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나이'에 반대하는 사람들

박민지 기자 2019. 1. 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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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해년(己亥年)이 밝자마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달구고 있는 현안은 한국식 나이다. 고대 중국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진 나이 계산법으로 양력 1월1일이 되면 전 국민 나이에 한 살을 더한다. 1월1일과 12월31일에 태어난 사람이 한날 한시에 나이를 먹는 셈이다. 이 같은 셈법은 세계적으로 한국에서만 유일하게 통용된다. 국제적 흐름에 반하는 한국식 나이는 혼란만 가중시킬 뿐 효율적이지 않다고 지적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아울러 나이가 벼슬이 돼버린 한국사회에 대한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여러 모로 불편한 ‘한국식 나이’

한국식 나이를 사용하면 다른 나라보다 최대 두 살이 더 많아진다. 한국식 나이는 매년 1월 1일에 한 살씩 더하는 계산법을 사용하는데, 세는 나이로도 불린다. 예를 들어 갓 태어난 아이의 경우 한국식 나이로 계산하면 한 살이다. 12월생은 탄생 순간 한 살을 먹었으니 해가 바뀌면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두 살이 된다. 이 같은 혼선 탓에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는 세는 나이를 사용하지 않는다.

나이를 세는 방법 또한 중구난방이다. 한국은 만 나이, 연(年) 나이, 한국식 나이 세 가지를 사용한다. 행정상으로는 보통 만 나이를 사용한다. 만 나이란 태어난 때를 기산점으로 매해 생일마다 한 살씩 더하는 셈법이다. 민법상 공공문서 등에는 만 나이를 쓰게 돼 있다. 관공서나 병원 등에서 만 나이를 기록하는 이유다. 하지만 병역법과 청소년보호법 등에서는 연 나이가 적용된다. 연 나이는 현재 연도에서 태어난 연도를 빼 산출한다. 이와는 별개로 일상 생활에서는 한국식 나이가 통용된다.

국민 다수는 일상 속에서도 만 나이를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만 나이로 나이 계산법을 통일하자’는 의견에 응답자 68.1%가 동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도 ‘한국식 나이를 폐지하자’는 여론으로 들끓고 있다. 한 청원자는 1일 “만 나이의 공식적·일상적 사용을 선포해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현재 전 세계에서 양력 1월 1일이 되면 전 국민이 한 살 더 먹는 건 한국이 유일하다”며 “공공 문서에는 만 나이를 쓰고 있지만 일상에서는 세는 나이를 사용하고 있어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제적 추세에 따라 정부는 일상에서도 만 나이를 쓰도록 공식 선포하고 적극 권장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다른 청원자는 “태어나자마자 한 살이 되는 한국식 세는 나이를 폐지하고 국제 기준에 맞는 만 나이로 전환해주길 청원한다”며 “행정에서는 만 나이를 사용하고 있는데 실생활에서는 한국식 세는 나이를 사용해 불편하다. 왜 이런 계산법을 유지하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림=김희서

나이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인성과 경험

나이에 지나치게 무게를 둘 필요가 없다는 이들도 늘고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나이가 완장이 되는 문화를 타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소영 MBC 전 아나운서는 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한국식 나이 시스템에 반대한다”는 글을 적어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그는 “나이와 상관없이 이름이나 직책으로 부를 수 있고 나아가선 친구, 동료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한 살 차이, 한 학년 차이, 한 기수 차이에 감히 눈도 못 쳐다보는 문화는 싫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가 기댈 것이 나이가 아니라 나의 인성과 경험, 능력과 태도였음 좋겠고, 우정이나 사랑, 또는 질서도 사람 간의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면 좋겠다”며 “올해는 나이에 상관없이 좋은 친구, 동료들을 많이 만들어보고 싶다”고 밝혔다.

최근 대학가에서 ‘~씨’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현상도 궤를 같이 한다. 입학한 순서대로 부여되는 학번 중심이었던 대학가에서 선·후배 상하관계를 수평적 문화로 개선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들은 서열에 따른, 전통적인 위계질서에서 벗어나 개개인이 중심이 된 문화를 조성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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