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규제에 발목잡힌 기업들 "새해부터 '8대 경제법안' 쓰나미"

최갑천 2019. 1. 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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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이달부터 최저임금 인상.. 3월부턴 근로시간 단축 시행
車업계 인건비 7000억 인상 등 업황 악화·생산성 하락 '이중고'
"지난 해 최저임금 관련 정부에 건의하는 목소리를 스무 번 가까이 냈지만 전혀 수용되지 않았다. 다른 경제법안들도 마찬가지다. 올해는 기업들을 옥죄는 경제법안들이 대거 현실화될 걸 생각하면 끔직하다."

경영계를 대표하는 한국영영자총협회 고위 임원은 기해년 새해를 맞아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올해 경영환경을 더 악화시킬 각종 노동·경제법안들이 '쓰나미'처럼 닥치면서 재계의 새해 분위기는 어둡기만하다. 기업들은 정부가 소통을 강조하면서도 정책 측면에선 '노동편향적' 성향에 별 변화가 없다는 불만을 숨기지 않고 있어 정책 집행과정에서 큰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조선, 정유화학 등 주력 수출산업들은 올해 업황 악화가 불가피한 가운데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개혁 법안으로 생산성 추가 하락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경영 악화시키는 '8대 경제법안'

1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주휴시간(유급처리시간)을 최저임금 산정 근로시간에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최종 의결된 이후 경영계의 불안감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노동분야 최대 이슈인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뿐 아니라 기업 경영 부담을 가중시키는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고용보험법 개정안, 협력이익공유제 도입 등 '규제' 성격이 짙은 경제법안들이 잇따라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기업지배구조를 흔드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까지 포함해 재계는 올해 '8대 경제법안'을 한국경제의 상당한 리스크로 지목하고 있다.

당장 이달부터 시행되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은 경영계의 발등의 불이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10.9% 인상(시급 8350원)에다 주휴시간까지 최저임금 산정 근로시간에 포함함에 따라 실질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원까지 올라갔다"며 "격월 상여금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서 제외하는 등 현행 불합리한 결정구조까지 감안하면 영세 자영업자, 중소기업뿐 아니라 중견기업과 일부 대기업까지 최저임금 위반을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주장했다.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도 경영계에게는 '시한폭탄'이다. 정부가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의 부작용을 보완하겠다며 계도기간을 한시적으로 연장했지만 3월부터는 전면적인 단속을 예고한 상태다. 유일한 보완입법으로 추진중인 탄력근로제도 단위기간을 경영계가 요구한 1년이 아닌 6개월로 가닥이 잡히고 있어 건설, 조선, 정보기술(IT) 등 일부 업종은 법 위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밖에도 '위험의 위주화'로 졸속 처리 논란을 빚은 산업안전보건법과 캐디 등 특수고용직에 대한 고용보험 의무화법안은 사업주의 형사 처벌이 과도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회 계류중인 상법 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 투명성에만 매몰돼 해외 투기자본 등 악의적 경영권 침해에 무방비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4대 그룹 관계자는 "최소한의 경영권 보장을 위해 차등의결권만이라도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계 최고 수준인 50%(경영권 포함시 60%)의 대주주 상속세도 기업의 지속경영을 저해하고 편법을 초래해 현실적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총 관계자는 "기업 경영의 안정성을 위해 상속세는 25% 수준까지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기업의 수익을 협력업체와 사전 계약에 따라 배분하는 협력이익공유제도 반시장적 규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교수는 "협력이익공유제는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말도 안되는 반시장적 규제"라고 주장했다.

■주력 산업들 노동정책에 초비상

실제로, 주력 산업계는 강화되는 노동정책들로 초비상이다. 자동차업계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이 한국 차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고임금·저효율 구조를 고착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이번 개정안대로 최저임금 산정기준이 변경될 경우 국내 완성차업계가 추가 부담해야할 인건비를 연간 7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완성차업체의 위기가 중소 부품사로 전이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2·3차 부품협력사의 경우 기존의 통상임금 확대 및 최근 2년간 30%이상 최저임금 인상에 더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되는 임금 부담 확대로 기업의 생존 여부까지 불투명해 질 것이다"고 했다.

지난해 선박 수주량이 다소 회복되면서 한숨을 돌린 조선업계는 당장 올해 부터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상 조업의 경우 교대 근무 등으로 방법을 찾을수 있겠지만 ‘시운전’ 절차는 당장 해법이 없는 상태다. 시운전을 위해 배에 탑승하는 인력들은 수 개월간 선상 근무가 불가피한데 이를 전부 근무시간으로 볼 경우 주 52시간을 초과 할수 밖에 없다. 시운전을 위한 인력들은 선박의 경우 100여명, 해양플랜트는 크기에 따라 200~300명이 넘는 인원들이 필요하다. 조선사들은 급한대로 ‘간주 근로제’를 노조측과 협의중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간주 근로제는 시운전 인력들이 배에 탑승한 동안 기관점검에 할애하는 시간과 선박 내에서 휴식을 취하는 시간을 분리해서 계산하는 방법인데 노조를 설득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유업계는 올해 유가 등 시장상황이 불확실한데 근로시간 단축의 보완입법은 미비해 노심초사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2개월씩 걸리는 대정비 기간에 주당 80시간 이상 근무하는데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대폭 확대하지 않으면 처벌을 감수하고 작업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안승현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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