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때문에 30년 정든 직원을 떠나보내는 사장님께

김원장 2018. 12. 3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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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은 온통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전가된다.

그래서 최저임금을 올려주지 못하는 기업들은 직원을 내보낸다.

100년 된 우리 대표 방직 기업은 왜 직원들에게 최저임금만 주는 회사가 됐을까? 자본유보율이라는 지표가 있다(네이버 기업정보에도 다 나와 있다) 기업이 그 동안의 수익을 얼마나 쌓아 놓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기업이 직원들에게 최저임금 수준의 노동의 대가밖에 지급하지 못하면서, 보란듯이 문을 닫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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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에는 몇 가지 중요한 가격이 있다.
돈을 빌려준 가격(이자율)과 나라끼리 화폐 교환의 가격(환율), 그리고 노동에 대한 가격(임금)이다. 모두 시장에 큰 영향을 준다. 그래서 급격하게 바뀌면 안된다. 시장이 싫어한다. 최저임금도 그렇다. 너무 많이 올렸나보다. 올해 16% 올랐고, 내년 10% 또 오른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은 온통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전가된다. 그래서 최저임금을 올려주지 못하는 기업들은 직원을 내보낸다. 안타깝다. 어제도 ‘30년’ 함께 일한 직원을 눈물로 내보내야 하는 어느 중소기업 사장의 사연을 기사로 봤다. 직원 12명중 8명을 최저임금 때문에 내보냈다. 30년 일한 숙련공들이다. 정부가 눈과 귀가 있는지 묻고싶다고 했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진다. 30년 일한 숙련공들에게 왜 최저임금을 줬을까...

내년 최저임금은 또 10% 오른다. 아무리 ‘숙련의 해체’ 시대라고, 정말 10% 만큼 더 주긴 아까웠을까. 비약하면 ‘당신들은 최저임금에서 10% 더 주기 아까운 직원들이야’라는 뜻이다. 여러 사연이 있을거다. 하지만 눈물로 내보냈다는데, 왜 수십년 동안 최저임금 수준밖에 못줬을까.

#<경방>도 마찬가지다.
100년 된 방직회사다. 지난해 최저임금 논란이 불거지자, 기다렸다는듯이 베트남으로 떠나기로 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서민들이 일자리를 잃는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회장님은 20년 넘게 일한 직원들의 일자리를 걱정했다. 그런데 20년 함께한 직원들에게 왜 지금도 최저임금을 줄까? 조금 더 주면 안될까?

100년 된 우리 대표 방직 기업은 왜 직원들에게 최저임금만 주는 회사가 됐을까? 자본유보율이라는 지표가 있다(네이버 기업정보에도 다 나와 있다) 기업이 그 동안의 수익을 얼마나 쌓아 놓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경방의 자본유보율은 5,102%(IFRS 기준)이다.

물론 최저임금만 지급하는 건 아닐거다. 상여금이나 여려 복리후생비등이 포함돼, 월 급여는 대부분 200만 원을 넘어간다. 하지만 내년 최저임금 인상분은 상여금이나 복리후생비에서 산입이 가능하다. 상여금이나 복리후생비를 따로 주는 기업은 최저임금을 그만큼 안올려줘도 된다. 최저임금을 보전하기위한 정부 보조금도 꽤 나온다. 최저임금 때문에 공장문을 닫는다는 설명은 여러 가지로 궁색하다.

#<경방>같은 기업이 1,000개가 더 생긴다면
만약 최저임금을 동결하고, 그래서 100년 기업 경방이 공장을 베트남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100여명의 직원들은 일자리를 유지할 것이다. 그럼 만약 우리 경제에 경방처럼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주는 공장이 1,000개 더 들어서면 어떻게 될까? 일자리는 늘어나고 우리 경제의 활력은 다시 살아날까? 우리 모두 월 200만원 받는 80년대로 돌아가면 과연 우리 경제는 살아날까? 우리 경제는 마침내 '저임금 베트남 경제의 꿈'을 이루는 것인가?

#최저임금을 너무 급하게 올렸다
내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8,350원이다. 그런데 최저임금만 올라가는 게 아니다. 시간외 실비를 제대로 지급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유급휴가를 쓰는 직원도 자꾸 늘어난다. 4대 보험도 자리를 잡으면서 자영업자들은 이것도 챙겨야한다. 슬그머니 안주던 주휴수당도 이제 제대로 줘야한다(정부가 개정안을 준비중이다. 개정된 뒤에도 주휴수당을 안주면 형사처벌이다) 이 와중에 최저임금이 크게 올랐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밀린 청구서가 갑자기 밀려드는 느낌이였을거다.

정부가 이런 것도 미리 염두 해 둬야했다. 급격한 자동화의 트리거(Trigger)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야 했다. 그렇지 않고 ‘옳은 방향’이라는 신념만으로 시장경제에서 함부로 ‘가격’을 크게 조정해서는 안된다. 시장은 생각보다 예민하다.

정부는 내년 재정지원을 통해 최저임금이 부담이 되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한다. 9조원이나 들어간다. 늦은 감이 있다. 반응도 썩 좋지않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원죄는 여기까지다. 이정도 물으면 된다.

기업이 직원들에게 최저임금 수준의 노동의 대가밖에 지급하지 못하면서, 보란듯이 문을 닫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다. 그것은 장사꾼이나 하는 짓이다. 기업가라면 그러면 안된다. 100년 기업이 최저임금 때문에 무너진다니...유럽의 어느 100년 기업들이 도대체 지금껏 최저임금을 지급한단 말인가.

#최저임금과 기업가정신
기업가를 뜻하는 앙트레프레너(entrepreneur)는 200여년 전 프랑스에서 등장했다. 조직하고 경영하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지금은 혁신하고 창조하는 사람을 말한다. 수십 년 동안 혁신하지 못하고 저임금으로 기업을 경영해온 사장님이 ‘최저임금’을 탓하고 기업 문을 닫는다면, 최소한 그는 앙트레프레너, 기업가가 아니다.

만약 최저임금으로 공장을 해외로 옮기는 한계기업의 기업가가, 정부를 탓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으면 어땠을까? “여러분이 최선을 다해줬지만, 제가 부족해서 결국 공장문을 닫습니다. 더 드려야 했는데 최저임금 수준밖에 못드려서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그동안 여기까지 온 것도 여러분 덕분입니다” 그렇게 말했다면 어땠을까? 정부는 더 아팠을 것이다. 임금을 함부로 건들면 안되겠구나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며칠 후면 새해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경제는 쉽게 펴지지 않을 것 같다. 무거운데 자꾸 더 무겁다고 한다. 그 원인을 또 최저임금에서 찾으려 할 것 같다. '최저임금을 그렇게 많이 줄 필요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직장에서 나는 중요하고, 너는 중요하지 않다'는 인식이 숨어있다.

자꾸 ‘저임금’이 정답인 사회가 돼간다. 무거운 우리경제, 진짜 최저임금이 주범인가? 아니면 그렇게 믿고 싶은 건가? 최저임금이 부끄러운가, 이를 볼모로 한 기업가가 부끄러운가?

김원장 기자 (kim9@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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