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공유자전거 여신'은 왜 퇴진했나

2019. 1. 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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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아무 데나 세워진 자전거는 차량과 행인 통행 방해나 공해 문제를 야기했다. 베이징의 한 아동병원 응급실 앞에 무단 주차된 자전거 때문에 구급차 진입이 지체됐다는 뉴스가 나와 공분을 샀다.

중국의 공유자전거 업체 ‘오포’가 경영난에 빠진 뒤 버려진 자전거가 거리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 시투

‘공유자전거의 여신’으로 불렸던 모바이크(Mobike)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후웨이웨이가 퇴진했다. 기자 출신인 후는 2015년 공유자전거 기업 모바이크를 공동 설립한 후 2년여 만에 몇십억 달러 규모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모바이크는 전세계 200여개 도시에 900만대 이상의 자전거를 운용하고 있다. 지난 4월 중국 최대 음식배달 앱 메이퇀 디엔핑에 27억 달러에 회사를 매각한 뒤에도 CEO를 맡아왔던 이 ‘여신’은 화려한 등장 후 3년 만에 무대를 떠났다.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모바이크는 이미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 하루에 100명씩 해고당한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침몰하는 모바이크호의 대표직을 이어받은 류위는 “감원과 보유 자전거 감축을 통해 경영효율화를 모색하겠다”고 했지만 공유자전거의 미래를 밝게 보는 이는 적다.

공유경제 모범 사례에서 골칫거리로

주황색 자전거인 모바이크와 노란색인 오포(ofo)를 빗대 ‘청황즈정(橙黃之爭·주황과 노랑의 전쟁)’으로 불리며 공유자전거의 성장을 이끌었던 두 회사가 위기 속에 허우적대고 있다. 오포는 보증금 반환난에 시달리고 있다. 1인당 99~199위안(약 1만6000~3만2000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자 베이징 중관촌에 있는 오포 본사에 수백 명의 이용객들이 몰려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보증금 환불을 신청한 고객은 1300만명에 달한다. 액수로는 12억 위안(약 1960억원)이다. 자금난에다 대규모 환불 요청까지 겹치면서 오포는 설상가상 위기에 빠졌다. 오포 창립자 다이웨이(戴威)는 “막대한 자금압박에 보증금 반환까지 쏟아지면서 파산신청을 고려했었다”고 털어놨다. 하이뎬구 법원은 다이웨이에 ‘소비제한령’을 내린 상태다. 성급 이상의 호텔, 골프장, 고속철도 등을 이용할 수 없다. 공유자전거는 사업자에게 보증금을 내고 등록한 뒤 일정 사용료를 내고 빌려 쓰는 형태다. 공유라는 단어 대신 대여로 확장해보면 중국의 공유자전거 시대는 이미 10여년 전에 시작됐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는 자전거 대여시장이 절정에 달했다. 도시 미관 개선을 위해 베이징시가 적극 나선 데다 국내외 관광객들의 수요도 맞물렸기 때문이다. 당시 베이커란투(貝科藍圖), 팡저우(方舟) 등 7개 회사가 경쟁했다. 베이커란투는 최고 전성기에는 200개 가까운 대여점을 설치하고 8000여대의 자전거를 운용했다. 그러나 인기의 불꽃도 빠르게 사그라졌다. 당시에는 지정장소에서 관리인원이 절차를 통해 빌려주는 방식이었다. 올림픽 이후 베이징 등 대도시가 자동차 증가로 교통체증에 시달리자 자전거 임대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실제 베이징시 정부는 2010년 3월 ‘녹색 베이징 행동계획’을 발표하고 2012년까지 500개 대여점, 5만대의 자전거를 운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높은 보증금과 임대료, 자전거 부족으로 인한 불편함, 지정된 장소에서만 대여·반환하는 방식 때문에 자리를 잡지 못했다.

정부의 적극적 정책도 실현하지 못한 공유자전거 전성기는 오포와 모바이크가 이뤘다. 중국의 일일 공유자전거 이용객은 1000만명을 넘는다. 성공의 열쇠는 편리함과 저렴함이다. 자전거에 자체 잠금장치를 갖추고 있어 별도의 거치대가 아닌 임의장소에 반납할 수 있다. 자전거 위치는 위치정보시스템(GPS)을 통해 추적된다.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 가까운 자전거 찾기나 예약도 가능하다. 30분당 1위안(약 160원)이라는 낮은 이용료까지 더해지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문제는 임의장소에 반납하는 편리함이 아무 데나 방치하는 무책임으로 번졌다는 것이다. 아무 데나 세워진 자전거는 차량과 행인 통행 방해나 공해 문제를 야기했다. 베이징의 한 아동병원 응급실 앞에 무단 주차된 자전거 때문에 구급차 진입이 지체됐다는 뉴스가 나와 공분을 샀다.

중국 시민들이 거리에서 공유자전거를 타고 있다. 중국의 공유자전거 이용객은 하루 1000만명에 달한다. / 신화통신

새로운 공유경제산업에 대해 사전규제 없이 대문을 열었던 중국 정부는 뒤늦게 강력한 조치를 내놓았다. 지난해 9월 베이징시는 주차 거치대 설치를 늘리고 지정 주차제를 강화했다. 1400여개 시범지역에서는 주차구역 밖에서는 잠금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전자 펜스제’를 실시했다. 새 자전거 추가 투입도 막았다. 사업을 시작한 지 3~4년이 되면서 자전거 교체시기가 됐지만 새 자전거 금지조치 때문에 교체가 어려웠다. 무리한 해외사업 등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해온 기업들은 수리비용과 인원을 감당하지 못했다.

너무 늦은 정부의 무책임 단속 규제

중국 정부가 공유자전거 초기에 적절한 규제를 하지 않아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지방정부 간의 정책 차이도 커서 중앙 차원의 통일된 감독시스템 구축이 절실했지만 이 또한 제때 이뤄지지 못했다.

기업이 멋대로 보증금을 유용할 수 있도록 내버려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중국정법대 전파법연구센터 부주임 주웨이(朱巍)는 〈법제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보증금을 회사가 맘대로 운용하지 못하도록 정부 감독하의 제3자 기관이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는 경고가 예전부터 나왔지만 이를 막지 못해 결국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게 됐다”고 밝혔다. 주 부주임은 “기업의 자유운용 자금과 고객의 보증금·선불금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며 “투자비율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바이크의 보증금은 지난 4월 81억 위안까지 올랐다가 보증금 면제조치 등으로 현재는 44억 위안(약 7187억원) 정도다. 모바이크 역시 오포와 마찬가지로 보증금 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다.

자전거뿐 아니라 자동차, 우산, 농구공 등 공유경제가 세력 확장만 했지 이윤 창출에는 소홀했다는 점도 지적된다. 공유경제의 본질은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기술을 이용해 유휴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지만 현재 대부분의 공유경제 플랫폼들은 물량공세로 오히려 자원 장비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하이 금융 및 법률연구소의 푸웨이강(傅蔚岡) 연구원은 “공유경제를 미래산업의 핵심이라고 하지만 ‘공유’라는 두 글자만 붙인다고 선진화되는 게 아니다”라면서 “효율성 추구와 함께 지속가능한 수익구조 창출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박은경 경향신문 베이징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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