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연 "주요국 증권거래세 폐지 후 양도세 체제로 전환 추세"
"일본의 성공, 대만의 실패 참고해야"
【서울=뉴시스】이진영 기자 = 증권거래세 존폐를 두고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주요국들은 상당 기간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를 모두 부과했으나 점차 양도소득세 부과로 전환하는 추세라는 분석이 나왔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일 '상장 주식에 대한 증권거래세에서 양도소득세로의 전환 성공 및 실패 사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발표했다.
자본연은 "상장 주식 과세 체계를 보면 상당수의 국가에서는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가령 미국, 스웨덴, 독일, 일본, 대만은 상장 주식에 대해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를 모두 부과하다가 대부분 증권거래세를 폐지했다. 미국은 1965년, 독일은 1991년, 일본은 1999년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현재는 양도소득세만 부과하고 있다. 대만은 2016년부터 양도소득세를 폐지하면서 현재 증권거래세만 내게 하고 있다. 중국, 홍콩, 싱가포르도 증권거래세만 부과하고 있다.
현재 상장 주식에 대해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를 모두 부과하는 국가는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한국 등 소수다.
영국의 경우 양도소득세와 함께 증권 매매 시 매수자가 인지세를 부담하며 매매대금에 대해서는 인지세보완세를 부담한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기존 양도소득세와 별도로 증권거래세를 각각 2012년과 2013년부터 부과하기 시작했으나 거래량 감소 등 부정적 평가가 보고되고 있다고 자본연은 전했다. 한국의 경우 대주주에 대해서만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자본연은 증권거래세에서 양도소득세 과세 체계로 전환한 일본과 대만의 사례를 집중 조명했다.
일본은 1947년부터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를 했다가 1953년 폐지하고 증권거래세를 채택했으나 1989년부터 양도소득세를 재도입하면서 증권거래세를 9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인하했다.
주식의 양도 차익에 대해서는 다른 양도 손익과 분리해 단일세율로 납부하도록 신고분리 과세를 원칙으로 하고, 증권업자에게 위탁한 주식 양도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서는 원천 분리 과세를 허용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증권거래세율을 1989년 0.55%에서 0.30%으로 낮췄으며 1996년 0.21%, 1998년 0.1%로 인하한 후 1999년 완전히 폐지했다.
자본연은 "일본은 증권거래세와 주식양도소득세가 병존했던 1989~1998년 증권거래세율을 점차 인하하면서 시장의 충격을 완화했다"며 "증권거래세의 세율이 낮아지면서 상장 주식 관련 전체 세금 총계는 증권거래세만 걷던 1988년에 비해 감소했으나, 주식시장이 활성화되고 가치가 상승하면서 2005년부터 기존 세금 규모를 넘어서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즉 일본은 장기적 플랜을 세워 양도소득세 과세 시점부터 단계적으로 증권거래세를 인하함으로써 단기적으로 주식 관련 세금 감소를 감내하면서도 거래자의 비용 부담을 완화하려고 노력해 전환에 성공했다는 진단이다.
일본이 이렇게 성공적으로 과세 체계를 전환한 것과 달리 대만은 양도소득세로 전환을 반복적으로 시도했으나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만은 1988년부터 주식시장이 급격히 과열되자 시장을 안정시킬 목적과 조세 정의 구현을 명분으로 기존 증권거래세에 추가해 1989년 1월 1일부터 취득한 주식의 양도 차익에 대해 최대 50% 세율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하지만 급격한 변화로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컸다. 대만 TWSE 지수는 1988년 1월 2341에서 양도소득세 과세 발표 시점인 9월 24일 8789까지 급상승했으나 과세안 발표 직후 한 달 동안 TWSE 지수는 8789에서 5615로 급락했다. 같은 기간 일일 거래금액은 17.5억달러에서 3.7억달러로 축소됐다.
이에 대만 정부는 증시 부양책을 내놓았다. 증권거래세를 0.3%에서 0.15%로 낮추고 양도소득세 면세 한도를 11만300달러에서 36만7600달러로 인상했으며 동시에 국영은행을 통해 우량주를 대규모로 매입했다.
이러한 대만 정부의 조치로 정부의 조치로 주식시장이 다시 활황세로 바뀌었으나 주식투자자 상당 수가 차명계좌 등을 통해 양도소득세를 우회하자 결국 대만 정부는 1990년 1월부터 양도소득세 부과를 철회하고 대신 증권거래세를 0.6%로 인상했다.
이러한 우여곡절로 대만은 2013년 중반 다시 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를 추진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2018년까지 시행을 유예했으나 개인투자자들의 극심한 반발 속에 2016년부터 양도소득세 과세를 철회했으며 주식 거래량을 높이기 위해 2017년부터 증권거래세율을 0.3%에서 0.15%로 절반으로 인하했다.
자본연은 "대만은 실명 거래 환경의 미비 속에 주식시장의 과열 억제라는 단기적 목표를 추구하며 양도소득세를 급격히 도입했으나 개인투자자의 반발과 시장 위축으로 매번 뜻을 이루지 못했다"며 "아시아 지역에서 일본의 성공 사례와 대만의 반복적 실패 사례는 향후 국내에서 전면적 양도소득세 전환 시 참조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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