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대적 후 2년..'알파고' 넘는 무패 게임고수의 등장

강기준 기자 2018. 12. 2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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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법칙'만 알면 스스로 터득하는 '알파 제로', 바둑·체스·장기 모두 섭렵..인류 난제 해결의 희망될까 기대
/AFPBBNews=뉴스1

이세돌 9단이 구글 딥마인드의 AI(인공지능) '알파고'와 바둑 대결을 펼친 지 2년. 그사이 알파고를 물리친 '알파고 제로'가 등장했고 바둑을 넘어 장기, 체스까지 독학으로 깨우쳐 내로라하는 전세계 챔피언들을 모두 이긴 게임 고수 '알파 제로(AlphaZero)'가 탄생했다.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달초 딥마인드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지에 게재한 '알파 제로'의 1년간 성과에 대해 소개했다. 알파 제로는 지난해 12월5일 첫 등장 후 바둑·장기·체스 세계 챔피언들을 모두 꺾었다.

알파 제로에 세계가 놀란 것은 '게임 법칙'만 가르쳐주면 인간이 데이터를 입력할 필요도 없이 스스로 학습을 해서 깨우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년전 이세돌 9단을 꺾었던 알파고는 인간의 지식을 학습하는 과정을 거쳤다. 인간이 둔 엄청난 분량의 바둑 기보를 보고 훈련했고 이를 바탕으로 빠른 연산을 통해 상대를 물리쳤다. 그런데 알파 제로는 혼자서 수백만번의 게임을 하고, 실수를 보완하면서 스스로 빅데이터를 만들어냈다. 기보가 필요 없다. 이런 방법으로 수시간만에 인간과 컴퓨터를 통틀어 최강자의 자리에 올라선 것이다.

알파 제로의 전적은 압도적이다. 알파 제로는 학습 2시간만에 2016년 장기 챔피언 AI '엘모(Elmo)'를 이겼고, 체스는 학습 4시간 만에 2017년 챔피언인 AI '스톡피시(Stockfish)'를 이겼다. 알파 제로는 엘모와의 대결에서는 90승 2무 8패를, 스톡피시와는 28승 72무 0패의 성적을 거뒀다. 이후 지난 1월 스톡피시의 최신 버전과 다시 맞붙어, 상대방에 더 많은 연산 시간 등 핸디캡을 주고서도 압승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엔 알파 제로의 모태인 '알파고 제로'가 바둑에서 알파고와 100판 붙어 모두 승리하기도 했다. 알파 제로는 알파고 제로의 범용 버전이다. 처음을 뜻하는 '알파(Alpha)'와 바둑을 뜻하는 '고(Go)'의 합성어에서 '고(Go)'를 뺐다. 알파 제로는 알파고 제로를 상대로는 30시간만에 승률 61%를 기록하기도 했다.

NYT는 알파 제로가 '경지'에 오른 후엔 점점 인간답게 두는 자연스러움에 놀라움을 표했다. 체스는 1997년 IBM이 딥블루를 내놓은 후 컴퓨터가 인간을 밀어내고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사람처럼 좀 전에 둔 수를 까먹지도, 계산에 오류도 없었다. 하지만 체스라는 게임을 이해하고 두는 것이 아니라 단지 '컴퓨터 엔진'이 완벽한 계산으로 모든 경우의 수를 파악해 대처해 '인간미'가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지난해까지 최강자였던 스톡피시 역시 기계가 게임을 한다는 느낌을 지우진 못했다. 인간의 모든 수를 계산하고 철옹성처럼 방어하는, 압도적이지만 답답하고 재미없는 경기를 치렀다. 반면 NYT는 알파 제로에 대해 "체스라는 게임의 매력을 이해하고 아름답게 둔다"고 찬사를 보냈다. 스톡피시와의 대국에서 스톡피시의 첫수는 대부분 인간 챔피언들의 수를 따라 한 것에 그쳤지만, 알파 제로는 독창적인 수를 냈다. 때론 예상치 못한 수로 위험을 감수하는 '승부사의 모습'도 보였다.

스톡피시는 초당 7000만개, 엘모는 3500만개의 수를 계산할 수 있는데 반해 알파 제로는 체스에선 초당 8만개, 장기에선 4만개 연산에 그친다. 대신 심층 신경망(Deep Neural Network)를 이용해 자신이 둔 수가 얼마나 좋은지를 계산하고, 다음수의 경우의 수와 승률을 계산한다. 현재 둔 수가 좋다고 생각하면 저장하고, 다음번에 또 써먹는다. 모든 경우의 수를 따지는 AI와 다르게 선택과 치중에 많은 연산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NYT는 스스로 학습하는 AI가 이제 과학과 의료계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가 다음 과제라고 전했다. 인간 지식에 의존하지 않는 AI가 등장하면서 우리가 실체를 알지 못하는 영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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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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