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성태 딸, 힘들게 정규직 됐다며..직군 다른 계약직 일 계속 왜?

입력 2018.12.26. 05:06 수정 2018.12.2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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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The) 친절한 기자들]
KT 특혜채용 의혹 차분히 짚어보니
김성태 자유한국당 전 원내대표(왼쪽)가 지난 20일 오전 국회에서 자신의 딸 케이티(KT) 특혜채용 의혹에 대한 반박 회견을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딸 김아무개씨의 케이티(KT)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 모두 세차례 해명자료를 냈습니다. 지금까지 <한겨레>가 보도한 내용과 김 의원의 주장을 ‘팩트’ 위주로 차분히 짚어보겠습니다.

<한겨레>가 취재한 김 의원 딸의 특혜 채용 과정은 이렇습니다. 우선, 2011년 4월 계약직으로 뽑을 때 해당 부서인 케이티스포츠단에서는 원래 채용 계획이 없었습니다. 본사 윗선에서 케이티스포츠단에 이력서를 주며 뽑으라고 지시해서 별도의 채용 기안을 올렸다는 겁니다. 계약직으로 근무 도중 어느 날 갑자기 정규직이 됐다는 얘기를 본인이 스스로 했으며, 그 과정을 케이티스포츠단은 전혀 몰랐습니다. 2013년 1월 정규직으로 임용된 뒤 한달가량의 신입사원 연수를 다녀와서는 업무 공백 없이 스포츠단에서 같은 일을 계속했습니다. 김씨와 함께 일했던 동료, 김씨가 근무했던 부서의 실무 책임자, 그리고 채용 결정을 내려야 하는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모두 일관되게 그렇게 증언했습니다.

알선업체 통해 입사했다?
딸 계약직 뽑을 때 채용공고 없어
사장이 이력서 주며 채용 지시

① 채용 공고 없는데 알선업체 통해 입사?

계약직 입사에 대해 김 의원은 ‘파견·취업 알선 업체를 통해 구직활동을 하였을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케이티의 공식 설명은 조금 결이 다릅니다. “헤드헌터 업체의 추천을 받았다”고 얼버무렸습니다. 김 의원의 해명 취지는 우리가 흔히 아는 아르바이트 사이트 같은 곳을 통해 취업했다는 것으로 보이고, 케이티는 채용 공고는 없었지만 전공자라 추천을 받았다는 취지입니다. 경력직이라면 모를까 신입 계약직 직원을 뽑는데 헤드헌터의 추천을 받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채용 공고가 없었는데 알선 업체가 일자리를 연결해줬다는 김 의원의 주장도 어불성설입니다.

<한겨레> 취재 결과, 당시 홈고객부문 서아무개 사장이 이력서를 건네며 김씨 채용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 의원은 공식 해명자료에서 이력서 전달 부분을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구직활동이었다면 어떻게 실무자가 아닌 사장을 통해 이력서가 전달될 수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비정규직 아닌 파견근로자?
파견직도 비정규직 고용 형태
당시 KT는 파견업체 통해 계약직 고용

② 비정규직이 아니라 파견근로직이다?

김 의원은 딸은 ‘케이티 비정규직’이 아니라 ‘파견직 근로자’였다며 <한겨레> 보도를 ‘오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파견직이라는 것은 계약직 또는 비정규직 고용의 한 형태에 불과합니다. 당시 케이티는 비정규직을 고용하며 본사 직접 고용이 아닌 파견 업체를 통해 계약했다고 합니다. 김씨뿐만 아니라 케이티 본사에서 근무했던 다른 계약직들도 본사 방침에 따라 파견 업체를 통했습니다. 당시 케이티스포츠단 관계자는 위에서 이력서를 받아 계약직 채용을 기안했고, 이후 본사가 파견 업체를 통해 근로계약을 맺은 것으로 기억했습니다. 파견직이라고 해서 이력서가 위에서 내려왔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김씨는 1986년생으로 서울의 한 여자대학교에서 체육을 전공했습니다. 졸업 이후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다녀왔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케이티스포츠단 계약직으로 취업했고, 김 의원 해명대로라면 두번째 계약을 맺은 2012년 4월부터 약 6개월간 업무와 공채 준비를 동시에 하며 정규직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그 기간은 김씨가 맡고 있던 종목 선수들이 런던올림픽에 출전하고, 케이티스포츠단 전체는 야구팀 창단 준비로 정신없이 바쁠 때였습니다. 김 의원은 주경야독을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케이티는 아이티(IT) 기업인지라 관련 분야 전공자에게 유리합니다. 어학 성적은 기본이고 입상·수상 경력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소개서가 중요합니다. 특히 김씨가 합격한 마케팅 직군은 전공 무관으로 지원할 수 있어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고 합니다.

