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왜 뜨거워졌을까, 풍요가 만든 재앙 '기후변화'

신창호 기자 2019. 1. 5.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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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협약 걷어찬 트럼프, 벼랑 끝에 선 북극곰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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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더워도 너무 더웠던 여름이 기억난다. 서울의 여름을 어릴 때부터 기억해보면 6월 말 긴 장마, 7월 초의 호우, 7월 하순~8월 중순의 습한 무더위로 요약할 수 있다. 8월이 지나 9월로 접어들 무렵의 태풍들도 여름을 지나는 익숙한 손님이었다. 여름은 서서히 다가와 2~3주의 더위를 고비로 가을의 푸른 하늘에 양보해가는 계절이었다.

그런데 최근엔 이런 순서의 여름은 기억에 없다. 예고도 없이 땡볕 더위가 엄습했다가 장마철에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날이 이어지고, 35도 이상 최악의 고온이 한 달 이상 지속되기도 했다. 어느 해 여름은 이상할 정도로 덥지 않은 적도 있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도 한가운데나 다름없는 서울의 기후는 여름과 겨울이라는 정점을 중심으로 서서히 흐르는 봄과 가을이란 간주곡을 가진 4악장짜리 심포니와 같았다. 서울만이 아니라 조금 더 추운 강원도, 조금 더 더운 남쪽지방 기후 역시 곡의 분위기만 조금 다른 기승전결이 완벽한 심포니였다.

심포니 같던 한반도 기후가 급작스러운 반전으로 가득한 변주곡이 돼 버린 게 오랜 일이 아니다. 겨울의 삼한사온도 깨진 지 오래다. 추워야 할 때 따뜻하다가 바로 다음날 한반도 북쪽 끝 신의주에서나 경험할 만한 영하 10도 이하의 한파가 갑자기 밀어닥친다. 2018년은 이 변주곡 같은 날씨가 아마도 정점을 찍은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지구 온난화의 도미노

2000년대 중반 이후 기상이변이 발생할 때마다 설명의 틀이 됐던 게 바로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이었다. 지구 표면의 평균 온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이 단어는 가장 과학적이기도 하지만, 가장 정치적인 언어이기도 하다.

지구 온난화가 처음 거론된 것은 1972년 로마클럽 보고서를 통해서였다. 19세기 후반 이후 관측되고 있는 기후현상으로 산업 발달에 따른 화석연료 소비, 농업 발전에 따른 숲 파괴가 불러온 것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성층권을 통과한 태양열은 지구표면에 닿은 뒤 대기 중에 머물렀다 다시 성층권을 지나 우주로 배출된다. 태양열의 우주 배출에 절대적 영향을 끼치는 게 탄소가스다. 동물의 호흡작용, 내연기관의 연소 과정에서 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말이다. 탄소가스는 태양열의 복사를 방해해 에너지를 성층권에 가두는 작용을 한다. 산업혁명 이후인 19세기 후반부터 지구 온난화 현상이 매년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것도 바로 이 탄소가스의 대량 배출 때문으로 분석된다.

탄소가스는 특정한 물질이 대기권에서 연소되는 과정, 쉽게 말해 불이 나서 뭔가를 태울 때 발생하는 기체다. 불은 대기 중 산소를 흡수하지 못할 경우 발생하지 않는다. 산소가 공급돼야 불이 나고 에너지가 생긴다. 현대의 모든 산업은 연소에너지에 의존한다. 자동차, 전력 생산, 중화학공업, 일반 가정의 난방 등이 모두 마찬가지다. 산업화는 곧 탄소가스 대량 배출의 시작점인 셈이다.

지구 온난화 학자들은 산업화가 원래 400~500년 주기로 1.5도 안팎의 변화를 보이던 지구 연평균 기온을 거의 10년 단위로 0.1도씩 상승토록 변화시켰다고 설명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전인 1800년대 초반 280ppm이던 대기 중 이산화탄소 양이 1958년엔 315ppm, 2000년엔 367ppm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가 태양열의 성층권 배출을 막아 평균 기온이 오르면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는다. 극지방에 얼어 있던 어마어마한 양의 빙하가 녹으니 전 지구의 해수면이 상승하고, 각종 자연재해가 발생한다. 해수면 상승에 따른 침하지역 확대, 해일 등이 이에 속한다. 해수면 상승은 다시 기상이변을 일으킨다. 더 많은 수증기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고 수증기는 호우, 태풍 허리케인 발생, 계절과 강수량 변화를 연쇄적으로 일으킨다.

