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가슴 속에 보석이 될 책들

박지훈 기자 2018. 12. 29.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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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출판사 30곳, 2019년 기대작
한 도서관 서가에 책이 빽빽하게 꽂혀 있다. 새해에도 저 도서관엔 수많은 신간이 쏟아져 들어올 것이고, 어떤 책은 누군가의 삶을 바꿔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영국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은 언젠가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자신은 진리의 바다 주변을 서성이며 매끈한 돌멩이나 예쁜 조개껍데기를 찾으려 한 소년과 비슷한 삶을 살았다고.

어쩌면 서점이나 도서관의 서가를 기웃거리는 독자들의 마음 역시 뉴턴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남들 눈엔 별것 아닌 조개껍데기 같은 책들이 독서가에겐 보석 같은 의미를 띠곤 한다. 그렇다면 2019년에는 어떤 신간이 독서가의 마음을 뒤흔들게 될까.

국민일보는 최근 출판사 30곳을 상대로 2019년에 내놓을 기대작 한 권씩을 꼽아달라고 요청했다. 분야는 비문학으로 한정했다. 설문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언급됐다. 출간 예정작인 만큼 제목은 출판사 사정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아주 많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서 읽어주시길.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2019년은 3·1운동이 일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출판계에서 이런 타이밍을 놓칠 리 없다. 3·1운동의 기승전결을 두루 살피면서 역사적인 의미까지 짚는 책들이 독자를 찾아간다.

한국역사연구회 3·1운동 100주년 기획위원회는 오는 2월 ‘3·1운동 100주년 총서’(전 5권)를 내놓는다. 그간 3·1운동은 역사적 고증이 엄밀하게 이뤄지지 않은 사건이었다. 저자들은 이 작품을 통해 입체적으로 3·1운동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3·1운동 연구의 역사까지 분석했다고 한다. “3·1운동에 관한 지난 100년의 연구를 집대성한 책”이라는 게 출판사 휴머니스트의 설명이다.

3·1운동을 다룬 또 하나의 신간으로는 권보드래 고려대 국문과 교수가 내놓을 ‘3·1운동의 문화사’를 꼽을 수 있다. 이 책 역시 오는 2월 출간된다. 1919년 3월 1일 바로 그날 한국인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심도 있게 파고든 내용이다.

출판사 서해문집은 새해부터 한국인의 생활사를 정리한 ‘한국 근현대 생활사 큰사전’을 선보이기 시작하는데, 가장 먼저 이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시각’ 편이 출간을 앞두고 있다. 서해문집은 “한국인의 생활사를 낱낱이 훑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밖에 역사학자 김시덕은 이웃나라 일본의 역사를 살핀 ‘일본인 이야기’(전 5권)의 첫 번째 책 ‘전쟁과 바다’를, 역사학자 심용환은 3040세대의 성장 과정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들여다본 ‘나의 10년’을 각각 준비 중이다.

출판사들이 기대작으로 꼽은 책들 중 특히 눈길을 끈 건 과학책이었다. 일단 2017년 미국 뉴욕타임스가 꼽은 ‘올해의 책’ 리스트에 과학책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아름다움의 진화’가 드디어 국내에 출간된다. 적자생존이라는 진화론의 케케묵은 통념에 도전한 작품으로 “환경에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아름다운 자가 살아남는다”는 도발적인 내용이 담겼다.

1000쪽에 육박하는 ‘벽돌책’을 많이 내는 것으로 유명한 출판사 글항아리는 2019년에도 묵직한 교양서를 쏟아낼 계획이다. 그중 하나가 중력파 연구의 역사를 살핀 ‘중력의 키스’다. 중력파를 발견하는 과정엔 1000명 넘는 과학자가 참여했는데, 저자인 해리 콜린스는 50년간 이 연구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이 집단의 유일한 사회학자였다. 글항아리는 “과학자들이 가장 밑바닥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형으로 서술돼 긴박감 넘치는 소설처럼 읽힌다”고 전했다.

명불허전일까… 믿고 보는 작가들의 책

지난 3월 국내에 출간된 올리버 색스의 ‘의식의 강’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었다. 2015년 세상을 떠난 작가의 유작이어서였다. 사람들은 이 작품을 끝으로 색스의 새로운 글을 만나기란 어려울 거라고 여겼다. 그런데 새해에 작가의 새 책이 독자를 찾아간다. 바로 고인의 미발표 에세이를 그러모은 ‘그곳에 있는 모든 것’. 이 책은 오는 4월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 출간될 예정이다.

색스 외에도 빛나는 필력으로 단단한 팬덤을 보유한 작가들의 신작이 출간을 앞두고 있다.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상반기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 편을 내놓을 예정이다.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인 프리모 레비의 마지막 인터뷰가 실린 ‘프리모 레비의 말’도 기대를 모은다. 지난해 연말 국내 내로라하는 한문학자들이 의기투합해 선보인 ‘한국산문선’의 신작인 ‘한국산문선-근대 편’도 세상에 나온다. “근대의 격랑과 세상의 변화를 담은 명문”을 추린 작품이라고 한다.

‘총, 균, 쇠’로 유명한 인류학자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신작 ‘대변동’은 오는 5월 출간된다. ‘총, 균, 쇠’ ‘문명의 붕괴’를 잇는 문명사 3부작의 완결판이다. 저자는 문명의 흥망성쇠를 만드는 요인은 무엇이며, 성공한 국가들은 어떤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했는지 들려준다.

‘톨스토이 산문선’도 빼놓을 수 없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소설 외에도 과학 역사 철학 종교를 다룬 엄청난 분량의 글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톨스토이 산문선’은 그가 남긴 산문을 집대성한 작품으로 그간 국내에 발표된 적 없던 글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논픽션 작가 은유의 신작은 그의 전작을 한 번이라도 읽은 독자라면 손꼽아 기다릴 만한 책이다. 은유는 ‘당신의 삶에 밑줄을 그었다’라는 신간을 통해 세월호 유가족, 삼성 반도체 피해자, 성폭력 생존 여성 등과 함께하면서 이들의 삶을 “공부한 이야기”를 들려줄 계획이다.

이 밖에 의료인류학자 김관욱은 인체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문화중력’을 파고든 ‘문화와 칼’을, 김종철 서강대 교수는 금융의 이면을 들춘 ‘페르소나와 정치’를 각각 선보인다.

뜨거운 논픽션과 따뜻한 에세이들

치밀한 취재를 바탕으로 세상의 음습한 곳을 파헤친 논픽션 중에도 독자의 관심을 끌 만한 작품이 수두룩하다. 고엽제나 제초제의 위험성을 고발한 세계 시민 법정의 활약상이 담긴 ‘몬산토 세계 시민 법정’, 영국 자연사 박물관에서 벌어진 도난 사건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자연의 가치를 드러낸 ‘깃털 도둑’ 등이 대표적이다. 영국의 브렉시트 사태나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살핀 ‘더 로드 투 섬웨어’도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출간 예정작 중엔 독자에게 뭉근한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보이는 책도 한두 권이 아니다. 가난 때문에, 혹은 여자라는 이유로 글을 배우지 못한 할머니들이 뒤늦게 글을 익혀나간 이야기가 담긴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니’는 새해 초에 출간된다. 도서평론가 이권우는 김대중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아 고인의 독서 편력을 들여다본 ‘대통령의 독서’를 준비하고 있다. 출판사 삼인은 “책이 한 위대한 정치가의 삶에 어떤 무늬를 새겼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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