이목이 집중되는 무언가를 가지고 뉴스화시키거나 이런 방식이에요. 그런데 여기에 언론이 어느 정도 품격을 갖추다 보니까 체계화가 진행되면서 우리가 ‘이런 건 좀 아니지 않나?’하는 어떤 자성적 의식들이 향후에 생겨난 거지, 애초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는 거죠. 그러면서 시장이 두 개로 분리가 돼요. 나름의 품격을 갖추려고 하는 그러니까, 윤리성을 갖추고자 하는 그런 메이저와 그다음에 이른바 이런 걸 팔고 상업적으로 만드는 두 가지 시장으로 분리가 되는 거죠. 그런데 지금 현대의 문제는 뭐냐 하면, 이게 다시 합쳐지고 있다는 게 문제거든요. 왜냐하면,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지금은 이제는 이런 것들을 그냥 뉴스, 그러니까 ‘우리 전문적 저널리스트들이 생각하는 뉴스 가치로 윤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생존 앞에서. 우리나라는 사실 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우리가 지난번에도 다뤘던 노회찬 의원 자살 이후에 시신을 이송할 때의 보도 태도. 그걸 보면 이렇게 안 가리라는 보장이 없는 그런 상태라는 걸 우리는 명확히 볼 수 있는 거죠.

[최 욱] 기자들 입장에서 이렇게 끔찍한 사고나 사회적으로 굉장히 슬픈 일이 벌어졌을 때 뉴스거리는 되지 않습니까? 그때 스스로 반가워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까?

[송형국] 주변에서 몇 차례 본 적이 있습니다.

[정준희] 언론사에 간 지 얼마 안 됐던 제 선배가 저한테 얘기해준 게 있었는데, 사건·사고가 일어나야 하는데 안 일어나는 날이 꼭 있어요. 그러면 어디선가 사건하고 사고가 일어나야 하는데, 여기서는 조작까지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조작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런 사건들이 있을 만한 곳으로 갑니다. 보통 많이 하는 게 마트 같은 곳을 뒤지는 거예요. “위생이 안 좋다.” 이런 걸 보도하는 거죠. 그래서 어떤 특정한 마트를 찾아서 막 뒤졌는데 너무 깨끗했던 거예요. 그런데 깨끗했다고 보도할 수가 없잖아.

[최 욱] 그렇지.

[정준희] 이게 바로 언론이 접하게 된 사건과 사고를 접하는 딜레마고 그런 거거든요.

[강유정] 최근에 저는 기상 보도하시는 기자분들, 굉장히 혹독한 태풍과. 그런데 거기는 또 약간 저는 조금 위험할 정도로 선정적이라는 느낌을.

[정준희] 선정적인 느낌이 있죠.

[강유정] 다른 보도보다 오히려 위험해 보인다. 정말로 물이 여기까지 찬다든가. 그런데 최근에 보니까 굉장히 심각해졌어요. 이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언론사에서도.

[정준희] 전 세계에서 많이 나타나죠.

[강유정] 그렇게 또 일종의 재난으로써의 자연재해를 다루면서 재난 스펙터클 영화를 찍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정준희] 제가 최근에 ‘영상 보도 가이드라인(지침)’이라고 하는 걸 만들었거든요. 만들면서 느낀 게 ‘영상 기자들 정말 고생하는구나.’ 위험한 현장에 바로 달려가야 하거든요. 그리고 그림을 못 얻어오면 데스크로부터 엄청나게 쪼임을 당하거든요. 그러면 윤리적인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들이 많은 거예요. ‘이걸 일단 찍어야 할까, 말까?’ 그런데 일단 찍어야 해. 나중에 안 쓰더라도.

[송형국] 그렇죠.

