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원전 점진적 감축' 정파적 논리로 발목..'재생에너지 확대' 세계 흐름에 뒤처져 [키워드로 보는 2018 경제]

이주영 기자 2018. 12. 24.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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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속도 못 내는 에너지 전환
ㆍ원전, 60년간 단계 감축 추진…원자력계·보수 야당 등 반대
ㆍ정부, 당위성 설득 부족 소모전 “세계는 10년 전부터 집중 투자”

에너지 전환은 원자력과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것을 뜻한다.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핵폐기물 등 환경 문제에 대응하고 원전 사고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추진되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하지만 유독 국내에서는 정파적 논쟁이 가열되면서 가뜩이나 출발이 늦은 에너지 전환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 역시 정책 추진의 당위성을 적극 설명하고 설득하기보다는 수세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소모적 논쟁을 자초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지난해 신규 발전설비 투자액(1900억달러)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73.2%(1390억달러)에 달한다. 반면 화석연료 투자 비중은 22.6%(430억달러), 원전 투자 비중은 4.2%(80억달러)에 그쳤다. 특히 재생에너지 발전단가의 하락 추세를 고려하면 에너지 전환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의 발전비용이 화석연료 발전비용과 같아지거나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독일은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키로 했고, 영국도 2025년까지 석탄발전의 단계적 폐지를 추진 중이다. 덴마크는 2050년까지 전기를 100%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기로 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주도 2050년까지 100% 클린에너지를 달성키로 했다.

세계 각국의 움직임과 비교하면, 60여년에 걸쳐 원전의 단계적 감축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은 매우 점진적인 편에 속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규 원전 건설은 중단하고 노후화된 원전의 수명 연장을 금지해 원전 비중을 서서히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 6월 경제성이 낮고 안전성 우려가 큰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를 결정하고, 천지·대진 등 신규 원전 4기 건설 계획도 백지화했다. 부지 조성 단계까지 마친 신한울 3·4호기 건설 역시 중단된 상태다.

원자력계와 보수 진영에선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원전 산업계·학계를 중심으로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60년간 쌓아온 세계 최고 기술의 대한민국 원전산업은 붕괴될 위기에 처했고, 이런 상황이 1~2년만 더 지속되면 원전생태계가 완전히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값싼 에너지원인 원전 발전 비중이 줄어들면 전기요금이 폭등할 것이고, 정부가 장려하는 태양광산업 역시 폐패널 처리나 산림 및 수중생태계 파괴 등 환경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원전 축소가 단계적으로 이뤄지고, 2023년까지는 가동 원전 기수가 오히려 늘어나 에너지 전환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은 현 정부 내에선 없다는 입장이다. 또 태양광 폐패널의 경우 수출 등 재활용이 가능하고, 일각에서 제기하는 수상태양광으로 인한 녹조 증가 등의 문제도 아직까진 드러난 게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다만 여권 내에서도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의 전기요금이 핵폐기물 처리비나 사고 위험성 등 사회적·환경적 비용을 반영하지 않은 비현실적인 요금인 데다, 과도한 에너지 소비구조를 바로잡고 수요 관리를 강화하려면 전기요금 인상이 논의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제3정조위원장인 이원욱 의원은 “정부가 솔직히 얘기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전기요금 현실화를 위한 대국민 설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도 최근 발표한 권고안에서 “낮은 전기요금이 전력 수요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전환은 기후변화 대응 차원을 넘어 이미 경제성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열 등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RE 100’ 선언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은 2014년 13개에서 올해 155개로 늘어났다. 초기 참여 업체들은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전통 에너지원보다 낮아져 경제성이 높아진 데다, 향후 정부의 탄소세 부과 등에 대비해 잠재적 리스크를 낮춘다는 장점도 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이차전지, 전기차·수소차 등은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가 10년 전부터 에너지 전환 산업에 집중 투자할 때 한국은 대응하지 못했다”며 “문재인 정부가 우선순위로 둔 에너지 전환은 지금 한국 산업에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라고 밝혔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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