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액체괴물은 '붕소'괴물..유럽 기준치 최대 7배

김기범 기자 2019. 1. 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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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분석
ㆍ“반복 노출 땐 생식·발달 유해”
ㆍ규제 위한 함량 기준 마련해야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액체괴물(사진)’ 완구에 포함된 생식·발달독성 물질 ‘붕소 화합물’이 유럽 기준치의 최대 7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 중인 액체괴물 다수에서 다량의 붕소 화합물이 검출됐지만 국내에는 이를 규제할 만한 기준치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와 보건대학원은 흔히 액체괴물이라고 불리는 액체성 점토 장난감 내의 붕사나 붕산염 등 붕소 화합물의 함량을 분석한 결과, 30개 제품 중 25개에서 붕소가 유럽연합(EU)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의 논문을 2일 한국환경보건학회지에 발표했다.

EU는 완구의 붕소 화합물 함유량 기준을 ㎏당 300㎎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국내에는 완구류에 대한 붕소 화합물 기준치 지난 1일에야 도입됐다. 그러나 관계당국은 기준치가 없을 때 제조, 유통된 제품들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방관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유해물질이 포함된 장난감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돼 있지만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연구진은 초등학교 근처 문구점 2곳에서 구매한 액체괴물 22개와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한 8개 등 30개를 분해한 뒤 붕소 원소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노출량 추정을 위해서는 0~12세의 자녀를 둔 전국 16개 시·도 1만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다. 30개 중 21개가 중국산이었고, 24개가 KC마크와 안전인증번호를 동시에 표시해 놓았으며, KC마크만 표시돼 있는 제품도 있었다. 분석 결과 붕소 화합물이 유럽 기준치의 최대 7배가 넘는 2278㎎/㎏이 포함된 제품도 확인됐다. 25개 제품의 붕소 화합물 평균 함량은 1005±626㎎/㎏으로 나타났다.

붕소 화합물은 생식·발달독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프랑스와 캐나다 등 선진국들은 어린이들이 이 물질에 반복적으로 노출돼서는 안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생식독성을 지닌 물질에 과다노출될 경우 생식기능과 생식능력에 유해한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발달독성을 지닌 물질에 노출되면 정상적인 발달이 저해될 수 있다.

초등학생, 미취학 아동 등이 주로 노출되는 경우가 많은 액체괴물에 다량의 유해성분이 포함됐다는 지적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정부는 유해성분이 확인된 제품만 리콜하는 등 소극적인 조치만 취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해 1월과 10월 액체괴물 제품에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등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됐던 독성물질이 확인되면서 해당 물질들이 기준치 이상 포함된 제품들에 대해 수거·교환 등 리콜명령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리콜된 제품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CMIT와 MIT는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됐던 독성물질로 지난해 2월부터 액체를 포함하는 완구류 및 학용품에 사용하는 것이 전면 금지됐다.

이기영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붕소는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발달과 생식계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물질”이라며 “ 함량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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