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 오도독] ④ 언론만 보면 한국경제는 곧 망할 것 같습니다

최경영 2018. 12. 2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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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문제들의 정답은 무엇일까요?

1.네이버에 “경기전망 최악”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했습니다. 기간은 2017년 5월 1일부터 2018년 12월 26일까지, 검색 대상은 뉴스만으로 한정했습니다. 총 몇 건의 뉴스가 검색됐을까요?
1.357건
2.567건
3.789건
4.913건

2.네이버에 같은 단어,“경기전망 최악”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했습니다. 이번에는 기간을 달리해 2008년 1월 1일부터 2016년 9월 30일까지, 역시 뉴스로 한정했습니다. 총 몇 건의 뉴스가 나왔을까요?
1.500건
2.1000건
3.4000건
4.5000건

3.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는 소상공인들의 경기체감지수(Business Survey Index)를 조사해서 매월 발표합니다. 도,소매업 및 숙박 음식업, 서비스업의 경우 상시 근로자 5인 미만의 사업체를 대상으로, 광업, 제조업 건설업 및 운수업의 경우는 상시 근로자 10인 미만의 사업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합니다. 이 지수가 100이면 보합, 100을 초과하면 경기가 호전, 100 미만이면 악화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013년 1월부터 올 11월까지 소상공인 경기체감지수를 모두 조사해서 그래프로 그려봤습니다. 이 지수가 100을 초과해 경기가 호전됐다고 조사된 적은 동기간동안 몇 번 있었을까요?
1.108번
2.57번
3.7번
4.1번

4. 위 문항의 동기간(2013.1~2018.11)동안 경기체감지수를 그래프로 그려봤습니다. 경기체감지수가 102.9에서 45.9로 2배 이상 급락한 특정 시점이 보입니다. 그 달에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1 2017년 최저임금 16.4% 인상
2.2016년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에 관한 금지법률, ‘김영란법’ 시행
3.2015년 메르스 사태
4.2014년 세월호 참사

5. 위 문항과 같은 그래프입니다. 이번에는 조사시점들을 모두 표시했습니다. 경기체감지수가 45.9로 급락한 시점이 뚜렷히 보입니다. 그렇다면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의 경기체감지수 그래프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1.문재인정부이후 자영업 경기체감지수가 최악이 됐다
2.세월호참사이후 자영업 경기체감지수가 계속 좋지 않았다

6. 자영업의 만성적 불황과 관련, 이른바 ‘조중동’이나 매일경제, 한국경제신문 등이 그 원인으로 거의 꼽지 않았던 요인은 무엇일까요?
1. 대통령 탓이다
2. 구조적으로 자영업 숫자가 너무 많다
3. 세월호, 메르스, 김영란법 등 특정 이슈들 때문이었다
4. 최저임금인상 때문이다
5. 백화점에서 떡볶이 등을 파는 등, 대기업의 독과점 영역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1번부터 4번까지의 답은 4번입니다. 5번과 6번의 답은 “한국언론 오도독”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맡깁니다.

한국 경제가 나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박근혜 정부의 ‘과도한’ 경기부양책과 빚 내서 집 사라는 정책때문에 빚에 쪼들린 국민들이 점차 소비할 여력이 고갈되어 이런 것인지, 문재인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때문인지, 최근의 미-중 무역갈등 때문인지, 미국의 잇달은 금리인상과 통화긴축정책때문인지, 중국의 산업 경쟁력이 강해져서인지, 부품소재 중견기업이 취약한 한국의 산업구조때문인지, 빈부격차가 너무 커져서 서민들이 쓸 돈이 없어져서인지, 자영업 숫자가 너무 많아 극심한 경쟁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구조인지, 부동산 임대료가 너무 높아져 임차인들이 어렵기 때문인지, 재벌 중심의 독과점적 경제구조로 잘 되는 곳만 잘 되기 때문인 것인지, 아니면 이 모든 것이 원인이 되는 것인지 누가 알 수 있을가요?