정규직 된 뒤 왜 계약직 업무?
정규직 신입 필수교육도 안 받고
입사 뒤 2년 동안 직군 변경 없는데 예외

③ 힘들게 정규직 된 뒤 다시 계약직 업무?

김씨와 함께 2012년 하반기 공채 합격자 입문 교육을 받던 동기들은 수습사원 입문 교육을 받고 있던 1월에 “이미 김씨가 스포츠마케팅으로 배치된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실제 전원이 수료했던 정규직 입사자 필수 교육 과정에서 김씨만 빠지게 됩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회사의 판단과 명령에 따라 기존에 일하던 부서로 발령을 받았을 뿐”이라고 항변합니다.

김 의원 주장대로라면 김씨는 계약직으로 설움을 겪어, 굳은 결심을 하고 힘들게 공부해 정규직이 됐습니다. 그런데 남들 다 받는 필수 교육도 받지 못한 채 원래 자리로 돌아가 계약직으로서 하던 일을 계속했습니다. 김씨가 김 의원의 딸인 줄 알고 있던 케이티는 왜 이런 ‘부당한’ 판단과 명령을 내린 것일까요. 케이티는 왜 김씨만 오제이티(OJT) 등 정규직 입사자 필수 교육 과정을 이행하지 않게 했는지 밝혀야 합니다.

김씨가 1월 ‘자진 퇴사’했는지 여부는 확인이 더 필요합니다. 내부 전산기록을 확인한 인재개발실 관계자는 김씨가 정규직으로 입사한 뒤인 1월말 퇴사했다고 주장했는데, 김 의원은 1월2일 계약직을 퇴사하고 정규직으로 임용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인재개발실 관계자가 ‘계약직 퇴사’를 ‘정규직 퇴사’로 착각했는지, 정말 퇴사가 두번 있었던 것으로 처리됐는지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한겨레>는 한달 동안 교육 연수를 받은 뒤 같은 자리에서 계속 근무했다는 케이티스포츠 관계자들의 증언을 전하며 정규직 퇴사로 처리한 게 석연치 않다고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④ 마케팅직군 입사 뒤 경영관리직군 배치?

김 의원은 딸이 “7년간 같은 업무를 담당했다”고 주장하며 “정규직에게 맡겨야 할 상시·지속 업무를 다시 비정규직으로 돌려놓은 케이티스포츠의 결정을 문제제기하라”고 말합니다. 이 역시 본질에서 벗어난 주장입니다.

오히려 정규직이 된 김씨가 애초 계약직으로서 맡았던 업무를 계속한 것이 의혹의 대상입니다. 김씨가 계약직으로 일할 때 케이티스포츠는 경영관리 직군에 속했습니다. 이후 김씨는 마케팅 직군 정규직 신입사원으로 합격했습니다. 그런데 필수 교육도 받지 않은 채 케이티스포츠로 돌아갔습니다. 마케팅 직군으로 입사해 다시 계약직 때 했던 경영관리 직군 업무를 맡은 것입니다. 원래 케이티는 정규직 입사자의 경우 최초 2년은 직군 변경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점에서도 김씨의 경우는 매우 이례적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차라리 김 의원 딸이 케이티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다가 ‘우수인턴’으로 선발되어 정규직 공채에 합격한 것이라면 납득이 가는 경로란 말도 들었습니다. 우수인턴은 공채 전형의 가장 중요한 단계인 서류전형·인적성검사·실무면접을 면제받고 ‘임원면접’만으로 채용됩니다. 하지만 김씨는 인턴이 아닌 계약직 직원이었습니다.

김 의원은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을 지적하며 ‘고용세습’이란 표현을 썼습니다. 원내대표 시절 정기국회 일정을 마비시키는 강경책으로 이 문제를 국정조사로 끌어간 장본인입니다. 김 의원 딸의 채용 특혜 의혹에 독자들의 관심이 큰 이유가 이 때문일 겁니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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