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도 안되는데 한파에 예약도 취소됐습니다"..'서베리아'가 얼린 연말특수(종합)

성기호 2018. 12. 2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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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위에 재래시장과 식당에서 손님 뚝 "예약 취소도 늘어"
외출 자체가 줄자 백화점·편의점도 고전…온라인 쇼핑몰만 선전

세밑한파가 기승을 부린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 둔치 나뭇가지에 고드름이 맺혀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이지은 기자, 조목인 기자] 8일 오전 6시경 서울 중구의 한 재래시장 앞. 시장 상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커다란 드럼통에 장작불을 피워 언 몸을 녹이고 있었다. 이 곳에서 18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상인 최지언(가명·66)씨는 좌판에 얼어붙은 생선을 진열하면서 한숨부터 쉬었다. 최 씨는 “추위에는 이골이 나 괜찮은데 밖에 나오는 사람이 없어 장사가 안되는 게 더 무섭다”며 “경기도 좋지 않은데 날씨까지 추워져 더 손님이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서울의 아침 체감온도가 영하 19.3도까지 떨어지는 ‘서베리아(서울+시베리아)’ 한파가 몰려오면서, 유통가가 극한의 체감경기에 꽁꽁 얼어붙고 있다. 강추위와 오랜 경기불황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꽉 닫으면서 업종을 가리지 않고 연말 특수가 사라졌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으로 줄폐업 위기에 몰린 외식업 종사자들은 ‘설상가상 한파’에 연말 예약 손님까지 끊기며 “날씨보다 마음이 더 춥다”는 자조섞인 한숨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 27일 저녁 8시경 서울 다동의 한 갈비집에는 테이블이 절반 이상 비어있었다. 사장 김진수(가명·77)씨는 “송년 모임이 예년같지 않아서 연말 대목은 옛말이 됐다”며 “더군다나 오늘같은 날씨면 추위로 귀가를 서두르기 때문에 손님이 더 없다”고 울상지었다. 인근의 중식당 사정도 마찬가지. 이 곳 직원 한 모씨는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인지 예약손님이 2개나 취소됐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강추위에 재래시장은 손님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채소 장사를 하는 선이순(가명·65)씨는 “어차피 손님도 없어 문을 열지 않거나 일찍 닫는 상인들도 부쩍 많이 늘어났다”면서 “춥다고 장사를 안 할 수도 없어 가게 문을 열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얼어붙은 날씨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등 대형유통업체 매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백화점의 12월(1~20일) 매출 신장률은 전년 대비 2.0%에 그쳐, 10월 수준(5.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마트의 12월(1~14일) 총매출도 전년 동기대비 4.6%포인트가 감소했다. 롯데마트도 26~27일 이틀간 오프라인 매출이 전년보다 2.4%나 줄었다.

강추위가 이어지고 있는 28일 서울 동묘시장에서 시민들이 겨울옷을 살펴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강력한 한파로 소비자가 외출 자체를 하지 않기 때문에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매출도 동반 하락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마트는 지난 5일 작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5주간 온도와 매출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영하 5.66도였던 지난해 12월 셋째주 이마트 총 방문객수는 220만명으로, 난방용품 매출액은 3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영하 13.06도를 기록한 1월 둘째주(10일~12일)에는 마트를 찾은 고객은 190만명이었다. 난방용품 매출액도 2억3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오피스 지역에 위치한 편의점들은 방문 고객이 줄면서 매출에 직격탄을 입었다. A 편의점의 27일 기준 담배매출은 전주(20일) 대비 7.5%나 떨어졌다. 강남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사무실이 밀집한 지역인데 점심시간에 손님이 없어 한산했다”고 전했다.

반면 온라인 쇼핑몰의 한파 관련 용품의 판매율은 급성장했다. G마켓은 최근 일주일간(12월 21일~12월 27일) 아우터나 핫팩 등과 같은 방한용품 판매량이 지난해 동기간 보다 큰 오름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남성과 여성 롱패딩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각각 41%, 114%씩 늘어났고, 아우터 안에 입어 보온성을 높일 수 있는 다운조끼도 75% 더 판매됐다. 보온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발열조끼 역시 2배 이상(160%) 더 판매됐다. 이 외에도 귀달이모자 446%, 장갑 71%, 따듯한 커피나 차를 담을 수 있는 텀블러와 보온주전자도 각각 71%와 24%씩 판매량이 늘어났다.

신선식품 판매도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가 급증했다. 신선식품 전체는 같은 기간동안 10%가 더 팔렸다. 특히 한우 720%, 반찬 88%, 배추·상추·잎채소 등은 86%가 늘어났다.

업계관계자는 "강추위가 찾아오면 소비자들은 집밖을 나서기 보다는 온라인을 통해 쇼핑을 하는 성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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