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몸 속에 수은 농도가 높은 이유는?
[경향신문]
한국인 몸 속에 수은 농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이 즐겨먹는 해산물 때문이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2015~2017년 국민 몸 속의 납, 수은 등 환경유해물질의 노출 수준을 확인하는 ‘제 3기 국민환경보건 기초조사’를 실시한 결과 모든 연령대에서 건강 피해 위험성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6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독일 인체모니터링 위원회의 건강영향 권고값(HBM) 등 해외 기준보다 체내 유해물질 농도가 낮게 나타났다. 다만 중금속 농도는 나이가 많을 수록 높아졌다. 혈중 납 농도는 중고생 0.80㎍/L, 성인은 1.60㎍/L으로 나타났으며, 혈중 수은 농도는 중고생 1.37㎍/L, 성인은 2.75㎍/L로 성인이 청소년보다 두 배나 높았다. 소변 중 카드뮴 농도도 연령대가 높을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국 성인의 납과 수은 농도는 1기(2009~2011), 2기(2012~2014) 조사와 비교하면 낮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해외 비교 대상으로 삼은 미국 성인과 비교하면 여전히 2~3배 높게 나타났다.
수은의 경우 해산물을 많이 먹는 한국인의 식습관 때문으로 분석됐다. 바다의 먹이사슬은 플랑크톤→작은 물고기→큰 물고기로 이어지는데, 수은은 생물에 농축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상위 포식자일수록 농도가 높게 나타날 수 있다. 일본 등 어류를 즐겨 먹는 아시아권에서 상대적으로 수은 농도가 높게 나타난다.
한국에선 수은 농도와 대형 어류 섭취의 상관관계가 실제로 확인됐다. 환경부에선 유독 영남 사람들의 혈중 수은농도가 높게 나타나, 2010~2011년 이 지역 주민 5143명을 대상으로 상어고기 섭취에 따른 혈중 수은 농도 변화와 섭취 특성을 조사했다. 이 지역에서 제사상에 상어고기를 올리는 등 식재료로 먹는데서 착안한 것이다. 조사 결과 상어고기를 먹는 사람들은 체내 수은 농도가 5.35㎍/L로 먹지 않는 사람들의 3.61㎍/L보다 높게 나타났다. 먹기 전 5.82㎍/L였던 농도는 섭취 1주일 후 8.53㎍/L까지 올라갔다가 한 달 뒤 5.79㎍/L까지 낮아졌다.
한국인 몸 속의 수은 농도는 1기 조사로부터 꾸준히 낮아진 것으로 나타나, 최근 식습관의 변화가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추정이 나왔다. 납의 경우도 환경 규제로 휘발유에 납을 넣는 것을 금지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흡연 유해물질을 확인하는 성인 몸 속의 코티닌(니코틴의 산화물) 농도도 1기 조사에선 11.3㎍/L가 나왔지만, 3기 조사에선 5.59㎍/L로 절반 가량 줄어서 최근 금연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유지영 국립환경과학원 연구관은 “환경보건조사는 국민들이 유해물질에 얼마나 노출됐는지를 살펴볼 뿐만 아니라, 환경이나 보건 관련 정책이 실제로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금속과 반대로 흔히 환경호르몬이라고 부르는 일부 화학물질들은 나이가 적을 수록 높게 나타났다. 플라스틱을 가공하는데 쓰이는 프탈레이트의 소변 중 농도는 성인이 23.7㎍/L이었는데 영유아는 60.7㎍/L로 연령대가 낮을 수록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 내분비계교란물질로 알려진 비스페놀-A의 경우에도 나이가 어릴 수록 높게 나타났다. 유지영 연구관은 “어린이는 단위체중 당 음식 섭취량과 호흡률이 성인보다 2~3배 높은데다 장난감을 빨거나 바닥에서 노는 행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유해물질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국내외 건강영향 권고값보다는 모두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화장품이나 위생용품에 살균성 보존제로 많이 쓰이는 메틸파라벤은 여성(45.2㎍/L)이 남성(27.3㎍/L)보다 높게 나타났다.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화장품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철우 국립환경과학원 환경보건연구과장은 “이번 조사에서 어린이·청소년이 성인과 환경오염물질별 노출 경향이 달랐다”면서 “연령대별 영향 등 대상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유해물질 노출요인 파악과 저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3기 조사에선 조사 대상 범위를 어린이와 청소년까지 확대했다. 전국 233개 지역과 183개 보육·교육기관을 대상으로 6167명의 혈액과 소변을 채취해 26종의 환경유해물질 농도를 분석했다. 4기 조사는 올해부터 2020년까지 진행된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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