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성 출토 옻칠갑옷은 백제 아닌 당나라 제작품"

2018. 12. 30.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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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희 학예연구사 논문.."명문에 나온 관직, 모두 당나라 관제"
"백제 갑옷 명광개라는 주장도 사실 아니야"
공주 공산성에서 나온 옻칠갑옷 [공주대박물관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공주 공산성 안 마을에서 발견된 옻칠갑옷에 남은 명문을 분석하면 제작지를 백제가 아닌 중국 당나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2011년과 2014년 발굴조사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공산성 옻칠갑옷은 당 태종 연호인 '정관(貞觀) 19년'이라는 붉은색 명문이 있어 제작 시점이 645년으로 판명된 중요한 유물이다.

30일 학계에 따르면 이태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박물관이 펴내는 학술지 '고고학지' 제24호에 실은 논문 '공산성 출토 칠갑(漆甲) 명문 재고'에서 명문을 연구해 그동안 국내 학계에서 주장한 백제 제작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옻칠갑옷 가운데 명문이 있는 미늘 조각은 모두 13개. 판독이 가능한 글자는 약 40개다.

이 연구사는 명문에서 파악할 수 있는 정보로 시기, 인명, 지명, 관직명, 관청명을 꼽았다.

그는 시기에 대해선 '645년 4월 21일'이라는 기존 해석에 동의한 뒤 '이○은'(李○銀·○은 판독이 어려운 글자)이나 '조량'(趙良) 같은 인명에서는 뚜렷한 사실(史實)을 찾기 어렵다면서 지명과 관직명에 주목했다.

지명과 관련된 명문은 '익주'(益州). 이 연구사는 "익주는 오늘날 중국 쓰촨성 청두(成都)로 수(隋)의 촉군(蜀郡)"이라며 "645년에는 익주, 면주, 간주, 가주 등 8개 주와 무주도독부, 휴주도독부를 통솔했다"고 설명했다.

공산성에서 나온 옻칠갑옷. 왼쪽부터 '참군사'(參軍事), '작배융부'(作陪戎副), '지이행좌'(支二行左), '근조량'(近趙良)으로 추정되는 글자가 보인다. [공주대박물관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어 관직명으로 보이는 '사호군'(史護軍), '참군사'(參軍事), '작배융부'(作陪戎副), '대부'(大夫)를 분석했다.

이 연구사는 '사호군'에서 사(史)를 '장사'(長史)로 간주하고 백제가 중국에 파견한 사신 중에 장사라는 관직을 받은 이가 많았다고 주장한 기존 견해를 부정하고, 풍납토성에서 발견된 '대부'(大夫)명 토기와 연결해 대부를 백제 관직으로 판단한 의견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의자왕 혹은 그에 준하는 백제 고관이 갑옷을 사용했는데도 왕성(王姓)과 팔성귀족, 백제 고유 관등인 좌평(佐平)이나 달솔(達率)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송대에 편찬한 당나라 역사책인 '신당서'(新唐書)를 검토해 "'참군사'는 익주라는 지명이 등장한 점, 칠갑이라는 대상 특성을 고려할 때 병갑(兵甲)과 기장(器仗) 등의 일을 관장하는 도독부 정7품하(下) 아래 관직인 병조참군사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나라가 편찬한 관직제도 서적인 '당육전'(唐六典)을 살펴 '배융부'는 무산관(武散官·산관은 관리 품계) 종9품하인 '배융부위'(陪戎副尉)가 틀림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연구사는 "대부는 당대 문산관(文散官) 가운데 하나"라며 "종2품 광록대부(光祿大夫)부터 종5품하 조산대부(朝散大夫)까지 각기 다른 명칭에 대부가 붙는다"고 역설했다.

그는 명문 '왕무감대구전'(王武監大口典)은 관청명으로 짐작된다고 설명했다.

즉 갑옷 명문의 지명과 관직명은 모두 당나라와 연관되므로, 작성 주체 역시 당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산성 갑옷의 백제 제작설 근거 중 하나로 거론되는 백제가 중국에 갑옷을 지원했다는 역사 기록은 어떻게 봐야 할까.

이 연구사는 먼저 삼국사기와 중국 문헌에 나오는 7세기 초반 기록인 '626년 백제가 사신을 당에 보내 갑옷 명광개(明光鎧)를 바쳤다', '637년과 639년 철제갑옷과 조각을 새긴 도끼를 바쳤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그는 "백제가 당에 선사한 갑옷은 가죽이 아니라 금속으로 만든 것"이라며 "백제가 제작한 갑옷은 대부분 철갑(鐵甲)"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당육전이 분류한 갑옷 종류를 보면 명광개는 철갑이고, 공산성 갑옷은 피갑(皮甲)이므로 명광개가 아니라고 단언했다.

이 연구사는 "명광개는 호심경(護心鏡·가슴에 대는 금속 조각) 유무에 따라 구분해야 한다"며 학계 주장처럼 황칠로 빛을 냈다고 해서 명광개로 부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당령(唐令)을 근본으로 삼아 송나라가 시행한 천성령(天聖令)에 나오는 "기물 제작은 견본에 따라야 하고 제작연월, 장인(匠人), 담당관 이름, 제작한 주(州)와 감(監)을 붉은 옻으로 기록한다"는 규정과 공산성 갑옷의 붉은색 명문에 담긴 내용이 정확히 일치한다고 역설했다.

이 연구사는 "지금까지는 논자 대부분이 명문 분석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칠갑의 독특한 출토 정황과 백제 멸망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해석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며 "갑옷 명문은 당이 생산 후 이력을 적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645년 중국 익주에서 제작된 갑옷이 어떻게 공산성에 매장됐는지는 칠갑 형태나 특징, 출토 위치에 관한 해석 등 추가 정보를 확보해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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