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기차 충전하려다 살인미수까지..제주서 '충전 갈등' 심각

입력 2019.01.04. 06:00 수정 2019.01.04. 13:35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도, 1월부터 충전구역 불법주차 단속 "20분 충전 에티켓 지켜야"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최근 제주에 관광 온 박모(39·서울시)씨는 전기차를 충전하려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전기차 충전구역 불법주차차량 (제주=연합뉴스) 제주도는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계도기간 전기차 충전구역에 불법주차한 차량에 대한 단속을 벌였다. 왼쪽 사진은 전기차 충전구역에 불법주차한 일반차량, 오른쪽 사진은 충전하지 않고 있음에도 충전구역에 주차한 전기차량의 모습. [제주도 제공]

전기차 렌터카를 타고 관광을 하다가 충전을 위해 공영주차장의 전기차 급속충전소를 찾았는데, 일반 차량이 버젓이 주차돼 있었다.

박씨는 차주에게 전화를 걸어 '차를 좀 빼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차주의 반응은 처음엔 아무 말 없이 끊어버리더니, 재차 전화가 이어지자 적반하장격으로 화를 내기까지 했다.

박씨는 관광지에서 불미스러운 싸움을 하기 싫어 다른 충전소를 찾아 이동했지만, 아직 불쾌한 기억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전기차 사용자 강모(40·여·제주시)씨는 반대로 계속해서 닦달하듯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강씨는 제주시청 주차장에서 급속충전기를 이용해 충전하는 동안 잠시 가족과 함께 인근 커피숍을 찾았다.

30분가량 지났을까.

'충전이 다 됐으니 차를 빼달라'는 전화가 왔다.

전기차 충전소 [연합뉴스 자료사진]

어린아이들을 챙기느라 시간이 다소 지체되자 상대방이 1∼2분 간격으로 전화를 하며 화를 내는 통에 서로 얼굴을 붉혀야했다. 강씨는 "충전기가 오래돼 그런지 충전을 시작하자 50분가량 소요된다는 표시가 떠 커피숍에 갔던 것"이라며 "닦달 전화에 허겁지겁 도착해 확인해 보니 완충도 돼 있지도 않아 너무나 화가났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제주에서 전기차 충전소 내 시비가 살인미수 사건으로 번지기도 했다.

충전과정에서 시비가 붙어 화를 주체하지 못한 남성 운전자가 상대 차량을 20여 차례나 들이받았고, 차에 타고 있던 여성 운전자가 크게 다쳤다.

이처럼 전기차가 많아지면서 전국 최고의 보급률을 자랑하는 제주에서 전기차 충전을 둘러싼 갈등이 분출하고 있다.

2013년 국내 최초로 제주에서 전기차 민간 보급이 시작된 이후 '전기차 선도지역' 제주의 전기차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 1만5천160대로, 도내 전체 차량 38만3천433대의 3.95% 수준이다.

제주 우도를 달리는 전기차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내 전기차 등록 비율이 전체 자동차의 0.23% 수준임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도는 전기차가 늘어나면서 건전한 충전 에티켓이 일종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운전자들을 위한 전기차 운행 안전교육을실시하고 있다.

도는 제한된 충전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 완충하지 않더라도 20분간 충전 후 다음 차를 위해 바로 비켜주기 ▲ 충전 중 자리를 비울 땐 연락처 남기기 ▲ 충전이 끝난 후 사용한 충전기 제자리 놓기 ▲ 충전소와 주변 공공시설을 깨끗하게 이용하기 ▲ 공공자산인 충전기 소중히 다루기 ▲ 전기차 충전구역은 주차장이 아니므로 다른 전기차를 위해 비워두기 등을 제안하고 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9월 전기차 충전구역에 일반 자동차를 주차한 운전자에게 과태료를 물리는 내용을 담은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령을 공포했다.

과태료 부과기준은 ▲ 일반 자동차가 전기차 충전시설에 주차한 경우 10만원 ▲ 급속충전기에서 충전을 시작한 후 1시간이 지난 경우 10만원 ▲ 충전구역 안과 진입로, 또는 그 주변에 물건 등을 쌓거나 주차해 충전을 방해한 경우 10만원 ▲ 충전구역임을 표시한 구획선 또는 문자 등을 임의로 지우거나 훼손한 경우 20만원 ▲ 충전기를 고의로 훼손한 경우 20만원 등이다.

한전 전기차 충전소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제주지역에는 공용충전기 총 2천69기(완속 1천576기, 급속 493기)가 설치·운영되고 있다.

도는 4개월간 계도기간을 거쳐 1월부터 본격적인 단속에 들어갔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과태료 시행 여부를 모르는 도민이 많고, 단속을 위한 인력과 장비를 확충하지 못해 단속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박영수 제주도 전기차산업팀장은 "도 자체적인 단속 매뉴얼은 마련했지만, 아직 산자부 기준의 전국 통일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며 "제주가 전기차 선도도시인 만큼 제주의 매뉴얼대로 통일된 기준이 나올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례 개정을 통해 행정시로 단속 업무를 위임하고, 각종 단속 시스템을 확충하기까지 앞으로 수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일단 단속과 시스템 정비를 병행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도민과 관광객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b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