그런데 오로지 한국언론만이 그 정답을 정확히 알고 있는 듯 합니다. 특정 정부의 특정 정책때문에 경제가 이만큼 나빠졌다고 이야기하는 기자들은 노벨경제학상 후보자들입니다. 불가사의한 일을 단박에 알아낼 수 있는 놀라운 초능력자들이거나 모르는 것도 아는 척하는 거짓말쟁이들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한국적 현상은 노무현 정부때도 거의 똑같이 나타났습니다. 정부에 대한 악담 수준이 아니라 거의 저주에 가까운 기사들은 수도 없이 등장했습니다. 제가 딱 한 가지 예만 들어보겠습니다. 2006년 7월 26일 “이런 불경기는 처음...한달 100만원 벌어요”라는 조선일보의 기사를 봅시다. 첫 문장을 이렇게 시작합니다.

“경기(景氣)? 보면 몰라? 완전히 죽여놨잖아. 서민 경기 살리겠다고 해서 (노무현 대통령을) 찍었는데, 경제만 망가뜨린 거 아냐.”

확언컨데 한국의 기자들은 2009년 이명박 정부때, 지금처럼 대통령 임기 2년차때, 택시기사들에게 경기가 어떠냐고 물어본다면 비슷한 답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2014년 역시 박근혜 대통령 임기 2년차때 택시기사들에게 물어본다면 10명 중 9명은 이런 말을 하게되어 있습니다. 경기가 완전히 죽었다고 이야기하지요.

이런 기사의 의도는 너무나 뻔합니다. 늘 저임금에 시달리는 택시기사들을 앞세워 경제가 안 좋다는 이야기를 일반화시키는 것이지요. 택시기사들이 경제의 척도이니 이들의 말이 정답이라고 강요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식의 취재와 단편적 논리의 기사 쓰기라면 어느 정부때나 택시기사들로부터 똑같은 답변을 얻어내 비슷한 기사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더라도 말입니다. 2006년 이른바 '조중동'이 대통령 때문에 경제 망하게 생겼다는 식의 기사를 쏟아낼때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5.2% 였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해 택시기사, 재래시장 상인, 자영업 점주들이 과연 어렵지 않았을까요? 어려웠을 겁니다. 아니, 지난 IMF 환란 위기 이후, 한국의 서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빈부 격차, 경제적 어려움은 점증되어 왔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겁니다.

그런데 이런 류의 저질 기사들은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등장합니다. 유독 특정 정당의 정부가 등장할때마다 ‘조중동' 등에 기획기사 등의 형태로 집중 등장하고 있습니다. 되풀이되는 정형화된 패턴입니다.

그러다보니 웃지 못할 실수도 나옵니다. 올 9월 5일 중앙일보는 <넥타이부대 넘치던 강남 간장게장골목 밤 11시 되자 썰렁>이라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이른바 전문가의 말을 빌려 “식당을 하는 자영업자 입장에서 보면 주 52시간제로 손님은 줄어드는데 최저임금인상으로... 비용은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새벽 3시 인적이 뜸한 강남의 간장게장식당 골목을 사진으로 찍어 보도했지요. 그러니까 1인분 수 만원짜리 강남 간장게장골목 식당들에 평소에는 새벽 3시에도 손님이 많았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손님이 끊어졌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대체 새벽 3시에 1인분에 수 만원씩 하는 고급 간장게장을 누가 얼마나 사먹어야 경제가 호황이라는 이야기일까요?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과, 주 52시간제를 얼마나 욕하고 싶었으면 이런 무리한 기사를 썼을까 궁금해집니다.

서민들은 어렵습니다. 정말 어렵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정파적 상업 신문사들이 정말 서민들이 어렵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면, 서민들의 삶이 어려워진 그 구조적 원인들을 하나씩 찾아서 그 원인들을 제거해보자는, 바꿔보자는, 함께 잘 살아보자는 기사를 진심을 다해 써야하지 않을까요? 그게 언론의 사회적 책임이 아닙니까? 한국언론은 정말 서민을 위해 기사를 쓰고 있는 것입니까, 아니면 서민을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해 기사를 쓰고 있는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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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영 기자 (nuro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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