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살 아기 물어 숨지게 했는데..진돗개는 입마개 안해도 된다

김방현 2018. 12. 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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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시행 동물보호법, 도사견 등 5개 품종만 맹견 지정
반려견에 의한 상해 건수 최근 4년간 5876건으로 증가 추세
전문가들, '맹견 품종 확대보다 관리 철저히 하는 게 중요"

지난 22일 오전 11시 40분쯤 충남 당진시 읍내동의 한 가게 앞 노상에서 A양(10)이 진돗개에 손목을 물려 인대가 손상됐다. 충남소방본부에 따르면 A양은 동생과 함께 인근 가게 앞에 묶여 있는 진돗개를 쓰다듬으려다 물렸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1000만명에 육박하고 있지만, 진돗개를 비롯한 일부 품종은 동물보호법에서 맹견(입마개 등 필수)으로 분류되지 않아 관리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반려견에 의한 상해 건수(개 물림 등)’는 2015년부터 올해 11월까지 총 5876건이다. 특히 지난해 1407건에서 올해는 11개월 동안 1962건을 기록, 39.4%나 증가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반려견 수가 증가하면서 이로 인한 상해 피해 건수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특히 호기심 많은 어린이가 개에게 물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보호법 시행령·시행규칙을 지난 20일부터 내년 1월 29일까지 입법 예고했다. 이 규정은 내년 3월 21일 시행된다. 동물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은 맹견 소유자의 안전관리의무를 강화하고 과태료도 상향 조정한 게 요지다. 앞으로 만 14세 이상만 맹견을 동반해 외출이 가능하고, 맹견 소유자가 안전한 사육과 관리 교육(매년 3시간 이상)을 받아야 한다. 외출하는 맹견은 목줄이나 입마개를 무조건 착용해야 한다.

또 맹견을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에 출입시켜서는 안 되고, 소유자 등이 없이 맹견을 기르는 곳에서 벗어나게 해서는 안 된다. 규정 위반 시 과태료는 기존 50만원에서 1차 위반 시 100만원, 2차 200만원, 3차 300만원까지 증가한다. 반려견이 사람을 공격해 죽음에 이르게 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하지만 동물보호법이 정한 맹견 품종은 일부에 한정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맹견으로 지정된 품종은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테퍼드셔 테리어, 스테퍼드셔불 테리어, 로트와일러와 그 잡종 등 5종이다. 진돗개, 풍산개 용맹한 개로 알려진 다수의 품종도 대상에서 제외됐다.

맹견으로 지정되지 않은 개에게 다친 사고는 잦다. 2017년 9월 30일에는 그룹 ‘슈퍼주니어’소속 최시원의 개 프렌치불독이 유명 한식당의 대표 김모씨를 물었다. 김씨는 이후 패혈증이 발생해 결국 사망했다.
‘슈퍼주니어’소속 최시원의 개 프렌치불독. 이 개가 유명 한식당의 대표 김씨를 물었다. [중앙포토]

지난해 11월 4일에는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법천리에서 A씨(52·여)가 진돗개에게 손가락을 물렸다. A씨는 진돗개 목줄을 묶던 중 사고를 당해 약지 손가락이 찢어졌다.

농림축산부 관계자는 "투견용으로 사육된 경험이 있어 위험하다고 판단해 맹견으로 지정한 것"이라며 "이들 품종은 해외에서도 맹견으로 분류되고 있다"고 말했다.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이혜원씨는 "맹견으로 지정되지 않은 개에게 물리는 사고가 훨씬 잦지만 무턱대고 맹견으로 지정하는 것도 곤란하며, 주인이 개를 철저히 관리하게 하고 사고 시 책임을 묻는 게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남의 개를 예쁘다고 쓰다듬거나 돌출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반면 대전동물원 이일범 박사는 “진돗개나 허스키, 말라뮤트 등 품종도 성인 남자에게는 한없는 순둥이처럼 보여도 어린이와 단둘이 있을 때 공격성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며 "맹견 지정 품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는 품종과 관계없이 체고(體高) 40㎝ 이상 반려견에 대해 입마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마련했으나, 개 주인들의 반대로 철회하기도 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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