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평양선언 100일, 남북 군사·철도는 진전, 비핵화는 답보

이상헌 기자 2018. 12. 29.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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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19 평양선언에 합의한 지 100일이 넘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날 "군사분야는 평양선언에서 합의한 속도대로 맞춰 나가고 있지만 나머지 분야들은 그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평양선언은 큰 틀에서 보면 합의 내용의 방대함 등은 높게 평가할 수 있다. 다만 북·미 대화가 교착 국면에 빠지면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한 부분이 많은 평양선언 이후 100일이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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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 서울 답방 안갯속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이 열린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남북 관계자들이 궤도 체결식을 하고 있다. 판문역=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19 평양선언에 합의한 지 100일이 넘었다. 27일이 합의 100일째였고, 28일은 101일째다. 평양선언에서 합의한 내용에 따라 남북은 군사분야 및 철도·도로 협력에서 커다란 진전을 거뒀다. 하지만 북·미 비핵화 협상이 공전을 거듭하면서 평양선언에서 합의한 비핵화 관련 내용들은 답보 상태다.

남북은 군사분야에서 평양선언의 부속합의서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22개 감시초소(GP)를 파괴하고 철수했다. 검증 작업까지 이뤄지면서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됐다. 9·19 평양선언 1조 2항에 명시된 ‘군사공동위원회’도 내년 초 가동될 전망이다.

또 지난 26일 우리 측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조명균 통일부 장관, 북측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성 판문역에서 열린 철도·도로 착공식도 9·19 평양선언의 성과다.

남북은 평양선언에 따라 군사분야와 철도·도로 협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며, 남북 관계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이 열린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남북 관계자들이 ‘서울-평양’ 표지판 제막식을 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판문역=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연내 평양예술단 서울 공연 및 이산가족 상봉 등은 물 건너간 상황이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28일 정례브리핑에서 평양예술단의 서울 공연,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 진행 상황에 대한 질문에 “현재 남북관계 상황에 따라서 지금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남북 간에 합의된 사안이 있으면 바로바로 공유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평양선언 3조에 명시된 ‘이산가족 문제 해결’은 합의한 지 101일이 됐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다. 이산가족 문제를 논의하는 적십자회담조차 개최되지 못했다. 평양선언에서 10월 개최에 합의했던 평양예술단 공연은 끝내 열리지 못했다. 정부 당국은 북측과 협의 중이라는 입장을 누차 밝혔지만 별다른 진전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북측이 예술단 공연이나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체제안정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북소식통은 이날 “북한 당국은 예술단 공연 및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주민들에게 큰 기대를 주고, 풀어지게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본다”며 “일회성 행사인 예술단 공연 등을 무리해서 진행하기보다 내부 단속을 해야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평양선언 5조에 명시된 비핵화 관련 사항들도 아무런 진전 없이 답보 상태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멈춰 서면서 남북 간 비핵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평양선언 5조의 항목들도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정상회담 사흘째인 지난 9월 20일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천지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올 연말 가장 큰 이슈로 주목받은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도 안갯속에 빠졌다. 평양선언 6조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로 서울을 방문하기로 하였다’고 명시됐다. 가까운 시일 내는 ‘연내’로 해석됐고, 우리 측이 최근 답방을 구체적으로 제안했지만 북측이 답을 주지 않으면서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해를 넘기게 됐다. 또 북·미 대화가 풀리지 않는다면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내년 초에 성사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날 “군사분야는 평양선언에서 합의한 속도대로 맞춰 나가고 있지만 나머지 분야들은 그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평양선언은 큰 틀에서 보면 합의 내용의 방대함 등은 높게 평가할 수 있다. 다만 북·미 대화가 교착 국면에 빠지면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한 부분이 많은 평양선언 이후 100일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군사분야나 철도·도로 협력 분야에서는 우리 정부가 악전고투하면서 그나마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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