[정준희] 왜냐하면,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으니까. ‘이런 상황에 부딪힐 때 이런 것들을 기자 개인의 윤리 의식과 책무 의식에 맡기는 게 맞느냐?’는 거죠. 결국에는 이건 보호가 이루어지는 장치들이 필요해요. 가이드라인(지침)이라는 형태로 보호가 돼야 하고, 그런 부당한 지시를 내린 데스크는 나중에 책임을 지게 하는 구조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최 욱] 교육과 가이드라인(지침)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저 스스로가 느낀 사례가 있는 게요. TV조선 전 대표이사 전무의 딸의 공개되지 않은 녹취 파일을 제가 받았습니다. 그럼 그게 나가면 사람들로부터 굉장히 또 관심도 높아지고 굉장히 주목받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제가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이거는 사회적으로 어떠한 의미도 없다.’라고 판단해서 제가 내보내지 않았습니다. 다 이 프로그램 덕분 아닌가 싶습니다.

[정세진]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았다면?

[최 욱] 무조건, 너무 기뻐서 ‘나, 진짜 너무 행복하다.’ 하면서 광고까지 내보내면서 아마 그걸 분명히 공개했을 거예요. 그런데 끝내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강유정] 그런데 최욱 씨 같은 분들이 많으면 좋은데 미디어 기능을 이런 개인 SNS 매체들 많이 담당하게 되면 감당 못 할 것 같아요. 굉장히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영상들이 얼마나 송출이 될지는 그리고 또 소비자가 있으니까.

[정세진] 이번에는 강유정 평론가께서 추천해주는 언론 관련 영화, 어떤 영화인가요?

[강유정] 지금은 감독님은 아니시죠? 이때 당시 감독님이었던 최승호 감독의 2016년 작 <자백>(2016)이라는 작품이고요. 2013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이라고 검색을 해야 사건이 뜹니다. 바로 그 사건을 다루고 있는 영화고요. 왜 최승호 ‘감독’이 됐는지 그걸 유의해서 보시면 흥미로운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세진] 강유정 평론가가 추천한 영화 <자백> 함께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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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2016)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다, 하루아침에 간첩으로 몰린 화교 출신 유우성 씨. 그가 간첩이란 증거는, 국정원의 강요로 이뤄진 동생의 거짓 자백과 조작된 국경 출입기록뿐입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한 3년 동안의 질긴 싸움. 유우성 씨는 결국 무죄 판결을 받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간첩 조작 피해자들이 있습니다. 40여 년 전, 고국에 유학을 왔다가 간첩으로 내몰린 재일동포들. 국가에 의해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긴 그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대한민국 간첩 조작 사건의 역사를 파헤친 영화, <자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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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굉장히 가슴이 먹먹했던 영화를 보고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꼭 봐야 할 영화다.’ 이런 호평이 쏟아졌던 영화였습니다.

[강유정] 제가 이 영화를 접하게 된 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접하게 됐는데요. 2014년 <다이빙벨> (2014) 이후로 부산영화제가 굉장히 고초를 겪은 이후였기 때문에 보면서 좀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나고요. 그리고 제가 넷팩상[아시아영화진흥기구(NETPAC, Network for the Promotion of Asian Cinema)가 주는 상] 심사위원으로 갔어요. 그런데 거기 항목에 이 작품이 올라와 있는 겁니다. 그래서 수상 여부를 결정하는 데 솔직히 약간 속으로 걱정도 됐습니다. 그래서 ‘어떤 점에서는 작품이 정말 상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이후에 후폭풍이 있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왜냐하면, 여기 영화 한번 검색해서 찾아보시면 주연 배우가 누구냐 하면요. 최승호 PD와 그리고 원세훈, 김기춘이 주연 배우로 딱 떠 있습니다.

[최 욱] 이 영화가 2016년에 개봉했는데 그 때 저도 영화관에서 봤거든요. 그런데 이게 멀티플렉스에 걸렸다는 게 일단 좀 놀랐어요. 그리고 제가 늦은 시간에 가서 영화관에 저랑 동행한 한 사람, 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과장됨이 아니라 진짜 뭔가 겁이 났어요. ‘혹시나 내가 보는 게 죄가 되는 건 아닌가.’ 그 과장됨이 아니라, 실제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준희] 내부적으로 자기 검열을 해야 하는 그런 상황들을 만들어야 했던 것이 큰 것 같고. 아까 사실은 <내부자들> 같은 경우에도 ‘그렇게 인기를 끌었던 이유가 뭘까?’ 가만히 생각을 해보면, 그와 같은 억압적인 분위기에서 기성의 언론들은 마음에 안 들고 기본의 저널리즘에서 보이는 건 없는데 허구나 이런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뭔가 그래도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거기서 뭔가 시원함을 느꼈던 것, 이런 것들이 매우 컸다고 봐요.

