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당협위원장 교체..친박계·비대위 갈등 고조

송민섭 입력 2018. 12. 2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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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의도가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홍문종 의원)

“어떤 의원은 9개의 당직을 맡고 있다. 골고루 배분돼야 한다.”(유기준 의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취임 후 첫 비상대책위원회·중진의원 연석회의가 열린 26일. 한국당 중진의원들의 김병준 비대위원장을 향한 날 선 비판이 줄을 이었다. 주로 친박(친박근혜) 성향 의원들이었다.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포문은 5선의 정갑윤 의원이 열었다. 정 의원은 김병준 위원장, 나경원 원내대표, 정용기 정책위의장의 공식 발언이 있은 직후 한국당 중진의원으로서 처음 발언했다. 그는 한국당 원내대표 선거 결과부터 말했다.

정 의원은 “나 원내대표로 새롭게 출발하는 한국당에 대한 기대가 매우 높았다”고 운을 뗐다. 진보진영에서는 특정 계파의 승리 혹은 부활이라고 평가했지만 제1야당 첫 여성 원내대표 선출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모습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이날 오후로 예정된 내년 2월 전당대회 지도체제에 대해 언급했다. 정 의원은 “국민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국민을 위한 정치를 가열차게 해나가야 한다”며 “우리끼리 싸우는 모습을 보이면 끝”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내년 전당대회에서는 계파 대립 종식이라는 점에서 집단 지도체제로의 복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어느 것(지도체제)도 지고지순은 아니다”며 “1인 독주보다는 함께 손 잡고 가야한다. 국민들에게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가 친박이나 비박의 일방적인 승리가 아닌 중립 성향 원내대표에 대한 의원들의 선택인 만큼 내년 2월말로 예정된 전대에서도 이러한 당내 분위기를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정 의원은 “진짜 보수정당으로서 생국지음(生國之音)이 울려퍼지도록 하자”고 당부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국당 지도부·원내지도부·중진의원들의 덕담 분위기였다. 하지만 4선의 홍문종 의원이 마이크를 잡으면서 사달이 났다. 홍 의원은 “저는 (최근 한 시사잡지와 인터뷰를 한) 김무성 의원이 과연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가시나’(여성에 대한 비하 방언)라고 부르면서 대통령 대접을 했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의원은 “비대위원장님 또 당을 이끌어가는 분들께서 (김 의원의 계파 갈등 조장 발언에 대해) 뭐라고 말씀을 꼭 해주셔야 될 것 같다”고 말을 이었다. 곧바로 홍 의원의 최근 당내 움직임에 대한 개인 입장이 나왔다. 그는 “당협위원장 교체에 관해 한 말씀 드리겠다”며 “좋은 의도를 의심하지 않지만 좋은 의도가 (당에 치명적인)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최근 한국당 김용태 사무총장이 양천을 당협위원장을 용퇴한 것도 문제 삼았다. 그는 “사무총장께서 용단을 내리셨는데 (당협위원장 인선을 주도하고 있는) 조직강화특위위원장도 그만두셔야 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정치를 은퇴하신다면 모르지만 (서울시장 선거 출마설 등의 뒷말이 나온다면)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바통은 원내대표 출마 의사를 밝혔다가 중도 사퇴한 유기준 의원(4선)이 이어받았다. 유 의원은 “이번에 당협위원장을 뽑게 되면 한 지역구에 책임자가 두 사람이 되는 것”이라며 “6·13 지방선거로 (당이) 어렵고 민심이 흉흉한 판인데 지금 그렇게 당협위원장 뽑는 게 중요한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원내지도부는) 실제 정치를 해보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마시라”고 김병준 위원장 면전에서 직격탄을 날렸다.

주로 친박계로 분류되는 한국당 중진의원들의 이같은 ‘이구동성’은 나 원내대표의 선출로 어느 정도 자신들 입지가 강화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 대선 패배, 올 6월 지방선거 참패, 보수궤멸에 따른 부채 의식, 참여정부 정책실장 출신 김 위원장 영입, 비박계 주도 친박계 ‘물갈이’설까진 참아왔으나 차기 지도부 선출에 있어선 그간 당을 지켰던 입장에서 어느 정도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같은 친박들 공세에 비대위도 발끈했다. 김 위원장이 아닌 정현호 비대위원을 앞세웠다. 정 위원은 ‘정치 경험이 있는 분들을 중심으로 판단했으면 좋겠다’는 언급과 관련해 “현재는 여전히 당이 비상상황이고 지지율이 회복됐다고 하지만 우리 당의 문화나 관습, 가치 설정에 오류가 발생한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곧바로 가시 돋힌 반박이 나왔다. 정 위원은 “중진의원들께서 국민을 대변하는 분들은 맞다. 그러나 늘 보셨다시피 국민을 잘 대변해오지는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외부인사 시선을 담아서 당을 개혁하고 함께 해오고 있는 것”이라며 “비대위 구성도 (친박·비박·중립 등) 균형 있게 구성돼 있는 만큼 그것이 다소 다르게 받아들여져 있더라도 염두에 두셨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이날 비대위·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나온 선배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던 나 원내대표는 마무리 발언에서 당내 현안보다는 당외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나 원내대표는 “오늘 조명균 장관이 (내게) 전화를 세 번 했는데 모르는 전화는 안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재인정부가 제1야당인) 저희한테 제대로 설명한 적 없다”며 “내일(27일) 본회의가 있는데 전혀 합의가 되지 않았는데 걱정이 많이 된다”고 말을 끝맺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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