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말 아끼던 허창수까지 "내년 경제 어렵다"

오원석 2018. 12. 2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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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신년사 "규제개혁" 한목소리
손경식 "투자환경 만들기 힘쓸 것"
박용만 "규제 패러다임 바꿔야"
최저임금 인상, 52시간제 등 부담
버팀목이던 수출도 주춤할 조짐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왼쪽부터).
전국경제인연합,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의 등 주요 경제단체장이 내년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일제히 쏟아냈다.

그동안 목소리를 내지 않던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신년사에서 “자동차, 철강 등 주력산업의 여건이 어려우리라는 전망이 많다”며“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신성장 동력이 뚜렷하지 않은 것이 가장 뼈아픈 대목”이라고 말했다. 허 회장은 “규제가 외국기업과 경쟁하는 우리 기업에 부담이 되는 일은 더는 없어야 한다”며 “규제개혁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신년사에서 “우리 경제 전반에 얽혀 있는 불합리한 규제에 대한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며 “(새해에는) 공정거래법, 상법 등 기업 경영을 위축시킬 수 있는 법 개정이 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업의 과감한 투자와 경영 활동을 저해하지 않도록 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고 밝혔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창업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공한 배경에는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쪽에 힘을 실어주는 제도와 시장생태계의 뒷받침이 있다”며 “우리도 규제를 포함한 법과 제도의 패러다임을 과감히 바꿔 기업이 경제·사회적 효용을 창출하는 시도가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경제 수장이 우려하고 있는 이유는 내년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깔렸기 때문이다. 내년 내수 경기뿐만 아니라 수출 전망도 암울하다.

27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내년 1월 BSI는 92.7로 나타났다. BSI 지수가 100 이하면 부정적으로 응답한 기업 수가 긍정적으로 답한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수출전망은 미·중 무역 전쟁의 완화 분위기에도 92.1로 부정적이었다. 내수(93.5), 투자(95.9), 자금(94.0), 고용(99.7), 채산성(98.1) 등 다른 부문에서도 부진한 전망이 나왔다. 내수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제조업을 중심으로 수출 둔화세도 뚜렷해 신년 경제성장에 대한 기업들의 기대감이 낮은 탓이다.

업종별로 보면 내수 부문에서는 컴퓨터 프로그램 및 정보서비스가 57.1로 가장 낮게 조사됐다. 고무·플라스틱 및 비금속광물(73.7), 자동차·트레일러 및 기타 운송장비(84.1) 분야도 낮은 기대치를 보였다. 고용 부문에서는 지식 및 오락서비스업이 90.9로 조사돼 기준선을 밑돌았다. 이밖에 수출 부문의 건설업(86.0)과 1차 금속 및 금속가공(87.1) 업종도 내년 1월 경기를 어둡게 전망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저임금이나 주 52시간 근무제 등 새로운 정책이 많이 나와 기업활동에 애로사항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며 “기업을 옥죄는 규제 등이 완화돼야 하는데 내년에도 돌파구가 보이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12월 실적은 90.2를 기록해 2015년 4월 101.3을 기록한 이후 44개월 연속으로 기준선을 넘지 못했다. 고용(100.8) 부문을 제외한 내수(93.5), 수출(91.0), 투자(96.7), 자금(93.5), 채산성(91.8) 등 모든 부문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정부가 투자와 소비 증진을 위한 경제정책을 내놓았지만 실제 경제회복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며 “단기적 재정지출 확대 효과는 한계가 있는 만큼 장기적 경제구조 개선을 위한 정책개발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부정적인 새해 전망과 더불어 수출 증가세도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국내 938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년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EBSI)에서 1분기 EBSI 지수가 93.1로 나타났다. 기준선 100을 밑돈 건 8분기 만이다.

항목별로는 수출국 경기‘(87.5), 수출상품 제조원가(88.4) 등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국 경기는 최근 세계경기 둔화 가능성에 대한 업체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품목별로는 철강 및 비철금속 제품, 플라스틱, 가전, 무선통신기기 및 부품 등은 수출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철강 및 비철금속 제품은 주요국 쿼터 제한에 따른 물량 감소와 저가 중국산 수출 확대에 따른 가격 하락 등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됐다.

수출기업들은 4분기 주요 애로 요인으로 원재료 가격 상승(16.8%), 바이어의 가격 인하 요구(15.7%), 원화환율 변동성 확대’(10.5%) 등을 꼽았다.

이진형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 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일부 반영되었으나 업체들의 수출에 대한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며 “미·중 무역분쟁의 장기화에 대비해 주요 업종별로 생산 네트워크를 조정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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