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적자국채 발행 논란..관건은 '정무적 판단' 개입 여부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차영환 청와대 전 경제정책비서관(현 국무조정실 2차장)의 실명을 밝히며 2017년 11월 청와대가 적자국채 추가 발행을 압박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기재부는 정치적 고려가 아니라 ‘정책적 판단’이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양측의 주장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추가 발행 검토 배경이다.
적자국채를 늘리거나 줄이는 건 정책의 영역이다. 나랏돈 사정이 여유롭지 않을 때 적자국채 필요성은 커진다. 모자라는 예산을 빚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세금이 많이 걷히면 적자국채를 적게 발행한다. 나랏빚을 갚기도 한다. 청와대가 적자국채 발행에 관여할 권한이 있다고 밝힌 건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신 전 사무관은 2017년 11월 김동연 전 부총리가 정무적 이유로 적자국채 추가 발행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기재부가 당초 계획한 연간 적자국채 발행액(28조7000억원) 중 미발행된 8조7000억원의 발행 계획을 짜라는 주문이었다.
결과적으로 김 전 부총리가 자신의 지시를 철회하면서 적자국채 추가 발행 계획은 없던 일이 됐다. 하지만 신 전 사무관은 이후 청와대가 당시 차영환 경제정책비서관(현 국무조정실 2차장)을 통해 재차 적자국채 추가 발행을 압박했다고 했다.
신 전 사무관은 2017년 세금이 많이 걷혀 적자국채를 추가 발행할 명분은 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랏빚을 조금이라도 늘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덜 떨어뜨리는 게 정무적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박근혜정부와 겹친 2017년의 낮은 국가채무비율은 확장 재정을 앞세운 문재인정부가 재정을 운용할 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신 전 사무관은 기자회견에서 "김 전 부총리가 39.4%라는 국가채무비율을 주면서 적어도 39.4%보다 높아질 수 있게 적자국채 액수를 결정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2017년 11월 적자국채 추가 발행을 검토하긴 했으나 정책적 이유였다고 반론했다. 기재부는 이듬해 추가경정예산 재원으로 사용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적자국채 4조원 발행을 살펴봤다. 적자국채를 발행하면 추경에 쓸 수 있는 세계잉여금이 그만큼 늘어난다.
기재부는 또 설령 적자국채 4조원을 추가 발행해도 국가채무비율은 38.3%에서 38.5%로 소폭 증가에 그친다고 강조했다. 정무적 판단이 개입할 정도로 의미 있는 변화가 아니라는 뜻이다. 아울러 적자국채 추가 발행→국가채무비율 상승에 따른 책임은 박근혜정부 뿐 아니라 문재인정부도 나눠 진다고 반박했다.
신 전 사무관은 기재부가 2017년 11월 15일로 예정된 1조원 규모의 국채 조기상환(바이백)을 하루 전에 취소한 일도 '정무적 이유'로 설명했다. 나랏빚을 더 내라는 지시가 있는 마당에 국채 1조원을 갚는 건 논리적으로 모순이라 취소했다는 얘기다. 그는 갑작스런 바이백 취소로 국채시장에서 손실을 본 투자자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재부는 바이백 취소 역시 정책적 판단이었다고 방어했다. 기재부는 예정대로 1조원 바이백을 하면 적자국채를 1조원 추가 발행해야 하는 점을 고려했다. 당시만 해도 적자국채 추가 발행(최대 8조7000억원)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1조원이 추가되면 연말 채권시장에서 모두 팔기 어려운 점을 우려했다는 얘기다.
또 연말에 적자국채를 많이 발행하면 금리가 상승하는 점도 감안했다. 바이백은 정부가 금융권에서 자금을 빌려 국채를 상환하는 게 일반적인 방식이다. 바이백 후 정부는 빌린 자금을 갚기 위해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빚을 갚기 위해 빚을 내는 셈이다. 정부는 국채마다 갖고 있는 만기 도래일을 분산시키기 위해 바이백을 한다.
한편 기재부는 이날 신 전 사무관을 공무상 비밀 누설 금지, 공공기록물 관리 위반으로 서울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KT&G 사장 동향보고 문건, 적자국채 발행과 관련한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외부에 유출한 혐의다.
세종=박경담 기자 damdam@mt.co.kr, 양영권 기자 indep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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