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따라가지 못한 운영예산..지역아동센터 "문 닫아야 할 판"

윤홍집 2018. 12. 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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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 10.9% 인상했지만 지역아동센터 운영비는 2.5% 증가
청원자 "부족한 임금 받으며 센터 임대료 100만원도 개인 월급으로 내" 
한국지역아동센터연합회 "최저임금 못 맞춰 근로기준법 위반할 판"
지역아동센터. 이 자료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사진=연합뉴스]

"최저임금은 10.9% 인상하면서 지역아동센터 운영비 예산을 2.8% 인상하면 어떻게 운영하라는 겁니까"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이 적자 예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와 29일 기준 동의자 2만 2천명을 돌파했다.

청원자는 아동돌봄기능을 확대하겠다는 정부가 정작 지역아동센터는 보호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10.9% 인상하지만 지역아동센터의 기본운영비는 2.5%밖에 오르지 않아 사실상 '사형선고'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청원자는 "내년에 복지사들 최저임금 맞춰주려면 시설장들이 현재 받고있는 자기 월급을 10~20% 깎아야 가능하다"며 "아이 낳아 기르기 좋은 나라를 만든다면서 왜 지역아동센터를 이 지경까지 만드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내년도 지역아동센터에 책정된 예산은 1259억 9500만원으로 올해 대비 2.8%가 올랐다. 하지만 지역아동센터 수도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실제 상승률은 2.5% 정도에 불과하는 후문이다.

해당 예산안대로라면 아동 29인 이하 시설은 올해 대비 7~8만원이, 30인 이상 시설에는 16만원이 각각 증가한다.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은 이 금액으론 인상된 최저임금을 감당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지역아동센터연합회에 따르면 전국에 지역아동센터는 약 4200곳이 운영되고 있다. 한 시설당 평균 29명의 아동을 돌보고 2.4명의 복지사가 근무하고 있다.

이 시설에 주어지는 기본운영비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약 516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500만원 남짓의 금액으로 2명 이상의 복지사에게 월급을 주고 약 30명이 되는 아이들의 서비스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복지사의 임금은 늘 최저수준에 머물러 있다. 2019년에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인상되면 이마저도 맞추지 못할 형편이다.

심지어 지급되는 운영비에는 시설임대료조차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복지사는 개인 월급에서 임대료와 공과금, 관리비 등을 모두 부담해야 한다.

청원자는 "복지관, 장애시설 등에 비해도 턱없이 부족한 임금을 타고 있는데도 그 얼마 안되는 월급에서 센터 임대료를 80~100만원씩 낸다"며 "부모님 일 끝날때까지 갈데 없는 아이들을 외면할 수 없어서 안간힘쓰며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4천 여 지역아동센터를 왜 이리 홀대하느냐"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지역아동센터는 부족한 운영비를 모금 받고 있지만 법정기부금단체에서 지정기부금단체로 변경되면서 모금자가 감소했다. 지정기부금단체는 법정기부금단체에 비해 세금공제 혜택이 적기 때문이다.

한국지역아동센터연합회 옥경원 대표는 "최저임금에 맞춰 인건비를 지급할 수 없어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게 생겼다"며 "이대로면 전국에 있는 지역아동센터 모두가 예산 적자로 문 닫아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 위반을 막기 위해 보건복지부에선 궁여지책으로 아이들 프로그램비 10% 중 5%를 인건비로 충당할 것을 제안했다"며 "예산이 없는데 복지부라고 뭘 할 수 있겠나. 정부가 예산 책정을 잘못하고 국회가 이를 막지 못해 일어난 사단"이라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또한 지역아동센터의 어려움을 알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 예산안에 적정 관리비를 반영하려고 노력했지만 그게 잘되지 않았다"며 "한정된 예산으로 운영해 가기 위해선 인건비 이외의 부분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안타깝게도 복지부 차원에서 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카드가 없다"며 "현재로선 대기업 등 후원을 연계할 수 있도록 최대한 알아보고 있다. 지역아동센터에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지역아동센터 연합회는 지난 18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정문 앞에서 마이너스 예산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라며 집회를 벌인 바 있다. 이들은 24일 추가경정 예산 편성을 약속해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작성해 여·야 각 당대표에게 전달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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