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해군" 자칭..초계기 영상에 담긴 日의 숨은 의도는 [특파원+]

김청중 입력 2018. 12. 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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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초계기 기장· 승무원 대화 중 '삐' 처리 30여 차례 / 150m 미만 저공비행에 근접 촬영까지.. 위협적 정찰 활동 / 남방위협 대응 강화, 韓 군사안보에 큰 숙제로 던져져

일본 정부가 일본 해상자위대 P-1 초계기의 광개토대왕함 근접저공 비행 사건과 관련해 28일 공개한 동영상에서 주목할 점은 일본 해상자위대가 스스로 일본 해군이라고 부르고 있음이 확인된 점이다. 

◆스스로 “일본 해군”이라 불러

일본 해상자위대 제4항공군(群) 소속 초계기 기장은 우리 광개토대왕함를 부르며 ‘일본 해상자위대(Japan Maritime Self-Defense Force·JMSDF)’가 아닌 “Japan Navy(일본 해군)”라고 수차례 스스로 불렀다.

1946년 제정된 소위 평화헌법의 제9조 1항은 무력을 통한 국제분쟁 해결의 영구 포기, 2항은 육해공군 등 전력(戰力) 불보지(不保持·불보유) 및 교전권 부인을 규정하고 있다. 일본 육해공 자위대가 육해공군이 아닌 자위대라고 부르는 이유다.

일본 자위대의 특징은 이런 헌법상 제약 때문에 자위대의 무력적 기능을 희석하는 용어를 많이 사용한다. 육상자위대의 경우 보병을 보통과, 포병을 특과(特科), 공병을 시설대라고 부른다. 해상자위대도 함대를 호위대군(群), 각종 공격용 능력을 갖춘 강습상륙함 구축함 등을 호위함이라고 부르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일본 내 대표적인 보수우익 정치인이다. 아베 총리의 개헌 방향은 기존 조항을 그대로 놔둔 채 총리를 지휘감독자로 하는 실력 조직인 자위대를 보유한다는 내용을 제3항으로 신설해 자위대의 헌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라이벌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의 국군 조항 삽입 주장에도 아베 총리가 이런 절충안을 추진하는 이유는 1, 2항이 수정되거나 삭제될 경우 야기될 국제적 논란과 국내 반발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일본 해상자위대가 이미 스스로 일본 해군이라는 부르는 것이 확인돼 일본이 군사대국화로 가고 있음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일본 이런 의미를 의식한 듯 일본 국민의 이해를 위해 돕기 위해 삽입한 일본어 자막에는 ‘일본 해군’이 아닌 ‘일본 해상자위대’라고 표기했다.

일본 초계기 기장이 광개토대왕함을 찾으면서 “THIS IS JAPAN NAVY, THIS IS JAPAN NAVY”이라고 부르고 있는 장면.
일본 방위성 동영상 캡처
◆‘삐’ 처리에는 어떤 비밀이 있나

일본 방위성이 공개한 영상에서 또 하나 관심을 가질 부분은 초계기 기장과 승무원들의 대화 중 ‘확인 중’이라는 자막과 함께 ‘삐’하는 음으로 처리한 부분이 30여 차례나 나온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확인 중’이라는 자막과 함께 ‘삐’하는 소거음으로 처리한 부분은 대부분 초계기가 고도나 방향을 바꿀 때와 같이 작전상 중요 부분이나, 아니면 초계기가 우리 광개토대왕함을 호출했다는 부분에 집중돼 있다.

이것으로 두 가지 추정이 가능하다. 일본 측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부분을 음소거 처리했을 가능성이다. 다른 하나는 정말로 초계기내 잡음이 심했을 가능성이 있다. 전자의 경우 일본 측은 정보은폐의 비판을 피할 수 없고, 후자의 경우에는 일본 측 무선에 잡음이 많았다는 우리 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된다.

일본 방위성이 28일 공개한 영상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P-1 초계기가 근접비행해 촬영한 광개토대왕함의 모습. 왼쪽 상단에는 근접위협비행 논란을 의식한 듯 ‘국제법과 국내 관련 법령에 규정돼 있는 고도 및 거리 이상으로 비행’이라는 자막을 달았다. 가운데에는 ‘한국 해군 함정 광개토대왕함’이라고 쓰여 있고 맨 아래 자막은 근접비행 당시 승무원의 “스탠바이(준비) 지금 정횡통과(옆에서 같은 방향으로 비행)”라는 발언을 자막으로 달았다.
일본 방위성 동영상 캡처
◆일본기 위협적 정찰활동

일본 측이 제시한 동영상 대화에서는 오히려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에 근접비행을 하면서 헬리콥터 탑재 여부 정찰 등 위협적인 정보수집 활동을 한 것이 확인된다. 초계기는 광개토대왕함의 후미를 근접비행으로 한 차례 지나가면서 정보를 수집한 뒤 다시 다가와 광개토대왕함 오른쪽에서 근접비행을 하면서 정보를 수집했다. 당시 북한 어선 구조 작전 중이던 광개토대왕함 대원들이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근접비행해 광개토대왕함의 근접사진을 촬영한 뒤 고도를 상승해서는 광개대왕함과 해경 경비함이 함께 있는 전경(全景)을 촬영하기도 한다. 근접비행 중에는 승무원이 기장에게 헬기 탑재 여부를 확인하며 “격납고에 헬기가 보이지 않는다”고 보고할 정도로 근접비행을 했다. 당시 북한 어선 구조 작전 중이던 광개토대왕함 대원들이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제민간항공조약은 고도 150m 미만으로 저공 비행할 경우 위험비행으로 규정한다. 군 관계자는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 옆 500m, 고도 150m까지 접근해 광학카메라로 초계기 활동을 감시했다”며 “대함(對艦) 미사일과 어뢰 등을 장착할 수 있는 항공기가 이렇게 가까이 접근할 경우 함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은 굉장한 위협을 느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AP·연합뉴스
◆남방 방위 강화 필요한 듯

이번 논란으로 우리 해군의 군사작전 활동이 위축될 경우 군사안보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대개의 기습침공이 일상적인 정찰활동이나 군사훈련을 가장해 정기적으로 진행한 뒤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번에 초계기가 기습 무장 공격을 감행했다면 우리 광개토대왕함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었다. P-1은 대잠탄(對潛彈)과 어뢰 외에도 대함(對艦) 유도탄, 공대지(空對地) 미사일 등으로 무장할 수 있다. 우리 군이 대응을 자제한 것도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을 고려해 일본 측을 군사적인 우호국으로 간주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최현수 대변인이 ‘국방부 입장’을 통해 “인도주의적 구조 활동에 집중하고 있던 우리 함정에 일본 초계기가 저공 위협 비행을 한 것은 우방국으로서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강한 불만을 나타낸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의 비우호적인 군사활동에 따라 향후 우리 안보정책에도 큰 숙제를 던져줬다. 우리는 그동안 북한의 위협에 맞서 비무장지대(DMZ)를 중심으로한 북쪽에 집중된 군사 대비체제를 갖춰왔다. 일본 정부의 군사대국화 정책이나 이번과 같은 군사활동을 종합하면 한국에 대한 위협이 남쪽에서 올 수도 있음이 확인됐다.

일본 정부도 방위계획대강(大綱)을 통해 중국 위협을 핑계로 그동안 북부 지역에 배치돼 있던 자위대를 남서쪽에 재비치·강화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일본이 남서쪽은 중국은 물론 한국의 배후이기도 하다. 일본은 호위함 이즈모를 공격용 항공모함으로 개조할 예정이어서 이에 바다를 통한 위협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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