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원전 적자 가능성, 이래도 미래 먹거리인가 [사설]

2018. 12. 2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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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탈원전을 반대하는 주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원전이 미래 먹거리가 될 사업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경향신문이 입수한 한국전력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건설 사업’ 자료를 보면 원전 수출의 사업성에 의문이 든다. 자료를 보면 한전은 2010년부터 올 9월까지 UAE 바라카 원전 건설에서 매출이익 1조910억원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르다. 우선 사업기간이 늘면서 지체보상금을 물어야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체보상금은 하루 60만달러(약 6억7800만원)다. 그리고 공사비도 수출입은행을 통해 100억달러를 빌려준 뒤 운영수익을 통해 회수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지체보상금과 이자비용을 감안하면 실제 수익은 마이너스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보수정권이 효자사업으로 치켜세웠던 UAE 원전 수출이지만 헛물켠 셈이다.

원전 수출의 수익성 악화는 한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각국에서 사업 포기가 속출하는 이유다. 최근 일본은 도시바, 미쓰비시, 히타치 등이 연달아 해외에서 수주한 원전 건설 사업을 포기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각국의 안전기준 강화로 사업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세계에 건설 중인 50기의 원전 중 33기 이상의 공사도 수년째 지연되고 있다. 원전사고의 위험성, 사업비 증가 등을 감안하면 원전 수출은 노다지가 아니라 ‘고(高)리스크 사업’인 것이다.

세계는 각종 위험이 도사린 원전사업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성장속도도 빠르다. 지난해 풍력발전은 전년 대비 17%, 태양광 발전은 35% 증가했다. 반면 원전 발전량은 1% 증가에 그쳤다.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재생에너지의 경제성도 급속도로 향상되고 있다. 미국 전문업체의 분석에 따르면 2009~2017년 생산전력당 평균 발전비용은 풍력이 67%, 태양광은 86% 감소했다. 그러나 원자력은 오히려 20% 증가했다. 그러니 많은 국가들이 탈원전에 가세하는 것이다. 독일은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키로 했다. 덴마크·스웨덴, 벨기에·스위스도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그런데도 유독 한국에서만 에너지 전환이 첨예한 논란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최근 방한한 국제적인 에너지 및 핵 전문가는 “원전산업 발전이 새로운 혁신에 장애물이 되는데, 한국이 바로 그런 곳”이라며 안타까워한 바 있다. 세계는 10여년 전부터 에너지 전환에 집중하며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만 ‘멸종위기종’인 원전에 매달려 신산업을 외면하면 시대에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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