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넘어가는데..노동계는 '상전', 기업은 '뒷전'

박영국 기자 2018. 12. 26.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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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 박영국 기자]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에 이어 산안법 연내 처리 전망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는 내년 2월로…'1년안' 수용 가능성 낮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연말연시가 다가오면서 노동계에서 요구해온 각종 법안과 시행령이 국회에서 속속 처리되고 있다. 반면 기업들이 조속 처리를 호소한 법안들은 해를 넘길 상황이다.

26일 재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이날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의 일부 이견이 있는 법 조항을 추가로 논의해 27일 국회 마지막 본회의 처리를 시도할 예정이다.

여야는 이미 큰 틀에서 합의를 마친 만큼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산안법 개정은 태안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의 사망 사고 후 ‘위험의 외주화’를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일사천리로 추진돼 왔다.

태안 발전소 사태에 밀려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재계는 그동안 산안법 개정에 반대해 왔다. 산업현장의 중대재해를 막겠다는 법안 개정의 취지는 좋지만, 근로자를 직접 지휘·명령할 수 없는 원청업체와 사업주에게 사업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고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라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특히 재계가 우려하는 대목은 원청업체의 책임 범위를 확대하는 부분이다. 현행 산안법은 하청업체 근로자가 22개 산재 발생 위험장소에서 작업할 때만 원청업체가 안전과 보건조치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지만 여야는 이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산안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원청업체에 해당하는 기업들의 경영 의욕을 꺾을 뿐 아니라 외주 작업을 중단해 외주업체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는 결국 일자리 감소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앞서 정부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지난 24일 노동계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겼었다. 최저임금 시급 산정 기준에 법정 주휴시간을 포함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수정해 재입법 예고한 것이다. 정부는 올해가 가기 전 마지막으로 예정된 31일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할 예정이다.

이번 정부 수정안에 대해 재계와 노동계 모두가 반발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노동계에는 손해될 게 없는 내용으로 분석된다. 가장 넓은 범위를 포괄하는 ‘법정 주휴시간’을 시급 산정 산식(임금/근로시간)의 ‘분모’에 포함시킴으로써 대부분의 기업들이 영향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법정 주휴시간 등 ‘실질적으로 일하지 않는 시간’을 최저임금 시급을 산정하는 데 반영하게 되면 기업의 시간당 실질 지급액이 크게 감소해 임금 부담이 급증한다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대법원에서도 ‘주휴수당 관련 근로시간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일관적인 판결을 내렸었다.

약정휴일수당과 약정휴일시간을 모두 제외한 것 역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분자와 분모를 모두 제거한 만큼 사실상 아무 의미가 없는 것으로, 고용노동부의 기존 입장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것이라는 게 재계 시각이다.

이처럼 노동계의 요구사항들은 해를 넘기기 전 반영되는 모습이지만, 기업들이 요청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는 내년 2월까지 미뤄진 상태다.

사실 이는 사용자측에 유리한 법안이라기보다는 노동계가 요구한 주 52시간 근로제에 따른 파장을 완화하는 데 필요한 보완 입법의 성격이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노동계의 눈치를 보느라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주 52시간 근로제의 계도기간을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개편 시까지 연장키로 했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이 역시 잠시 시간을 번 데 불과하다는 게 재계 시각이다.

계절적 수요나 신제품 출시 등에 따른 집중 노동이 필요한 업종의 경우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없이 노동시간을 줄였다가는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특히 발주처에서 납기와 공기를 중시하는 조선·건설 업종의 경우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수주전에서 밀려 산업 경쟁력 자체가 무너질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최대 3개월에서 1년까지 늘려야 한다는 게 재계 요구사항이었으나 정부와 정치권은 ‘6개월’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단위기간 확대에 반대하는 노동계의 눈치를 보느라 나름의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정부와 여당의 행태를 보면 ‘노동계는 상전, 기업은 뒷전’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면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주기적으로 열어봐야 기업 얘기든 듣지도 않는데 무슨 실질적인 대책이 나오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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