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기업에 '희망고문'만 안긴 文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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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고문'이라는 단어는 모순적이다.
죄수는 붙잡히는 순간 "이 운명적인 저녁의 매 순간이 다 예정된 고문이었다. 희망이라는 이름의 고문"이라고 혼잣말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들어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기업에 희망을 주는 발언을 쏟아냈다.
하지만 기업은 일주일 새 네 차례나 쏟아져나온 문 대통령의 친(親)기업적 발언에 고무됐고 소상공인들도 최저임금 속도 조절 가능성에 동아줄을 잡는 심정으로 희망을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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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대통령 발언이 나올 때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정책 전환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기업은 일주일 새 네 차례나 쏟아져나온 문 대통령의 친(親)기업적 발언에 고무됐고 소상공인들도 최저임금 속도 조절 가능성에 동아줄을 잡는 심정으로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재계 관계자는 “청와대와 이야기를 해보면 대기업 호소를 ‘엄살’ 정도로 치부하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며 “그럼에도 대통령까지 나서 공개적으로 이전과는 다른 이야기를 해서 조금은 달라질 줄 알았는데 기대를 접었다”고 토로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는 얘기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수십 년간 내팽개치다 최근 부랴부랴 시행령에 담은 고용부에 대한 원성도 높다. 근로자 시급을 계산할 때 일하지 않는 시간도 근로시간으로 치는 ‘주휴시간’을 포함하기로 했다. 50~60년 전 노동자의 낮은 시급, 하루도 쉬지 못하는 열악한 근무환경을 고려한 ‘관행’을 법령에 명시한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훌쩍 지나 시급은 껑충 뛰고 근로자의 휴식권도 신장했는데 고용부는 이제서야 시대에 뒤떨어진 판단으로 사태를 키우고 말았다.
문제는 앞으로다. 문 대통령은 새해 벽두부터 기업인과의 회동, 경제 활성화 행보를 줄줄이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사례에서 보듯 친기업적 메시지를 내면서도 막상 정책 실행 단계에 맞닥뜨리면 노조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무서워 후퇴하는 ‘갈팡질팡’ 행보를 보이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문 대통령은 이번 최저임금 개정안 사태에서 결코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개정안이 고용부 논리대로 오는 31일 국무회의를 통과한다면 문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묵인하거나 방조한 꼴이 된다. 반대로 문 대통령이 확고한 속도 조절을 주문했는데 내각에서 강행한다면 문 대통령에 대한 항명(抗命)이 된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가계는 신산하고 기업은 곤곤하고 영세자영업자들은 피곤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최저임금 개정안까지 확정되면 실낱같은 희망은 가슴팍을 겨누는 예리한 칼끝처럼 고문이 된다. 저잣거리에서는 문 대통령이 이념의 틀에 갇힌 관료와 참모들에게 포위당하듯 둘러싸여 있다는 얘기가 나돈다. 성품이 여린 문 대통령이 인(人)의 장막을 과연 헤쳐나갈 결단이 있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시각교정이 절실한 시점이다. 기업이 투자를 하고 신사업에 나서야 청년 구직자, 영세자영업자, 일용직 노동자가 웃는다. 희망고문이 아니라 희망이 희망을 낳는 선순환이 되도록 해야 한다. 남은 기회는 많다. 다음 주 국무회의를 지켜볼 일이다.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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