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산타, 한해 번 돈 6만2600원 '통 큰 기부'

2018. 12. 25.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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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꼬마 농사꾼들이 한해 농사로 번 돈을 몽땅 이웃을 위해 내놨다.

이들은 학교 안 텃밭에서 한해 농사를 지어 번 돈 전부를 어려운 이웃한테 써달라며 모두 내놨다.

이들은 한해 동안 '텃밭에서 놀자'라는 체험학습을 했다.

꼬마들은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텃밭에 고추나 가지가 익으면 한 봉지에 500~1000원씩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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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성 북일초교 1학년 5명
봄 텃밭체험 시작하며 기부약속
고사리손으로 감자·고추 등 키워
생애 첫 수입 '이웃돕기 성금' 내놔
한해 텃밭농사 수익을 모두 기부한 장성 북일초등학교 1학년 백승희(왼쪽부터) 이영석 홍길화 장윤화 오승진 학생. 북일초등학교 제공

7살 꼬마 농사꾼들이 한해 농사로 번 돈을 몽땅 이웃을 위해 내놨다.

24일 전남 장성의 북일초등학교 1학년 교실. 학생 5명은 이날 담임교사 이상복(43)씨가 선물한 털모자를 쓰고 성탄 전야를 맞았다. 이들은 발바닥을 누르면 양쪽 귀가 올라가는 토끼·강아지 모자가 무척 신기한 듯 점심을 먹으러 갈 때도 쓰고 갔다. 이 천진한 아이들은 전교생이 26명에 불과한 농촌 면 지역 작은 초등학교의 막내둥이다.

이 꼬마들이 최근 통 큰 기부로 주위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이들은 학교 안 텃밭에서 한해 농사를 지어 번 돈 전부를 어려운 이웃한테 써달라며 모두 내놨다. 6만2600원. 어른들한테는 작은 돈일지 몰라도 아이들은 생애 첫 수입을 한푼도 남김없이 내놓은 것이다.

이들은 한해 동안 ‘텃밭에서 놀자’라는 체험학습을 했다. 교정 한쪽 가로 3m, 세로 2m의 빈 땅에서 텃밭농사를 지었다. 봄에는 감자와 가지, 여름에 수박과 고추, 가을엔 고구마와 무 등을 심어 가꿨다. 한달에 두세차례 노작(농사짓기) 수업을 했고, 쉬는 시간에 틈틈이 김을 맸다.

1학년 학생 5명은 학교 텃밭에서 가꾼 고구마를 수확해 한 봉지 1000원씩에 내놓았다. 북일초등학교 제공

기특하게도 이들은 지난 3월22일 감자를 심으면서 소출이 나오면 팔아서 불우 이웃을 돕자는 ‘봄날의 결의’를 했다. 꼬마들은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텃밭에 고추나 가지가 익으면 한 봉지에 500~1000원씩 내놨다. 감자와 무, 고구마 등도 비슷한 가격을 매겨 교사들한테 팔았다. 교사들은 때깔이 별로인 채소들을 웃으며 기꺼이 받아들었다.

추석 전에는 요리 활동으로 부침과 꼬치, 동그랑땡을 만들었다. 전교생한테 한 컵당 100원에 내놓았다. 막내들의 아름다운 모의를 들은 선생님들과 상급생들이 함께 행주치마를 두르고, 앞다퉈 지갑을 열었다.

첫 서리가 내릴 무렵 가을걷이를 마치고 결산했더니 텃밭농사를 지어 번 돈이 3만1300원이었다. 이들은 새봄에 했던 약속을 지켰다. 일부는 생애 처음으로 번 ‘돈’을 갖고 싶다는 애착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더니 그대로 기부하자고 합의했다.

장윤화양은 “수박과 참외 등 심은 작물의 대부분을 우리가 먹었고, 일부는 팔아보려 했다. 부모님께 받은 용돈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벌어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홍길화군은 “우리가 심은 작물이라 크는 게 궁금했다. 수박이 조금씩 커지는 게 신기했고, 별로 한 일도 없는데 칭찬을 많이 받아 쑥스럽다”고 했다.

추석 전 동그랑땡을 만들어 1컵 100원에 내놓은 1학년 막내둥이들. 북일초등학교 제공

옆에서 지켜보던 담임교사가 아이들이 번 액수만큼을 더 보탰다. 담임교사 이씨는 “아이들이 대견스러웠다. 이 세상이 오히려 아이들한테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막내둥이들의 어진 마음에 교사들과 선배들도 감명받았다”고 전했다.

선효남 교장은 “아이들이 연말에 소중한 일을 했다는 자존감을 갖게 됐다. 나누거나 배려하는 일이 즐겁다는 이들이 늘어나면 세상도 그만큼 훈훈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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