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부처 공무원 이탈] "밥먹듯 야근해도 관료패싱"..'국가의 허리' 공무원이 떠난다

장민권 2019. 1. 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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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 공무원도 워라밸
기재부 등 성취감 높은 노른자위..자기시간 많은 산하기관 더 선호
관료패싱, 文정부 기조 부담
탈원전·자원개발 등 책임 논란..산업부도 타부처 전출 희망 늘어
세종행, 여전히 안반가운..
행안부·과기정통부 2166명 중 세종 가기전 100여명 전출 희망
방치하면 정책품질저하
인사적체에 낙하산 논란도 한몫..5급 이상 자발적퇴직 연 1천명
최근 세종시 관가에선 과중한 업무 부담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공무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업무량이 많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경제부처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현 정부 핵심 정책인 소득주도 성장과 탈원전 정책 등의 시행계획 수립을 담당하는 최일선 부처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한해 경제부처 및 올해 세종이전 부처에서 4∼9급 공무원 전출 희망자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유능한 공무원들의 이탈은 국가정책 품질저하와 연결된다. 공무원 기 살리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성취감 높아도 과중 업무 전출 희망

1일 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부처 한 관계자는 "기재부, 산업부 등은 파워가 있고 승진 길이 많아 공무원들이 가장 선호하고 성취감이 많은 부처로 꼽힌다. 그런데도 이런 부처에서 전출 희망자가 많아지는 것은 공무원 사회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아무리 주요부처라고 해도 야근이 일상화된 부처는 회피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자기 시간이 많고 업무에 비교적 여유가 있는 부처에 전입 희망자가 많은 걸 보면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우선하는 생각, 이런 변화는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 에너지전환 등 정책이 급변하면서 공무원들의 동요가 컸다. 전 정부의 자원개발 부실사태 재조사 및 관련자 징계 등이 이어지자 다음 정부에서도 동일한 정책 기조가 이어질지에 대한 불안감도 숨기지 않고 있다. 정부의 변화된 정책을 수행했으나, 향후 정권 교체로 책임소재에 휘말릴 수 있다는 학습효과 때문이다.

특히 오는 2월, 6월 각각 세종 이전을 앞둔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도 100여명이 전출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공무원은 행안부 소속 1179명, 과기정통부 소속 987명 등 총 2166명이다.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세종 이주 6년'을 맞고 있으나, 여전히 '세종행'에 대한 불안감을 보여준다.

■'세종행' 행안부 등 전출희망 속출

과거와 달리, 고시 출신의 공무원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최저임금 등 노동시장 개혁, 규제혁신 등 국정의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이 입법권을 갖는 국회(여야) 주도로 이뤄지면서 공무원은 이 과정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고위공무원 조차도 정책·수립 집행하는 주인공이 아니라, 실현 수단처럼 인식되는 분위기는 공직사회에 대한 공무원들의 의욕을 떨어뜨린다. 이른바 '관료패싱'이 일반화되는 것이다. 게다가 공직 내 의사 결정권을 갖는 고위직 '어공(어쩌다공무원)'이 늘면서 중간직 '늘공(늘 공무원)'의 인식 변화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정부 중앙부처 한 관계자는 "국회 국정감사를 비롯, 법안 심의 때는 밤낮없이 자료 요구에 대응해야 하는 비상 상황이다. 담당자들은 서울, 세종에서 대기해야 하는데 제시간 '칼퇴근'은 다른 나라 얘기"라고 했다. 이 때문에 최근 잇따른 공무원들의 '과로 사고'도 이슈가 많은 주요 핵심부처를 꺼리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업무 부담이 덜한 산하기관의 인기는 상대적으로 높다. 기재부의 경우 산하 외청인 통계청, 국세청 교류를 희망하는 직원들이 늘어나고 있으나, 전출희망자는 거의 없다.

■전문성 높은 기재부 외청 인기 상승

또 직위가 올라갈수록 유독 인사 적체가 심한 기재부를 떠나 비교적 승진이 손쉽다는 생각으로 산하기관에 전출을 희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낙하산' 논란을 야기하는 등 산하기관 직원들의 반발로 점점 갈 곳이 사라지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적지 않다. 국세청 관계자는 "기재부에서 국세청으로 자리를 옮기더라도 국세청 고유의 업무 전문성을 보여주지 못하면 은연중 '허수아비' 취급을 받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공직사회 내부의 이동이 아니라, 공직을 아예 떠나 민간기업, 학계로 자발적으로 이탈하는 현상도 이런 공직사회 변화를 잘 보여준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고위공무원(1~2급) 및 3~5급 공무원의 자발적 퇴직은 2014년(1205명) 처음으로 1000명을 넘었다. 2015년에도 5급 이상 공무원의 자발적 퇴직이 1128명이었다. 이후에는 관련 통계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재직기간 20년 미만, 40대 초·중반에 공직을 그만두는 추세는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공직사회의 변화는 공무원의 전문성, 국가정책의 품질과 연관된다. 공무원의 업무과중 범경제부처 기피, 서울-세종 간 해소되지 않는 업무 비효율에 따른 피로감 누적 등의 현상이 심화될수록 정책의 전문성, 참신성, 지속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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