[강유정] 당시에 관객 수가 약 14만 명이었는데 이렇게 보면 ‘많지 않다.’라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정세진] 아까 내부자들이 한 700만이 넘었으니까요.

[강유정] 그런데 시사 다큐멘터리 영화 사상 처음으로 10만이 넘었어요. 생각해보세요. ‘과거에는 TV에서 볼 수 있었던 탐사 보도가 극장에 걸렸는데, 누가 본인 돈을 내고 가서 보나, 그런데 14만 4000명이나?’ 그 당시에 얼마나 어떤 점에서 이런 탐사 보도에 대한 갈증이 있었는지를 관객 수가 보여준다고 생각할 수 있을 듯합니다.

[정세진] 인상적인 장면들은 혹시 있으셨는지?

[송형국] 엔딩 크레딧(ending credit, 영화의 끝부분에 보여주는 제작진 소개 자막)에 간첩으로 몰렸다가 고초를 겪고 돌아가시고 한참 뒤에 무죄가 나오는 사례들이 끝도 없이 이어지잖아요. ‘저렇게 많았나?’라는 걸 이 영화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됐고. ‘왜 모든 피해는 약자의 몫인가?’ 책임자는 처벌받지 않고 책임지지 않고 하는 모습이 앞에서 우리는 봤잖아요. 저 피해의 몫은 모두 저기에 이름이 쓰여 있는 그분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그런 것들을 엔딩 크레딧에 흐르면서 눈물겹게 보여준 것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강유정] 저는 그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최승호 PD가 뭐라고 하냐 하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나 김기춘 전 비서실장한테 “미안하지 않습니까?”라고 물어요. 당시 “무슨 죄입니까?” 이렇게 묻는 게 아니라 “그분들에게 미안하지 않습니까?”라고 했는데 영화에서 잡아낸 장면 중 하나가 우산으로 가리는데 우산을 들췄더니 씩 웃고 있는 모습. 남의 불행에 대해서 어떻게 웃을 수 있는지, 그리고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처음에는 또 언론사 기자라니까 굉장히 환대하시면서 활짝 웃고 그렇게 아주 관대한 노부부가 없으시죠. 그런데 “사실 이런 얘기를 묻고 싶습니다.”라고 할 때부터 표정이 점점 변하는 걸 이 영화 카메라가 담아내고 있거든요.

[정준희] 아까 닉슨 이야기도 잠깐 나왔지만, ‘국가가 행하는 폭력?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라고 생각한다는 거죠. 여기서 언론의 역할이라는 게 중요한데 언론이 국가의 폭력이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비열한 것인가. 다시 한 번 말하면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하지 않고 폭력을 행사하고 폭력을 행사한 것들을 정당성과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포장을 할 때 그 약자는 훨씬 더 약자가 되어버리고 말거든요. 그런데 언론들이 이걸 파헤쳐주지 않으면 사실 이들의 어떤 것들은 국가가 그걸 구제해주지 않고 폭력으로 해결하는 상황인데 누가 구제해주는 상황이 돼요. 그런데 우리나라 언론은 독재 시대 때도 그랬고 독재가 아닌 대명천지의 시절에도 이와 같은 행동을 했다는 건 너무나 안타깝다는 거죠.

[최 욱] 저는 개인적으로 마지막에 시민들의 이름이 쫙 올라가거든요. 그 분들이 펀딩(funding, 개인이 영화 제작에 소액을 투자하는 제작 참여)을 하신.

[정준희] 제 이름이 있었습니다.

[정세진] 그러셨어요?

[최 욱] 쫙, 올라가는데 진짜 굉장히 감동적이더라고요. 당시 엄혹한 시기라 그랬는지 그 장면이 저는 잊히지 않습니다.

[정세진] 다큐멘터리 영화들, 이와 같은 좋은 영화들이 있으면 좀 소개를 해주세요.

