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같은 편에 총 쏘나" 한국 "사격용 레이더 안 쐈다"
언론에서도 "양국 관계 회복 불가"
한국 "식별 위해 광학추적장비 써
일본 초계기 국적 안 밝히며 위협"
징용판결 이어 한·일 관계 급랭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20일 오후 3시쯤 독도 동북쪽 200㎞ 떨어진 공해상에서 해군 광개토대왕함(DDH-971)이 표류 중인 북한 어선에 대한 수색·구조 작전을 벌이던 도중 일본 해상자위대의 해상초계기 P-1이 근접해 왔고 이를 식별하기 위해 전자광학추적장비(EOTS)를 작동했다. 소식통은 “당시 1.5m의 파도가 일었고, 1t 미만의 북한 어선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당시 (함포와 미사일 조준용)사격통제레이더인 STIR 180은 일본 초계기를 향해 레이더 전파를 쏘지 않았다”고 말했다. 광학카메라에 적외선 장비를 단 EOTS는 악천후나 야간에 멀리 떨어진 물체를 파악하는 장비로, 사격통제레이더 STIR 180에 붙어 있다. EOTS를 일본 해상초계기 쪽으로 돌리면서 STIR 180의 안테나가 같이 움직이긴 했지만 STIR 180에서 레이더 전파가 나가지 않았다는 게 군 설명이다. STIR 180은 지휘부의 허가를 받아야 작동할 수 있다.
광개토대왕함은 이날 별도의 사격통제레이더인 MW-08은 가동했다. 김진형 예비역 해군 소장은 “MW-08은 정밀탐색이 가능해 구조 활동에도 자주 이용한다. 악천후 때도 켜는 레이더”라고 설명했다. 다른 군 소식통은 “위협비행을 한 것은 오히려 일본 해상 초계기”라며 “무전으로 국적과 정체를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주한 일본대사관 무관이 21일 오전 국방부에 경위를 물어봐 충분히 설명했다”며 “그런데도 그날 저녁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방위상이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을 비난해 무척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이와야 방위상은 회견에서 “화기 레이더 조준은 사격 직전에 실시하는 것으로 지극히 위험한 행위다. 강력 항의했다”고 밝혔다.
일본 방위성은 22일 별도 발표문을 내고 “화기관제 레이더는 공격 목표의 방위와 거리를 정확하기 측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광범위한 수색엔 적당치 않다. 조난 선박 수색을 위해선 수상 수색 레이더를 사용했어야 했다. 화기 관제 레이더 사용은 극히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우리나라(일본)를 위협하고 자위대원의 생명을 위험에 처하게 한 행위로 용서하기 어렵다. 내 편으로 생각했더니 뒤에서 총을 쏘는 행위”(야마다 히로시 방위정무관) 등 각료들의 공개 비난도 잇따르고 있다.
지지통신은 “고의였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한국 측 설명은)정말 구차한 변명”이라는 방위성 내 주장을 전했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 정부 내 “한국과의 관계회복은 불가능하다”는 기류를 보도했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총리관저 관계자는 “이제 한국은 상대도 못 하겠다. 당분간 한국은 그냥 내버려 둔다”는 말도 했다. 이 같은 강경 대응에는 아베 신조 총리의 의중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대법원의 강제징용 재판과 위안부 재단 해산 등으로 쌓여온 한국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다는 것이다. 도쿄의 소식통은 “일본 정부로선 안 그래도 울고 싶은데 한국 정부가 뺨을 때려준 것 같은 기분일 것”이라고 했다.
24일 서울에서 열리는 김용길 외교부 동북아국장과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의 협의에서도 관련 내용이 다뤄질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조난 북한 선박과 관련해 지난 20일 구조한 북한 선박 승조원 3명과 시신 1구를 22일 판문점을 통해 북한에 송환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이철재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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