산업화는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연료의 대규모 사용이 가져다준 물질적 풍요다. 19세기 유럽에서 시작돼 미국을 거쳐 지금은 동북아시아권의 한국 일본까지 선진 산업국 대열에 포함시켰다. 집집마다 배급되는 전기, 거리마다 넘쳐나는 자동차는 전부 화석연료 연소, 이산화탄소 대량 배출과 연관된다. 인간이 만든 물질적 풍요가 전 지구적 환경 재앙을 야기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돼버린 셈이다.

산업사회의 특징은 전 국민이 사용할 만큼 풍부한 전력의 생산, 전 국민이 타고 다닐 대중교통과 자가용 자동차의 발전과 보급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2017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구 평균 온도는 1880년보다 1.2도 상승했다. 선진 공업국이 유럽과 미국 일본 등으로 극히 제한적이던 1960년대까지 평균 온도는 매우 완만하게 상승하다 아시아와 남미 등의 개발도상국들이 산업화 대열에 속속 합류한 1970년대 이후 급격히 올랐다. 당연히 대기 중 이산화탄소 양도 온도 상승에 정비례해 1970년대 이후 급격히 많아졌다.

지구 온난화와 자연재해 발생도 서로 정비례하긴 마찬가지다. 유엔이 2011년 발표한 세계 재해 통계를 보면 1940년보다 2010년의 자연재해가 150배 이상 많았다. 지구 곳곳의 땅과 나라들이 개발되고 산업화될수록 자연재해는 더 심해지는 것이다.

트럼프와 파리협약 무효화

이처럼 온난화가 일국(一國)을 넘어 전(全)지구적 문제로 대두되자 1997년 유엔은 교토의정서를 채택했다. 산업화의 원인을 제공한 선진국들이 협력해 탄소가스 배출을 막자는 취지였다. 파리협약은 2015년 교토의정서의 기한이 2020년으로 다가오자 선진국뿐 아니라 195개 유엔 당사국 전체가 탄소가스 배출을 줄이는 의무를 부과하기 위해 채택된 기후 합의다.

그런데 이 파리협약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등장하면서 흐지부지될 위기에 처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구 온난화를 ‘과학적 사실’이 아니라 ‘정치적 음모’로 여기면서 유엔의 파리협약체제 무효화에 온 힘을 싣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6월 미국의 파리협약 탈퇴를 선언하는가 하면 미국 내 각종 환경정책을 적극적 화석연료 권장 정책으로 바꿔놨다.

파리협약은 대규모 화석연료 연소의 적극적 규제로 요약된다. 대표적으로 각국의 에너지정책의 재고, 자동차 연소기관의 친환경화 등이 파리협약에 따라 등장한 대책이다. 구체적으로는 전기자동차, 하이브리드 자동차, 태양열 발전, 원자력 발전 등이다.

파리협약이 흔들리자 각국의 에너지정책도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한때 산업용 및 가정용 전기 생산이 가장 큰 탄소가스 배출원으로 여겨졌지만 아직까지 화력발전소를 대체할 만한 대안은 고안되지 못했다. 한때 원전이 탄소가스 배출 없는 가장 청정한 에너지 생산 방법으로 여겨졌지만 일부 국가는 ‘탈(脫)원전’을 표방하고 있다. 노후된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배출 등 환경 재앙이 부각되자 독일 등은 아예 원전 폐쇄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문재인정부는 원전 추가 건설을 막고, 기존 원전도 재점검을 통해 점차적으로 폐쇄해간다는 청사진을 가지고 있다. 대신 전국 곳곳에 태양열발전소를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태양열 발전, 새로운 길이 될까

태양열 발전은 탄소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이긴 하지만 여전히 비효율적이다. 광대한 면적의 집광판 시설이 필요하며, 기존 화력발전소와 원전을 통한 방법보다 필요충분한 양의 전기를 확보하기 힘들다. 광활한 면적의 집광판 시설을 마련하기 위해선 또 다른 환경파괴가 이뤄질 개연성도 다분하다. 열대의 사막지대가 아니라면 삼림 훼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삼림 훼손은 간접적인 탄소가스 배출과 다름없다.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신 뒤 산소를 내뱉는다. 지구 온난화 학자들이 지구상 가장 광활한 산림지대인 브라질 아마존의 훼손에 극렬히 반대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산림이 훼손되면 더 급격하게 대기 중 탄소가스 양이 증가할 것이라 여겨서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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