[강유정] 이 시기에 매우 많은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세상에 선보였고요. 그리고 또 호응도 좋았습니다. 가령 <7년-그들이 없는 언론>(2017)이라는 작품도 YTN 기자 해고 사태를 다룬 작품이죠. <공범자들>(2017) 같은 경우에도 정부의 언론 장악 실태를 보여줬던 작품으로 이 작품 역시도 2017년에. 그리고 또 <저수지 게임>(2017), 주진우 기자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을 따라가는 그런 영화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런 작품들이, ‘이렇게 한 해에 많이 나왔던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지금은 왜 없을까?’ 언론이 제 기능을 많이 찾았기 때문에 저는 없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에도 언론이 제 기능을 했더라면, ‘굳이 감독이라는 직함을 달고 기금 모집으로 영화 제작비를 마련해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들이기도 합니다.

[송형국] 용산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2012) 하고 <두 개의 문> 2편에 해당하는 <공동정범>(2018)이라는 작품이 올해 나왔거든요. 기자 입장에서 봤을 때는 ‘취재를 정말 잘했다.’ 놀랍도록 취재를 잘한 작품이고요. <공동정범>에서 취재된 내용, 이미 몇 해 전에 나온 다큐멘터리인데 올해 경찰청 특별조사위원회에서 밝혀낸 진상하고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미 다큐멘터리가 옳았다는 것을 경찰청이 시인한 셈이 돼버렸고요. 그래서 말씀하신 대로 언론이 당시에 하지 못했던 일들을 다큐멘터리가 해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강유정] 다큐멘터리가 사실 ‘시네마 베리테’(Cinéma Vérité, 프랑스어로 ‘진실 영화’라는 뜻으로 영화의 사실성을 강조하는 경향)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베리테’가 진실이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일 텐데요. 진실 추구를 한다는 점에서 다큐멘터리는 워낙 접점이 많다고 보이고. 그래서 저는 이런 영화들을 제가 한번 ‘영화 저널리즘’이라고 붙였어요. 저널리즘 영화가 아니라 영화가 아예 저널리즘이 된 경우들.

[정준희] 이 자체가 저널리즘을 다룬 영화가 아니라 저널리즘인 거죠, 말 그대로. 다만 저널리즘은 원래 정기적인 어떤 성향 같은 것들이 있어야 하는 건데 이게 부정기성을 띨 수밖에 없었던 그런 측면이 있었지만, 정기성을 띠고 있던 저널리즘의 영역이 얼마나 약했던가를 역설적으로 증명해주는 그런 사례였겠죠.

[정세진] 오늘 <저널리즘 토크쇼 J> 송년특집, 언론과 관련된 영화 4편을 함께 봤습니다. <프로스트 vs 닉슨>, <내부자들> 그리고 <나이트 크롤러>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백>까지 함께 봤습니다. 직접 녹화 참여해 보시니까 어떠신지요?

[강유정] 사실 굉장히 긴장했어요. ‘저널리즘’이라는 말 자체가 상당히 무겁잖아요. 그리고 저널리즘을 영화로 다루는 그런 코너에 ‘어떻게 해야 할까?’ 긴장감을 가지고 왔는데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어서 흥미로웠고요. 벤자민 브래들리라고 워싱턴 포스트의 편집국장이 한 말이 워싱턴 포스트 벽에 붙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아무리 형편없는 진실일지라도 그건 거짓말만큼 위험하지는 않다.’라는 그 구절이, 물론 영어로 딱 벽에 붙어 있다고 하는데, 오늘 모든 영화에서 이야기를 하는 그 중점적인 이야기는 그 하나인 것 같아요. 결국은, ‘형편없더라도 진실이 먼저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세진] 오늘 나와 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유정] 감사합니다.

[정세진] <저널리즘 토크쇼 J>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방송은 KBS 1TV, my K, pooq,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팟빵, 팟티, 팟캐스트를 통해서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저희는 다음 한 주는 쉬고요. 새해 첫 일요일 밤 1월 6일, 그리고 두 번째 일요일 밤 1월 13일, 신년특집 2부작 방송해드립니다. 공개방송으로 진행하는 ‘토크콘서트 깨어난 시민 J’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함께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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