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외부 차량 통행금지시키자..구청 "어린이 보호구역 해제" 맞불
경비원 감축에 입구 차단기 세워
해제 권한 가진 시·경찰은 "글쎄 .."
한미희 남구청 교통시설팀장은 지난달 30일 “LG메트로시티를 관통하는 도로는 공용도로 기능을 해 왔는데 차단기가 설치되면 사유지로 바뀌게 된다”며 “사유지에 나랏돈으로 어린이 보호구역과 신호등을 운용할 이유가 없다”고 보호구역 해제 이유를 밝혔다. 남구청은 2002년 LG메트로시티 단지 내 분포초등학교가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1억 400만원을 들여 교통표지판 설치, 횡단보도 도색 등을 했다. 남구청은 LG메트로시티를 경유하는 마을버스 배차도 없애겠다는 입장이다.
한 팀장은 “LG메트로시티를 관통하는 왕복 4차선 도로로 인해 주변 차량정체 분산 효과가 컸다”며 “단지 내 초등학교에는 입주민이 아닌 자녀도 다니는데 차단기를 설치하면 인근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어린이 보호구역이 해제된다는 소식을 접한 입주민은 반발하고 있다. 입주민 이모(38)씨는 “평일 대낮에 차들이 시속 80㎞ 속도를 내면서 내달리는데 어린이 보호구역마저 해제되면 아이들의 안전이 크게 위협받는다”며 “어린이 보호구역이 해제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차단기 설치에 찬성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남구청이 주민 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정기 입주자대표회장은 “차단기가 설치되더라도 초등학교는 여전히 있는데 어린이 보호구역을 해제하는 건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LG메트로시티 관통 도로를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탓에 도로 파손이 심각하고, 불법 주정차로 몸살을 앓고 있어 차량 차단기 설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이 아파트는 최근 경비원 98명이 무더기 퇴사하면서 논란이 됐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관리비 부담이 커져서 경비원 근무시간을 대폭 줄였다. 관리 공백을 경비업체에 맡기면서 차량 차단기를 설치하게 됐다.
어린이 보호구역 해제 권한을 가진 부산시와 부산경찰청은 유보적인 입장이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도로교통법상 공용도로의 기능을 상실했을 때에는 어린이 보호구역 지정을 해제해야 한다”면서도 “주민 불편과 안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상황을 좀더 지켜보고 보호구역 지정 해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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