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경화 "생각하고 말하라" 외교부 간부 입단속 왜?

김정원 입력 2018. 12. 29. 04:44 수정 2018. 12. 29.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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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착중인 북미간 비핵화 협상, 한일간 갈등 증폭 등으로 우리 외교가 궁지에 빠진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최근 간부회의에서 '입 단속'에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북미 협상이 두 달여간 교착되다 보니 우리 정부차원에서 별다른 타개책을 시도할 순 없으나 최소한 외교부를 통해 미측 불만이 유출되거나 갈등이 확산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이 같은 지시가 나왔을 것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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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협상 교착ㆍ한일 갈등 속 ‘진퇴양난 외교’ 로키 대응 주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이달 7일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착중인 북미간 비핵화 협상, 한일간 갈등 증폭 등으로 우리 외교가 궁지에 빠진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최근 간부회의에서 ‘입 단속’에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외교부는 통상 민감한 외교사안과 관련해 내부정보가 유출될 경우 상대국 입장을 고려해 직원들의 보안의식을 지적해왔지만 이번엔 전례와 달라 이례적이란 반응이 나온다. 북미ㆍ한일관계 등 로키(low-key)로 긴장관리에 집중해야 하는 경우가 최근 많다 보니 강 장관이 노심초사하며 ‘내부단속’에 나선 것 아니냐는 평가다.

28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강경화 장관은 지난 24일 열린 외교부 실ㆍ국장회의에서 “생각하고 말하라”며 간부들에게 보안 강화를 지시했다. 강 장관은 이날 참석자들에 연말연시를 맞아 조직 분위기가 해이해지지 않도록 공직기강 확립을 지시하다 “특히 상대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은 (언론 등에) 발언을 자제해달라“는 취지로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정례 실ㆍ국장회의는 매주 월요일 열리며 이날은 연내 마지막 회의였다. 한해 성과를 정리하고 격려하는 자리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유독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강 장관이 돌연 신중한 대응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세밑 운신의 폭이 좁아진 우리 외교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란 분석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상대국이란 게 결국 미국 아니겠냐”며 “핵심 이슈인 비핵화 협상에 있어 북미간 긴장을 키울만한 미측 입장이나 전략이 공개되지 않게 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협상이 두 달여간 교착되다 보니 우리 정부차원에서 별다른 타개책을 시도할 순 없으나 최소한 외교부를 통해 미측 불만이 유출되거나 갈등이 확산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이 같은 지시가 나왔을 것이란 뜻이다.

로키 대응이 필요한 것은 대일 외교도 마찬가지다. 지난 10월 말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한일 양국은 일본 기업 대상 강제집행 등 대형 변수를 앞두고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이달 12일 한일 외교장관간 통화로 잠시 진정국면에 들어섰지만, 국장급 협의를 앞두고 일본 초계기 레이더 조준 논란이 터지면서 도리어 긴장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강 장관의 지시가 김태우 전 특별감찰반원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청와대의 감찰 및 보안검사 논란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외교부 대상 청와대의 보안검사가 지나치게 강화됐다는 지적이 나오자 아예 정보유출이 없게끔 사전차단에 나섰다는 것이다. 올 한해 청와대가 보안 단속을 대폭 강화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 회의 참석자는 이에 익숙해진 듯 “(강 장관의 지시가) 일반적 수준의 공지”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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