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지 매출 100배 뛰게 한 수익모델은

임현우 2018. 12. 25.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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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기다리면 무료'로 대박
1회 공짜..시간 지나면 2회도 공짜
못 기다리고 결제하는 고객 급증
2013년 매출 21억→올 2200억
"카카오페이지 게 섰거라"
네이버 '너에게만 무료'로 반격
레진코믹스는 특허청에 이의신청

[ 임현우 기자 ] 88개에 이르는 카카오 계열사 중 가장 가파르게 성장하는 곳은 어딜까. 정답은 유료 웹툰과 웹소설을 판매하는 ‘카카오페이지’다. 2013년 21억원에 그쳤던 이 회사 매출은 지난해 1318억원으로 뛰었고, 올해는 2200억원을 내다보고 있다. 5년 만에 덩치가 100배로 커진 셈이다. “한국에서 콘텐츠 장사는 성공 못 한다”는 편견을 깬 일등공신은 ‘기다리면 무료’라는 수익모델이었다.


“맛보기만 보려다…결국 지갑 열었네”

기다리면 무료는 다음 줄거리가 궁금해 못 참는 이용자를 겨냥해 지갑을 열게 하는, 생각보다 단순한 원리다. 한 작품을 여러 편으로 잘게 쪼개 1회차는 무료로 보여준다. 이후 1일, 3일 등 작품마다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다음 회차를 공짜로 푼다. 다만 곧바로 보려면 이용권을 사야 하는데 매달 100억원 넘게 결제가 이뤄지고 있다. 카카오페이지 관계자는 “기다리면 무료는 전체 매출을 좌우하는 핵심 수익모델”이라며 “이용자는 여러 작품을 부담 없이 감상하고, 작가와 출판사는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시 초반 지지부진한 매출에 고심하던 이진수 카카오페이지 대표는 스마트폰 게임 ‘애니팡’에서 힌트를 얻었다. 애니팡에선 8분마다 게임 기회(하트)가 한 번씩 생기지만, 끊김 없이 게임을 즐기려고 하트를 유료로 구입하는 사람이 많았다. 2014년 기다리면 무료를 도입한 지 닷새 만에 재구매율이 기존 지표를 뛰어넘어 수직 상승하기 시작했다.

카카오는 2016년 일본에서 출시한 만화 서비스 ‘픽코마’에도 기다리면 무료 모델을 도입해 2년 만에 현지 웹툰시장 2위로 뛰어올랐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유료 결제를 하지 않으면 매일 방문하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 가입자 유치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견제 나선 네이버·레진코믹스

카카오페이지의 질주를 견제하려는 경쟁 업체들의 기싸움도 치열하다. 네이버는 지난 9월 새로운 웹툰·웹소설 서비스 ‘시리즈’를 선보이면서 카카오페이지의 방식을 화끈하게 차용했다. 이름부터 비슷한 ‘너에게만 무료’라는 수익모델을 도입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무료 이용권을 주는 것은 물론 이용권을 ‘적립’할 수 있도록 했다.

네이버 측은 “하루 6억원 수준이던 웹툰·웹소설 매출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네이버는 올 6월 일본에서 운영하는 ‘라인 망가’에도 23시간을 기다리면 1회분씩 무료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레진코믹스는 카카오페이지가 ‘기다리면 무료’ 상표를 출원(등록 신청)하자 최근 특허청에 이의 신청을 냈다. 콘텐츠업계에 보편화된 사업 방식을 특정 업체가 상표권으로 독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허청은 아직 최종 결론을 내지 않았다.

“콘텐츠는 돈 안 된다는 편견 깨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부분 유료화 정책의 성공은 밀레니얼 세대(1980년 이후 출생자)의 콘텐츠 소비 성향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TV 본방송을 기다리던 기성세대와 달리 젊은 층은 일단 ‘꽂히는’ 콘텐츠가 있으면 ‘몰아 보는(binge watching)’ 성향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카카오페이지는 콘텐츠제공업체(CP)와 협의해 매출이 잘 나올 법한 전략상품을 골라 선별적으로 기다리면 무료 딱지를 붙인다. 또 이용자마다 다른 작품에 적용해 매출 극대화를 노린다.

유료 콘텐츠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이들 IT 기업은 인수합병(M&A)과 영상물 제작에도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지는 올 들어 영화, 드라마, 예능 다시보기(VOD) 등 동영상 분야로 영역을 넓혔다. 지난 18일에는 인도네시아 웹툰업체 네오바자르를 사들였다. 네이버는 최근 지식재산권(IP) 전문 자회사 스튜디오N을 설립하고, 인기 웹툰 10편을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하기로 확정했다.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된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TV 드라마로 방영돼 큰 인기를 누렸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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